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체국 집배원 2명이 목숨을 잃었다. 일주일새 연달아 벌어진 일이다. 오아무개 집배원(공주 유구우체국)은 지난 달 18일 근무 중 어지럼증과 호흡곤란으로 쓰러져 긴급 후송됐지만 사망했다. 엿새 뒤인 24일에는 우편물을 배달하던 중 오토바이 사고가 나 뇌사상태에 빠진 김아무개 집배원(용인 송전우체국)이 세상을 떠났다. 둘 다 일하는 도중 변을 당했다.
사회진보연대 부설기관인 노동자운동연구소가 지난 7월부터 작업해 최근 완성한 '집배원노동자의 노동재해·직업별 실태 및 건강권 확보방안'(공성식·김동근·이진우 연구원) 보고서는 많은 집배원들이 이 같은 중대재해에 노출됐다고 경고한다.
매일 우리에게 편지·고지서·청구서 등의 우편물을 전달해주는 집배원. 이들은 도대체 어느 정도로 재해에 노출된 것이고, 그 원인은 무엇일까.
교통사고 비율, 배달업·퀵서비스보다 ↑...10명 중 7명 "허리·어깨·무릎 아파"
우편물을 배달하다 재해를 당하는 집배원 수는 해마다 늘고 있다. 2010년 216명, 2011년 300명, 2012년 350명으로 가파르게 증가했다. 전체 집배원 수 대비 재해율(재해발생건수/평균근로자수x100) 역시 같은 기간 1.35 → 1.88 → 2.19로 계속 올랐다. 이는 한국 노동자 평균 재해율 0.59에 3.7배에 해당한다.
특히 교통사고 비율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노동자운동연구소가 우체국 집배원 246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를 보면, 우편물을 배달하다가 오토바이·차량 사고를 당한 집배원은 51%였다. 절반 이상이 교통사고를 겪은 것이다. 배달업 종사자(35.2%, 2012년 한국노동연구원), 퀵서비스 종사자(38.7%, 2010년 근로복지공단)보다 높은 수준이다.
질병으로 인한 재해에 노출된 집배원들도 많았다. 조사 대상자의 74.6%는 요통이나 어깨 결림 같은 통증을 호소했다. 당장 치료를 받아야 하는 집배원은 절반에 가까운 43.3%였다. 우편물을 분류하고 나르는 일을 하다 보니 어깨(68.5%), 허리(62%), 다리·무릎(65.4%)의 통증 정도가 높았다.
연구진은 "운수·지하철정비·자동차제조업 등 다른 업종보다도 근골격계질환 증상이 심한 것으로 나타났다"며 "집배원들은 몸 전체가 골병이 들어 모든 신체부위가 아팠다"고 설명했다.
이외에도 집배원들은 위장질환(11.6%), 고혈압(10.3%), 고지혈증(8.1%) 등도 앓고 있는 것으로 집계됐다. 연구진은 "휴식시간이 부족하고 식사시간도 15분 내외로 짧은 게 원인"이라고 분석했다.
집배원 노동시간 3364시간... 일반 노동자보다 1200시간 많아
연구진은 보고서에서 집배원의 높은 질병·사고율이 과도한 노동시간과 관련이 높다고 진단했다. "여러 요인 중에서 노동시간이 가장 중요한 요인으로 분석됐고, 특히 노동시간 증가에 따라 사고발생 위험도가 증가하는 경향을 보였다"는 지적이다.
조사결과 집배원은 한 해 평균 3364시간을 근무한 것으로 나타났다. 일반 노동자들보다 1100~1200시간 더 일한 것이다. 청구서가 몰리는 폭주기(매달 14~22일)나 특별기(명절연휴, 선거기간)에는 일일 법정 노동시간인 12시간보다 훨씬 길게 일했다. 폭주기 때는 하루 평균 13시간 6분, 특별기 때는 15시간 18분 근무했다. 반면 밥 먹는 시간을 포함한 휴식시간은 44.6분(폭주기), 37.3분(특별기)에 불과했다.
조사에 참여한 집배원 10명 중 9명(97%)는 특별기 때 법정 주당 노동시간인 60시간보다 더 많이 일한다고 답했다. 집배원들은 이 기간에 주당 평균 85시간 54분을 일했다. 일주일 동안 100시간을 일한 적이 있다는 답도 나왔다. 이들은 일반 노동자가 받는 시간당 평균 임금의 62~77% 정도를 받으며 살인적인 노동시간을 견디는 것으로 나타났다.
보고서는 과도한 노동시간이 뇌졸중·뇌경색 같은 질환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한다. 지난 2012년 '노사정 산재보험 제도개선 태스크포스'는 "뇌심혈관계질환 발병은 12주 동안 주당 평균 60시간을 초과해 일하는 것과 관련성이 강하다"고 판단한 바 있다.
이를 근거로 연구진은 "집배원 90% 정도는 1년 중 폭주기와 특별기인 23주 동안 60시간 이상 일한다"며 "뇌심혈관계질환이라는 시한폭탄을 안고 배달 업무를 수행하는 셈"이라고 진단했다.
이진우 노동자운동연구소 연구원은 "최근 계속되는 집배원들의 재해는 과도한 노동시간과 노동 강도 때문이라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며 "인력을 충원해 격무 부담을 줄이는 게 시급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