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극적인 기사를 쏟아내는데 쓰였던, 그 '재료'의 출처가 밝혀질 모양이다. 검찰은 26일 채동욱 전 검찰총장 '혼외자녀 논란'과 관련, 서울 서초구청 행정지원국과 조아무개 행정국장 집을 압수수색했다고 밝혔다. 이들을 통해 채동욱 전 검찰총장의 혼외자녀 어머니로 지목된 임아무개씨의 개인정보가 불법으로 유출됐다는 판단 때문이다.

<조선일보>가 지난 9월 6일 첫 기사를 내놓은 이후, 방송3사는 "공직자의 도덕성 검증"을 운운하며 연일 기사를 쏟아냈다. KBS는 일반인인 임아무개씨 집을 찾아가고, TV조선 화면을 검증과 취재도 없이 그대로 옮기면서까지 채동욱 전 검찰총장을 비판했다(관련기사 : TV조선 그대로 베낀 KBS, 낯 뜨거워 못보겠다).

MBC 역시 법무부의 '혼외자녀 논란 진상조사 결과'를 대변인마냥 전달해 빈축을 샀다. 법무부가 구체적인 증거를 제시하지도 못했는데, 이를 그대로 머리기사로 올렸기 때문이다.  갑작스러운 발표 시기나 그 배경은 설명하지도 않았다. 사안을 이해하기 위해 공영방송이 아니라, 종편인 JTBC를 찾아봐야할 지경이었다(관련기사 : 공영방송이 법무부 대변인인가?).

머리기사 도배했던 '채동욱 보도'...개인정보 유출은 단신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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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동욱 전 검찰총장의 혼외자로 의심받은 채모 군 모자의 개인정보 불법 유출 의혹과 관련해, 검찰은 서울 서초구청 행정지원국을 압수수색하고 가족관계등록부를 누가 열람했는지 등을 확인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 KBS <뉴스9>

"채동욱 전 검찰총장의 혼외자녀 의혹과 관련한 개인정보의 유출 경위를 확인하기 위해 검찰이 서초구청을 압수수색 했습니다. 서울중앙지검 관계자는 "채 전 총장의 혼외자녀로 의심 받은 채 모군 모자에 대한 가족관계등록부를 누가 확인했는지 등을 조사하기 위한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 MBC <뉴스데스크>

하지만 이날(26일) KBS <뉴스9>과 MBC <뉴스데스크>는 검찰의 압수수색 소식을 단신으로만 전했다. 출처도 알 수 없는 개인정보가 밑바탕이 됐고, 자극적인 의혹이 거듭났음에도 연일 보도를 쏟아내며 채동욱 전 검찰총장을 흔들던 것과는 사뭇 다른 태도다. 게다가 유출자로 지목된 조아무개 행정국장이 원세훈 전 국정원장의 측근이라는 정보는 빠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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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시 채 전 총장은 원세훈 전 국정원장에게 공직선거법을 적용하는 문제를 두고 법무부와 대립했습니다. 결국 채 전 총장의 뜻대로 원 전 원장이 선거법 위반 혐의로 기소됐지만, 채 전 총장은 갑작스러운 혼외자 의혹에 휩싸여 5개월 만에 물러났습니다. 검찰은 혼외자 관련 개인정보를 불법으로 열어보고 유출한 조 국장이 원세훈 전 국정원장의 최측근인 점에 주목하고 있습니다." - SBS <8시뉴스>

반면 SBS <8시뉴스>는 두번째 기사 꼭지인 <원세훈 측근이 '혼외자 의혹' 관련 개인정보 유출>을 통해 상대적으로 충실한 보도를 내놨다. 국정원 선거개입 사건 수사를 시작으로, 채동욱 전 총장과 법무부 사이에 벌어졌던 대립까지 이어지는 사건의 배경도 설명됐다.

KBS·MBC는 채동욱 전 검찰총장과 관련한 보도에서 "공직자의 도덕성 검증"을 앞세웠다. 의혹과 정황뿐이더라도, 고위공직자이기 때문에 응당 이뤄져야 할 보도라는 것이다. 하지만 정작 개인정보 불법유출은 단신으로만 처리하는 두 공영방송의 보도태도를 보면, 그 엄격한 잣대가 스스로에겐 적용되지 않는지 궁금할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