가을이 저물어 가는 농촌의 들녘을 돌아 봅니다. 요즘 농촌은 들국화가 활짝 피어나고 찬 서리에 일부가 시들어 가는 풍경으로 아름답습니다. 들길을 돌아오면서 찬 서리에 시들어가는 국화꽃의 향기와 모습을 조금 더 느끼고 싶었어요. 국화 꽃을 따다가 실내 공간에 나란히 줄을 세워 놓으니 국화 향기 그윽하여 기분이 좋아지네요. 농촌을 돌아보면 즐길 거리가 계절마다 가득합니다.
농촌에 이사와서 5년정도 살아보니 이제는 왠만한 곳은 알게 되어 살기 편합니다. 은행을 한자루 주워와서 큰 대야에 넣고 씻었습니다. 수돗가에서 장화를 신고 발로 으깨어 껍질을 깐 후에 여러번 말갛게 씻어 집안으로 들여와 말리는 중입니다.
은행 냄새가 조금 콜콜하게 나지만, 겨울에 새파랗게 볶은 은행알 까먹을 생각하니 흐뭇하네요. 은행 겉 껍질은 모아서 발효시켜 내년 고추 재배시에 살충제로 사용할 수가 있습니다. 은행효소를 물과 희석하여 고추에 뿌리면 탄저병 예방도 됩니다.
충남 예산은 예로부터 넓은 평야와 낮은 구릉지로 일조량이 풍부하여 과일과 곡식이 풍성한 동네입니다. 그런 이유로 지금도 대농장을 하는 토박이들이 많은데요. 가끔 도시의 상인들이 넓은 토지를 빌려서 배추나 생강, 무우, 땅콩 등을 심고 수확하는 장면을 봅니다.
그래서 늦가을 울동네에 나가보면 사과농원에는 사과파지들이 굴러 다니고 무우밭에는 팔뚝만한 무우들이 여기저기 흩어져 있어요. 얼마전에 차를 타고 가다가 수확이 끝난 넓은 밭에 무우가 뒹굴어 다니길레 차를 세우고 몇자루 담아왔네요. 시장에 내놓기는 조금 상품성이 떨어지는 모양이 안좋거나 상처가 있거나 너무 자라서 옆구리가 갈라진 무우들에요. 한 두개 새썰어 굴넣고 무우생채 만들어 먹어보니 단 맛이 남니다.
늦가을 들녘 구경하러 나갔다가 돌아오는 길에 참으로 귀한 풍경을 보았습니다. 우리동네 추사고택가는 입구에서 음식점 하는 분이 도토리를 주워다가 말려서 손질하고 있었습니다.
저도 잠간 앉아서 잊혀져가는 옛모습을 보는 듯 신기하게 도토리 손질하는 모습을 지켜 보았는데요. 아주머니께서 상당히 많은 도토리를 말리고 있었습니다.
"아주머니 이 도토리를 어디서 주워 오셨어요? 하고 묻자.", "아무나 줍나?"하고 미소 짓네요. 혼자 살짝가서 해마다 주워다가 이렇게 손질해서 직접 도토리 묵을 만들어서 손님들을 대접 한답니다.
요즘 시장 도토리는 옛날 어머니께서 도토리로 직접 만들어 주던 그 맛이 안 나서 저도 농촌에 살면 도토리 주워다가 직접 묵 만들어 먹고 싶은데요. 아직 도토리가 가을이면 떨어지는 곳을 알지 못하는 것이 문제입니다.
아주머니 옆에 앉아서 도토리 가루 만드는 과정을 지켜보며 묵 만드는 방법을 배웠습니다.
우리 선조들은 가을에 도토리를 주워다가 가루를 만들어서 집에서 묵을 만들어 먹는 풍습이 있었지요.
우선, 도토리를 햇볕에 말려서 나무 방망이로 톡톡 두드려서 껍질을 까면 쉽게 볏겨집니다. 햇볕에 잘 말린 껍질깐 도토리를 방앗간에 가서 곱게 빻아 옵니다. 물에 도토리 가루를 물과 함께 담구어 4~5일 동안 도토리 속에 함유한 떫은 맛을 우려 냅니다. 맑은 물은 따라 버리고 가라앉은 도토리 앙금만 햇볕에 말리면 도토리 덩어리만 남게 됩니다.
햇볕에 말린 도토리 덩어리를 나무 방망이로 빻아서 가루로 만들어요. 도토리 가루 만드는 과정을 지켜 보니까 담백하고 쫀득한 묵 맛의 비결은 정성이 가득 들어가는 것임을 알 수 있게 되었습니다.
도토리 속에서 우리 몸 속의 중금속이나 노폐물을 제거하는 아콘산이 풍부해서 피로 회복, 숙취해소에 좋다고 하네요. 도토리 가루속에 함유된 떫은 맛을 4~5일 동안 물 속에서 서서히 우려 내어야 전분의 탄력이 생겨 쫀득한 식감이 생깁니다. 정신의 포만감을 일게하는 늦가을 농촌 들녘 스케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