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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채동욱 전 검찰총장의 혼외 아들 의혹 관련 개인정보의 불법유출 의혹을 받는 조이제 서울 서초구청 행정지원국장이 3일 구청에서 입장발표를 하고 있다.
채동욱 전 검찰총장의 혼외 아들 의혹 관련 개인정보의 불법유출 의혹을 받는 조이제 서울 서초구청 행정지원국장이 3일 구청에서 입장발표를 하고 있다. ⓒ 연합뉴스

채동욱 전 검찰총장이 혼외아들 의혹으로 물러난 지 두 달여 만에 청와대 사퇴 외압 논란이 다시 세간의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다. 의혹이 제기된 당시에도 청와대의 '찍어내기'라는 '심증'은 제기됐지만, 이제 그 '물증'이 실체를 드러내고 있기 때문이다. 

당시 '청와대의 채동욱 찍어내기'라는 심증은 검찰이 국가정보원 대선개입 사건과 관련 원세훈 전 국정원장과 김용판 전 서울지방경찰청장 등을 기소하면서 시작됐다. 정권의 정통성 시비를 우려해 이 사건의 철저한 수사를 원치 않은 청와대가 언론에 채 전 총장 관련 정보를 제공, 채 전 총장 '찍어내기'에 나섰다는 것이다.

새로 드러난 '물증'은 <조선일보>가 채 전 총장 아들이라고 보도한 채아무개 어린이의 가족관계등록부를 청와대의 행정관이, 그것도 의혹 제기 석 달여 전에 이미 입수했다는 사실이다.

조이제 서울 서초구청 행정지원국장에 따르면, 지난 6월 11일 자신이 구청 직원을 시켜 채아무개 어린이의 가족관계등록부를 조회한 것은 조아무개 청와대 총무비서관실 행정관의 요청에 따른 것이다. 청와대는 지난 2일 이같은 사실을 정면부인하고 나섰지만 하루 만에 "민정수석실에서 경위를 파악 중이다"라고 말을 바꿨다.

3일 조 국장은 청와대 행정관과 주고받은 문자메시지 내용까지 공개하며 구체적인 증언에 나섰다. 조 국장은 조 행정관과 총 6번 휴대전화 문자메시지를 주고받았는데, 조 행정관은 가족관계등록부 조회를 부탁하면서 채군의 이름과 본적, 주민등록번호를 조 국장에게 보냈다. 조 국장은 "조회를 했는데 주민번호 오류 메시지가 떠서 조 행정관에게 말했더니 다시 보내줬다"고 설명했다.

"진실규명 우선"이라며 보름 동안 사표수리 미룬 이유?

가족관계등록부를 통해 알 수 있는 건 채군의 아버지로 등록된 이가 없다는 내용과 현 거주지 등이다. 따라서 <조선일보>의 의혹보도가 있기 전 청와대가 채 전 총장 관련 정보를 입수했고 진위파악을 시도했을 것이라는 새로운 의혹이 제기됐다. 첫 보도 때부터 채군의 학교생활기록, 출입국기록 등이 유출된 경위에 의문이 제기됐기 때문에, 청와대 직원이 가족관계등록부 정보를 제공받은 건 수많은 정보조회 건 중 하나에 지나지 않을 가능성도 높다.

게다가 청와대 행정관이 채군의 가족관계등록부 정보를 요청한 6월 11일은 서울중앙지검 국정원 대선개입 의혹사건 특별수사팀이 원세훈 전 원장과 김용판 전 청장에게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를 적용해 기소하겠다고 발표한 날이다. 국정원 대선 개입 사건에 대한 검찰 수사와 기소가 채 전 총장 혼외아들 의혹에 대해 알아보게 된 계기가 됐을 것이라고 연관 지을 수 있는 대목이다.

 혼외아들 의혹으로 사의를 표명한 채동욱 검찰총장이 9월 30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초동 대검찰청 대강당에서 열린 퇴임식에서 직원들을 향해 인사를 하고 있다.
혼외아들 의혹으로 사의를 표명한 채동욱 검찰총장이 9월 30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초동 대검찰청 대강당에서 열린 퇴임식에서 직원들을 향해 인사를 하고 있다. ⓒ 사진공동취재단

청와대 행정관이 지난 6월 이미 채 전 총장 관련 의혹 파악에 나섰다면 지난 9월 6일 의혹 제기 뒤 청와대의 행보는 선뜻 이해하기 어려운 점이 많다. 우선, 채 전 총장이 사표를 제출한 뒤 청와대는 보름 동안이나 사표수리를 미뤘다.  

9월 6일 <조선일보>의 혼외아들 의혹 보도 뒤, 의혹이 사실무근임을 주장했던 채 전 총장은 일주일 만인 13일 사퇴의사를 밝혔다. 이날 법무부가 채 전 총장에 대한 감찰에 착수했다고 발표했고 감찰을 받는 상태에선 검찰총장직을 수행할 수 없다는 게 사퇴 이유였다.

그러나 청와대는 '진실규명이 우선'이라며 사표수리를 유보했다. 같은 달 27일 법무부가 진상조사 결과를 발표하기까지, 채 전 총장이 임아무개 여인의 술집에 자주 갔고 임아무개 여인이 검찰 청사에 찾아와 채 전 총장의 부인을 사칭하기도 했다는 등의 사례가 감찰 내용이라며 언론보도를 타기도 했다. 최초로 의혹이 보도된 지 22일 만에, 채 전 총장이 사퇴의사를 밝힌 지 보름이 다 돼서야 청와대는 사표를 수리했다.

검찰, 조 행정관 소환 및 조이제 국장 재소환 검토

그러나 지난 6월 청와대가 의혹 관련 정보 파악에 이미 나섰다는 점에서 진실규명을 이유로 사표수리를 미뤘다는 점은 이해하기 어렵다. 진실규명의 '몸통'인 친자확인도 안 된 상황이었다. 결과적으로 청와대가 채 전 총장의 사표수리를 미뤄 법무부의 감찰 내용으로 채 전 총장이 망신을 당한 셈이다.

더 이해하기 어려운 점은 의혹이 최초로 보도된 다음 날인 9월 7일 청와대가 서초구청에 공문을 보내 채군의 가족관계등록부를 조회한 일이다. 6월에 이미 파악한 정보를 정식절차를 밟아 다시 파악에 나선 꼴이기 때문이다. 지난 6월의 정보조회에 대해 제기될 수 있는 불법성 논란을 사전에 차단하기 위한 조치일 가능성이 높다.

민정수석실이 아니라 청와대의 시설과 예산을 관리하는 총무비서관실에 재직하고 있는 조 행정관이 채 전 총장 관련 의혹 파악에 나선 점도 쉽게 이해할 수 없는 부분이다. 자신의 업무와 아무런 연관도 없는 일을 행정관이 상부 지시 없이 나서서 했다고 보기는 어렵다.

청와대가 지난 6월 채 전 총장 관련의혹에 대한 정보를 수집한 정황이 드러난 가운데 검찰은 개인정보유출 의혹에 대한 수사를 계속한다는 입장이다. 3일 서울중앙지검 형사3부(부장검사 장영수)는 채군의 가족관계등록부 조회와 관련, 필요하다면 조이제 국장을 재소환하거나 조아무개 행정관을 소환한다는 방침이다.

하루 전 취임한 김진태 검찰총장은 검찰의 정치적 중립에 대한 시비를 불식시키겠다는 의지를 천명했다. 청와대 민정수석실에서도 관련 경위 파악에 나선 가운데, 검찰이 얼마나 납득할 만한 수사결과를 내놓을지 주목된다.


#조이제#채동욱#청와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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