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교육청 소속 고등학교 교장 100여 명이 평일인 27일 오전 학교에 출근하지 않고 극우 성향으로 분류되는 조갑제 대표(조갑제닷컴)의 강연을 들었다. 더구나 이 자리에서 안양옥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한국교총) 회장은 '내년 교육감 선거에 대비하자'는 취지로 연설했다.
이날 행사는 최근 공무원이나 학생 등을 대상으로 한 수상한 안보 강연이 말썽을 빚고 있는 가운데, 현직 교장들을 대상으로 평일에 진행된 것이어서 논란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일반 교사들의 경우, 대부분 학생들의 수업이 끝난 방과후에 연수나 워크숍 등을 진행한다. 특히 특정 교원단체와 관련된 활동은 평일 근무시간에 거의 벌이지 않는다.
"정치 편향성" 논란... 교장들은 왜 조갑제에 박수쳤을까?이날 오전 9시 30분, 경기도 수원시 팔달구에 있는 경기교총 건물. 검은 양복을 입은 교장들이 행사장에 들어섰다. 한국교총 산하단체인 경기국공립고등학교장회(아래 고교교장회) 워크숍에 참석하기 위해서다.
'꿈과 끼를 키우는 학교교육 실현'이란 주제로 열린 이날 워크숍의 특강 인사 2명 가운데 한 명은 조갑제 대표였다. 다른 한 명은 유명 학원에서 강연자로 나서기도 한 영재교육 관련 인사 임아무개씨였다.
이날 오전 10시 5분, 연단에 선 조 대표는 "'천안함 폭침이 북한 소행이 아니다'는 여론조사에 30%가 응답했다"면서 "정부가 객관적이고 과학적인 국제조사, 그리고 '1번'이란 어뢰까지 보여줬는데도 이렇게 학력이 높을수록 '북한 소행이 아니다' 쪽에 답을 했다"고 아쉬워했다. 그러면서 "중졸 이하에서 건전한 판단을 하고 (중졸 이상은) 과학을 불신하는 것"이라고 몰아붙였다.
이렇게 된 원인에 대해 조 대표는 "북한이 한 것이 맞는 것을 알지만 정부와 국군이 더 미워서 엉뚱하게 그런 대답을 하는 사람도 없지 않다"면서도 "정치적 선동에 속아 넘어간 사람들도 있는데 이 게 한글 전용과도 관계가 있다"고 한글전용론 폐기를 역설했다.
최근 교학사 교과서 문제 등으로 논란이 된 역사교육과 관련 조 대표는 "역사 교육은 고마워해야 할 사람들에게 감사하기 위해서 하는 것"이라면서 "그것이 미화는 아니다"고 선을 그었다.
이어 조 대표는 "감사해야할 사람이 누구냐? 바로 1950년 6월 24일 참전을 결정한 트루먼 미국 대통령"이라면서 "백선엽 장군 말대로 대한민국은 1센티도 피를 흘리지 않고 얻은 땅은 없다, 그 고마운 사람을 우리는 기억하느냐"고 다그쳤다. 그러면서 "트루먼 동상도 없다"고 아쉬워했다.
일부 교장들은 이 같은 조 대표의 강연 내용을 수첩에 적기도 했다. 하지만 팔짱을 끼고 가만히 듣는 교장들도 많았다. '동상' 건립을 얘기하면서 조 대표는 "광화문에는 조선시대 사람들 동상만 있다"면서 "대한민국 공간인 광화문에 역대 대통령, 아니면 건국 대통령인 이승만 동상을 세우든지 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끝으로 조 대표는 통일과 관련 "북한은 짐승처럼 살고 있으니까 북한을 해방시켜야 한다"면서 "북한은 빚이 없는 나라기 때문에 흑자통일, 인수 합병하는데 부담이 없다"고 자신감을 내보였다. 그러면서 "저쪽 주장대로 '이밥에 고깃국 보장하는 것'이라면 어느 재벌 하나가 보장할 수 있는 돈"이라고 강조했다.
이날 오전 11시 21분, "자유통일이라는 위대한 결단을 내릴 수 있도록 잘 가르쳐 주기 바란다"면서 조 대표가 강연을 끝마쳤다. 참석 교장들은 일제히 손뼉을 쳤다.
하지만 이런 조 대표의 발언은 남북연합을 기본으로 가르치도록 하면서 강제 흡수통일을 내세우지 않는 내용을 담은 통일부의 <통일교육기본지침>과는 어긋난 것이다.
조 대표는 오는 29일에도 경기도의 한 지역을 방문해 고3 학생 등 500여 명을 상대로 강연할 예정이어서 '편향된 안보교육' 우려를 낳고 있다.
조 대표의 특강에 앞서 축사로 나선 이는 모두 교총 대표자인 안양옥 한국교총 회장과 장병문 경기교총 회장이었다. 안 회장이 김상곤 교육감을 비판하면서 '내년 경기도교육감 선거'에 대해 언급한 것은 말썽이 될 가능성이 있다. 진보 성향의 김 교육감은 혁신학교와 학생인권조례를 추진해 한국교총과 껄끄러운 사이다.
안 회장은 "김 교육감은 개인적으로는 합리적인데 전체적으로는 현장의 목소리에 반하는 빗나간 정책을 실현해 아쉽게 생각한다"면서 내년 6월 경기도교육감 선거의 중요함에 대해 강조했다.
안 회장은 "내년 교육감 선거에 대해 조금 더 진지하게 교원들이 고민해야 될 것 같다"면서 "교원 목소리를 반영하는, 그러한 정책이 현장에 정착되는 길은 내년 교육감 선거"라고 힘주어 말했다. 그러면서 "앞으로 (선거가) 7개월 남았다"고 한 번 더 말했다.
교장회장 "객관적 제3자 얘기 들으려고 조갑제 모신 것"
이에 대해 경기지역 교육관계자는 "정치중립성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한 시기에 교장들이 평일 학교를 빠져나와 특정 정치성향에 치우친 특강을 들은 것은 걱정스런 일"이라면서 "이런 일이 학교교육 책임자로서 적절했는지에 대해서 심각하게 따져볼 필요가 있다"고 비판했다.
이번 행사를 기획한 이덕남 고교 교장회 회장(현직 교장)은 "조 대표에게 특강을 맡긴 이유는 특정 성향에 대한 생각을 하지 않고 순수한 마음으로 객관적 제3자의 인생 선배 얘기를 들으려고 했기 때문"이라면서 "그 분을 모시면서 '그런 쪽' 얘기는 언급하지 말 것을 요청했고, 실제 내용도 그랬다"고 해명했다. 이 회장은 또 이번 행사의 성격에 대해 "창의적인 학교경영 전략 강연과 지구별 협의를 진행하는 등 교육적인 것이었다"고 밝혔다.
덧붙이는 글 | 인터넷<교육희망>(news.eduhope.net)에도 보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