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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2월 북한 3차 핵실험 관련 청와대에서 긴급 회동한 당시 이명박 대통령과 박근혜 당선인
지난 2월 북한 3차 핵실험 관련 청와대에서 긴급 회동한 당시 이명박 대통령과 박근혜 당선인 ⓒ 청와대

"박근혜 대통령이 당시에 국정원장이 전반적인 선거 개입과 정치적인 활동을 했다는 것을 알고 있었고, 용인했고, 함께 공조했다면 당연히 하야 해야죠. 또는 선거운동본부에서 김무성씨를 필두로 원세훈과 김용판 전 서울지방경찰청장 등을 포함한 사람들이 연합체가 돼서 함께 공모 시행한 범죄라면 선거 자체의 무효까지 가야겠죠."

표창원 전 경찰대 교수의 말이다. 다만 "원세훈이 혼자서 MB한테 충성을 다하기 위해서 행하다가 마지막에 MB와 자신이 살기 위해서는 야당이 집권하면 안 된다는 판단에 말미에 선거운동을 했다면" 선거 무효를 해서는 안 되는 일이라고 했다. 그렇기에 국정원 사건은 박 대통령을 위해서도 철저하게 조사하고 밝혀내야 할 사건이라고 강조했다. 이런 말도 했다.

"새누리당은 뭐예요. 찍소리도 못해요. 국정원 사건에도 함구하고, 무슨 사건이 나도 입 다물고. 그러려고 국회의원이 됐나요. 국회의원이 국민을 대변해서 언제든지 할 소리를 해야 되잖아요. 그런 부분들은 자기들한테 부메랑으로 돌아온단 말이죠...(중략)... 새누리당이나 박근혜 대통령은 이명박을 가장 강도 높게 비난하고 처단해야 됩니다. 왜? 자기들한테 그 부담을 지운 거거든요. 국민은 연결되는 새누리당과 박근혜 정권을 결국 법과 권력을 좌지우지하는 사법 망나니로 볼 수밖에 없는 거거든요."

이 책의 프로파일링 대상... 경찰, 검찰, 법원

 최근 <김영사>가 내놓은 <공범들의 도시> 표지
최근 <김영사>가 내놓은 <공범들의 도시> 표지 ⓒ 김영사
박 대통령이 "분열을 야기하는 행동을 용납하거나 묵과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히기 이전 표 전 교수가 한 말들이다. 최근 표창원·지승호가 함께 펴낸 <공범들의 도시>(김영사)에 나오는 말들이다. 책에서 여전히 박근혜 정권에 기대감을 표시한 표 전 교수는 25일 대통령의 일성을 지금 어떻게 받아들이고 있을까.

지승호씨가 프롤로그에서 밝혔듯 이 책의 '포장'은 "범죄를 통해 본 한국사회 진단"이다. 하지만 이 책이 시도하는 프로파일링 대상은 사실 경찰, 검찰, 법원이다. 더 정확히 표현하면 정치 경찰, 정치 검사, 정치적 판결이다. 이들이 우리 사회의 불신을 야기하는 '주범'이자 공감 능력이 떨어지는 '해바라기 사이코패스'들임을 이 책은 증명하고자 한다.

그래서 다소 동떨어져 보이는 '층간 소음 살인' 역시 표 전 교수에게는 부정의한 사법체계에 대한 불신과 맞물려 있는 문제다. "기득권, 권력층, 가진 자들이 의혹을 받는, 또 그들이 약자를 괴롭히거나 약자에게 피해를 입히거나, 약자를 침탈했거나 하는 사건들은 그 사회의 공적 신뢰도를 결정짓는 매우 중요한 기준"이기 때문에 유럽, 미국, 캐나다 등이 모두 엄정하게 수사한다고 전한다. 우리나라는 다르다. 그런 과오를 감당하기에 우리 사법체계는 너무 허약하다. 때문에 사회 저변에 분노가 높아진다는 것이 표 전 교수의 주장이다.

사형제도 존폐보다는 공소시효를 두느냐, 안 두느냐가 더 중요한 쟁점이란 진단도 설득력이 높다. "어느 사회가 한 인간의 생명을 얼마나 소중하게 여기느냐의 문제"이며 사회계약론에 따라 공소시효 폐지는 오히려 시민이 당연히 요구할 권리라고 강조한다. 따라서 그에게 사형제도는 "진정한 보수주의자라면" 당연히 반대해야 하는 문제다.

해바라기들... "위로부터 개혁은 사실상 불가능"

불신을 양산하는 사법체계에 대한 표 전 교수의 분노는 매우 뜨겁다. 형사체계를 비판하면서 특정 교수를 왜곡의 원인으로 서슴없이 지목하는가 하면, 전관예우 등으로 인해 "범죄 사건에 연루가 된 서민들은 몽땅 가진 놈들에게 다 빨아 먹히는 구조"라고 일갈한다. "500만원 훔친 사람에게 17년형이라는 게 말이 되느냐"며 악의 정도에서 본다면 "신창원이나 지강헌의 악은 경미한 수준"이라고도 주장한다. 사법 기능 종사자들이 형평성에 어긋나는 판결을 하면 안 된다는 것이다.

표 전 교수가 공판중심주의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것도 같은 맥락에서다. 그는 "공판중심주의는 형사소송법이 기본 원칙이다. 모든 범죄 사건과 관련된 이야기와 증거들은 공판정에 다 내놔지고, 공판정에서 다뤄져야 한다"며 "그런데 실제로는 검사가 추려서 자기가 필요한 것만 법정에 내놓고 있다"고 비판한다. 공판중심주의 국가에서 용산 참사와 같은 사례는 담당 검사가 사법 방해죄로 구속될 일이라고 목소리를 높인다.

경찰에 대한 프로파일링은 물론 더욱 치밀하다. 오원춘 사건에서 드러났듯 "우리 경찰 스펙은 세계 최고 수준이지만 112 접수는 원시적"이라며 "112와 119를 구분하고 있는 것도 말도 안 되는 짓거리"라고 비판한다. "죽음에 대한 판단은 검시관에게 줘야 한다"며 검시관 제도 개혁을 주장하는가 하면, 무죄 추정의 원칙을 정면으로 위배하는 현장 검증은 후진적인 관행이라고 못박는다.

이처럼 표 전 교수가 수사구조를 대대적으로 개혁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이유는 사실 단순하다. 그래야 시민 신뢰가 회복되고, 이를 기반으로 선진국처럼 예방 중심의 패러다임으로 전환할 수 있다는 바람에서다. 하지만 표 전 교수는 수사 구조 개혁은 현재로서는 요원한 일이라고 안타까움을 표시한다. 위만 바라보는 고위 경찰들이 포진해 있는 이상, 위로부터의 개혁은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이미 눈앞의 이익을 위해서, 자신의 승진을 위해서 많은 타협을 해 온 사람들"이기에 그렇다고 한다.

"대통령에 충성하는 1인 경찰청장이 자기 마음대로 일제 단속해, 지금부터 이거 해, 이런 방식이란 말이죠. 그러다 보면 일어나는 꼴이 뭐냐 하면 대통령이 4대악 척결 이야기하니까, 경찰청에 4대악 척결 추진본부가 만들어져요. 그러면 각 지방경찰청에 그 실적을 보고하라고 해요...(중략)... 경찰이 바쁘면 바쁠수록 국민들의 삶의 질이 높아져야 되는데, 지금은 그렇지 않아요. 경찰이 바쁘면 바쁠수록 서민들이 화를 내고, 볼멘 소리를 하고, 분노하고 있다고요."

국정원 사건 "장세동 범죄와 비교 불가, 메가톤급 범죄"

 지난 7월 <오마이뉴스> '자유시민 표창원, '국정원게이트' 최전선에 서다'란 주제로 열린 10만인클럽 특강 당시 모습.
지난 7월 <오마이뉴스> '자유시민 표창원, '국정원게이트' 최전선에 서다'란 주제로 열린 10만인클럽 특강 당시 모습. ⓒ 권우성

그래서 표 전 교수에게 가장 우선적으로 이뤄져야 할 일은 "대통령 1인이 검찰, 경찰을 주무르고, 마음대로 할 수 없는 상태"가 되는 것이다. "대통령 중심으로 한 정치권력이 사법과 경찰을 틀어쥐고 지배해야겠다는 생각을 버려야"하며 "생각을 버리는 것이 아니라 그렇게 하지 못하는 제도를 만들어놔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는 "경찰이나 검찰이 정치적 판단을 할 수 있는 구조를 혁파해야 한다"고 거듭 강조한다.

대통령과 경찰청장 사이에 경찰위원회 같은 방패막이가 있어야 하며, 자치경찰제를 통해 경찰의 지방 분권화가 이뤄져야 하고, 이해 관계를 달리할 수 있는 직위별로 경찰 내 단체 조직이 필요하다고 역설한다. "가장 계급 높은 사람이 좌지우지 할 수 없도록", "대통령을 기쁘게 하려는 생각을 못하게 만드는" 틀이 만들어져야 한다는 것이다.

이런 생각을 갖고 있는 사람인 만큼, 표 전 교수는 국정원 사건 당시 경찰 위상을 "거지같다"고 표현한다. 김용판 전 서울경찰청장은 "수사의 문외한이자, 수사해 본 적도 없는" 사람이라며, 그래서 "무리한 개입이 어떠한 문제를 야기할지에 대해서 잘 몰랐다고 볼 수 있다"고, 검찰도 같은 편이라고 오판했을 것이라는 분석을 내놓는다.

표 전 교수에게 국정원 사건은 "준법과 정의에 대한 불감증을 상징하는 사건"이다. 그는 "국정원 조직 전체를 완전히 무력화 시키고, 무능화 시키고, 파괴한 것이다. 전혀 해서는 안 될 정치적 행위를 직원 70여 명을 몰아서 하게 한 것"이란 점에서 "장세동 범죄하고도 비교가 전혀 안 되는 메가톤급 범죄"라고 못박는다. 국정원 사건 경찰 수사에 대한 그의 아쉬움이 더욱 진하게 느껴지는 대목이다.

"순경 한 사람이 수사하다가 나라가 망하더라도"

사실 국정원 사건은 대통령에게도 불행이고 '신부님'에게도 불행이다. 우리 모두의 불행이란 뜻이다. 국정원 사건에 대한 경찰 수사가 제대로 진행이 됐다면?

그래서 "경찰의 불행이 우리 모두의 불행"이며 "모두를 위해서 불행하다는 공감대가 형성돼야 한다"는 표 전 교수의 말은 가볍게 들리지 않는다. 아니, 우리는 이미 그와 같은 '진실'을 박종철 고문치사 사건을 통해 일찍이 알아차린 바 있지 않은가. 그래서 표 전 교수 표현처럼 "경찰의 힘은 곧 순경의 힘"이다.

"순경 한 사람이 수사를 하다가 나라가 망할 수도 있어요. 그 순경은 그걸 신경 쓰면 안돼요. 끝까지 수사를 해서 진실을 밝혀내야 합니다. 그렇게 해서 나라가 망할 것 같으면 망해야죠."


공범들의 도시 - 한국적 범죄의 탄생에서 집단 진실 은폐까지 가려진 공모자들

표창원.지승호 지음, 김영사(2013)


#표창원#국정원 사건#국정원?선거개입#박근혜#이명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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