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할인점 홈플러스에서 상품진열대가 쓰러져 손님과 직원이 중경상을 입은 사실이 27일 뒤늦게 알려지며 논란이 일고 있다. 부산 해운대구 홈플러스 센텀시티점에서 상품 진열대가 쓰러져 손님과 직원들을 덮친 때는 지난 20일 저녁. 이 사고로 상품진열대에 깔린 여성 직원 1명이 다리에 골절상을 입고 다른 직원 3명과 손님 3명도 크고 작은 부상을 입었다.
논란은 홈플러스 측의 사고 후 조치 때문에 커졌다. 홈플러스 노동조합 부산지역본부는 회사가 부상 상태가 심각했던 직원을 방치했다고 주장한다. 노조는 27일 오전 홈플러스 센텀시티점 앞에서 연 기자회견에서 "사고가 발생한 당시 다친 고객은 119를 불러 구급차로 병원으로 이동시키고, 상태가 훨씬 더 심각했던 직원은 사무실에 앉혀놓았다가 승용차로 병원으로 이동시켰다"며 "홈플러스 직원을 도대체 뭐로 보고 있는지 정말 회사에 묻지 않을 수 없다"고 항의했다.
이어 노조에서는 이번 사고가 상품의 위치를 바꾸고 매장을 정비하는 이른바 '리프레쉬' 중에 발생했다는 점을 들며 막을 수 있는 사고였다고 강조했다. 노조는 상품진열대가 "리프레쉬를 진행하면서 무리하게 영업을 위해 상품진열대의 한쪽만 상품을 진열하면서 반대쪽에서 받쳐주는 힘이 없어 넘어가게 되었다"고 밝혔다.
노조는 직원들의 누적된 피로도 사고에 주요한 영향을 끼쳤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저녁 퇴근전에 상품진열대의 상품을 뺐다가 새벽에 다시 진열해서 영업을 하기 때문에 홈플러스 직원들은 리프레쉬 기간에는 엄청난 피로도가 쌓이게 된다"며 사고 원인을 직원들의 피로 누적에서 찾았다.
노조 "경직된 조직 문화 문제"...사측 "노조 주장 사실과 달라"동시에 노조는 이러한 불만을 사측에 전달하지 못하는 이유가 홈플러스의 폐쇄적인 의사 결정 구조 때문이라고 비판했다. 노조는 "직원들은 위험을 느꼈지만 좋은 인사점수를 받기 위해서는 관리직원들의 지시대로 할 수 밖에 없었다"면서 "홈플러스의 조직문화는 군대보다 더 경직된 조직문화라고 알려져 있다"고 전했다.
이 외에도 노조는 회사가 직원들의 안전교육이나 소방교육, 성평등 교육 등의 의무 교육 시간을 무시하고 교육을 수료한 것처럼 서명만 받아왔다는 주장도 제기했다. 그러면서 노조는 "본사는 지역 매장의 실태를 정확히 파악하고 지금이라도 행해지고 있는 불법적인 노동행위를 당장 시정조치하고, 단체교섭에 성실히 임하여 상식적인 요구안은 즉시 받아들여 책임있는 모습을 보여 주기를 요구한다"고 덧붙였다.
안현정 홈플러스노조 부산본부장은 "14년 동안 매일 불법적인 연장근무와 의무교육 위반이 있어왔다"면서 "이번 기회를 통해 홈플러스에 노동자들이 계산하는 기계, 진열하는 기계, 청소하는 기계가 아니라고 말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홈플러스 관계자는 부상 직원을 방치했다는 주장에 대해 "부상 고객은 자기 차량으로 이동했고 다친 직원도 다른 직원이 차량으로 병원에 옮겼다"며 "이송 과정에서 직원을 방치하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또 그는 이번 사고가 무리한 영업에서 빚어졌다는 노조 측의 주장에 "노조의 주장은 사실과 다르다"면서 "개인적으로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고 짧게 답했다. 홈플러스는 이와 관련한 입장을 정리해 표명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