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이상 죽지 맙시다. 꿋꿋이 살아서 복귀하자!"지난해 12월 한진중공업 노동자 최강서씨가 목숨을 끊은 지 1년이 채 되지 않은 지난 달 29일. 또 다른 한진중공업 노동자 김아무개(52)씨가 목숨을 끊었다. 1일 저녁 고인을 위한 금속노조 한진중공업지회의 추모행사가, 그의 빈소가 있는 부산의료원 장례식장에서 열렸다.
추모행사에 참석한 100여명의 참석자들은 비통해했다. 흐느끼는 울음 소리와 구슬픈 노랫말이 공간을 채웠다. 먼저 참석자들은 고인의 사망 원인으로 지목된 우울증세가 회사와 깊은 연관이 있다고 강조했다.
정해금 금속노조 부산양산지부 사무국장은 "언론은 우울증 때문에 사망에 이르게 됐다고 하는데 그 우울증은 회사의 정리해고 때문에 생기게 된 우울증"이라며 "어찌 이 우울증에 국가의 책임이 없고 기업의 책임이 없단 말인가"라고 물었다.
문철상 금속노조 부산양산지부 공동대표는 "우울증이 그냥 오는 것인가"라며 "사측의 합의서 위반으로 조기 휴업을 마무리하지 않고 현장을 복귀시키지 않아 외로운 생활을 하도록 했던 책임을 사측에 분명히 물어야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어렵고 분하지만 악착같이 살아야"... 발인은 2일 노동조합장으로
박성호 금속노조 한진중공업지회장도 추도사에서 "한진중공업 자본이 노동자를 탄압하면서 그 칼날이 고인의 가슴을 내리꽂았다고 생각한다"며 "저희들은 한진 자본에 의해서 고인이 죽음으로 내몰렸다고 규정했다"고 전했다.
박 지회장은 "한진중공업 자본에게 일말의 양심이 있다면 이 투쟁이 번져가지 않도록 마음으로 고인을 편안하게 보내주는 선택을 할 것이라 믿는다"고 덧붙였다.
흐느끼는 노동자들 앞에 선 홍지욱 금속노조 부위원장은 "더이상 죽지말아달라"고 당부했다. 홍 부위원장은 "그래도 살아야하지 않겠나"라며 "살아남아야 이 지긋지긋한 잘못된 세상 한번 뒤집어 엎어지는 꼴 보지 않겠나"고 호소했다.
밀양 희망버스에 참가했다 추모행사에 참석한 쌍용자동차의 한 노동자는 고개를 숙인 노동자들을 향해 "1년전 최강서 동지를 보내고 왔을 때랑 똑같은 얼굴로 고개를 숙이고 있다"며 "그러지 말자, 어렵고 분하지만 악착같이 살아서 반드시 이 싸움 이어갔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전했다.
추모행사를 마친 고인의 장례 발인은 2일 새벽으로 잡혔다. 고인은 발인 이후 그동안 일했던 한진중공업 영도조선소를 마지막으로 돌아볼 예정이다. 1980년 한진중공업에 입사한 고인은 2011년 회사의 정리해고 이후 생계에 어려움을 겪어왔다.
한진중공업은 정리해고 노동자들에 대한 복직조치를 단행했지만 조선경기 불황 등으로 정리해고 노동자들의 현장 복귀는 아직까지 이뤄지지 못하고 있는 상태다. 한진중공업 회사 쪽은 고인의 죽음이 회사와는 직접 관계가 없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