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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1일 부산에서 있었던 아이유 콘서트 장면입니다.
지난 1일 부산에서 있었던 아이유 콘서트 장면입니다. ⓒ 임현철

"아빠, 내 친구들이 '넌 좋은 부모, 좋은 아빠 뒀다'고 부럽대."

지난 5일 저녁 먹으며 딸이 한 말입니다. 아닌 밤중에 홍두깨였습니다만 아주 기분 좋은 말이었습니다. 한편으로 '내가 좋은 아빠 맞나?' 생각해 보니 바로 '그렇다'고는 대답 못하겠더군요. 다만, 좋은 아빠가 되려고 노력하는 아빠랄까. 딸 입에서 '좋은 아빠'라는 말이 나오기까지 무슨 일이 있었는지 들려드리겠습니다.

마이클 잭슨 공연 원했던 엄마... 아이유 바라는 딸

"아이유 콘서트에 가게 해줘요."

지난 10월 말, 중학교 3학년 딸이 며칠 동안이나 저를 졸랐습니다. 아이유 콘서트는 12월 1일이었습니다. 빨리 예매를 해야 좋은 자리를 잡을 수 있다나요. 고민했습니다. 뭐든 쉽게 허락하면 그냥 되는 줄 알기에 뜸을 들일만큼 들였습니다.

"콘서트 비용은 얼마인데?"
"A석은 9만9000원. B석은 8만8000원. C석은 7만7000원."

용돈 모아둔 것도 없는 딸이 10만 원에 육박하는 A석을 고집했습니다. 이왕 볼 거면 아이유가 잘 보이는 가까운 곳에서 보고 싶다는 겁니다. 이해는 되더군요. 그런데 문제는 비용 충당 방법이었습니다. 한푼도 없는 딸이 어디서 이런 얼토당토 않은 용기가 생기는지, 나 원 참.

웃음이 나더군요. 저는 콘서트를 보러 다닌 경험이 없었습니다. 하지만 아내는 있더군요. 20세기 마이클 잭슨 내한공연 때 서울까지 보러갔다고 합니다. 마이클 잭슨 콘서트를 보고 문화 충격을 받았다나. 그러고 보면 딸이 엄마를 닮은 겁니다. 그랬던 아내가 아이디어를 냈습니다.

아빠, 부산에 데려다 줄 수 있어?

 딸은 아이유 콘서트 티켓을 사기 위해 한 달 넘게 집안 일 아르바이트를 했습니다.
딸은 아이유 콘서트 티켓을 사기 위해 한 달 넘게 집안 일 아르바이트를 했습니다. ⓒ 임현철

"너 아이유 콘서트 가려면 한 달 간 집안일 아르바이트 해서 스스로 돈을 모아서 가는 수밖에 없겠다."

딸은 여전히 투덜거렸습니다. 보내주려면 쿨하게 보내주길 바랐던 모양입니다. 그렇게는 안되죠. 왜냐? 세상만사가 자기 마음대로 되면 사람들이 뭐 하러 애쓰고 노력하겠습니까. 땀 흘린 뒤에 오는 성취감을 알아야 인생의 참 맛을 알게되지 않을까요.

"어디서 콘서트 하는데?"
"부산에서요."

헐. 여수에서 부산까지 오가는 시간만 6시간 이상입니다. 또한 친구 몇 명이 함께 간다고는 하지만 쉽지는 않은 일. 딸과 협상 끝에 A석으로 예매하고, 집안일 아르바이트를 하기로 했습니다. 어떻게 부산까지 갈지는 나중이 이야기하기로 했습니다.

딸이 집일을 도맡아 하니 편하더군요. 그런데 시간이 지날수록 일을 시키기가 힘들었습니다. 하기 싫다고 우기는 날도, 그냥 무시하고 넘어가는 날도 있었습니다. '너 이러면 콘서트 가는 거 취소해 버린다'는 말이 입밖으로 나올 정도였습니다. 겨우 겨우 넘어갔는데, 문제가 생겼습니다.

"아빠, 부산 콘서트장에 데려다 줄 수 있어?"
"다른 친구 부모들에게 부탁 좀 하지?"

"다른 친구들은 아이유 콘서트에 못 가. 집에서 허락 안 했대."
"허허~. 생각 좀 해보자."

친구들과 간다해 허락했더니만 혼자라니…. 이때부터 딸의 애교가 작렬했습니다. 중3 딸의 코맹맹이 애교에 깜빡 넘어갈 뻔했던 게 한두 번이 아니었습니다. 꾹 참고 속 태우기 작전이 계속됐습니다. 콘서트 이틀 전이 돼서야 "아빠가 데려다 줄게" 허락했습니다.

"아빠, 고마워! 아빠도 같이 콘서트 보자!"

 딸에게 선물한 아이유 포토북입니다.
딸에게 선물한 아이유 포토북입니다. ⓒ 임현철

허락을 얻어 낸 딸은 기고만장했습니다. 딸은 학교에서 유일하게 아이유 콘서트에 가는 '부러움의 대상'이 됐는데, 거기에 아빠 차까지 타고 편하게 간다는 사실에 기쁨이 두 배가 됐나 봅니다. 제가 '좋은 부모' '좋은 아빠'가 된 사연은 여기서부터 출발했습니다. 이건 뒤에 차차 말씀드리기로 하죠.

"딸과 둘이 데이트 잘해요."

아내의 배웅 속에 지난 1일, 딸과 둘이 부산의 아이유 콘서트 장으로 향했습니다. 차가 막힐 걸 예상하고 조금 일찍 나섰습니다. 3시간여를 쉼 없이 재잘거리는 딸의 애교에 기분이 흐뭇해졌습니다. 이럴 때 아니면 이런 흐뭇함을 언제 맛보겠습니까. 작은 행복이었습니다.

콘서트장에 도착하니 시작 시각까지 두 시간 정도 남았더군요. 밖에는 벌써 많은 이들이 대기하고 있었습니다. 딸이 사진첩 사려고 용돈을 모았다는데 이럴 때 기분 쓰는 것도 좋겠다 싶어, 아이유 사진첩 등을 사줬습니다. 작심하고 크게 인심을 쓴 셈입니다.

"아빠, 고마워! 아빠도 같이 콘서트 보자!"

딸의 감사 표현도 행복이었습니다. 이른 저녁을 먹은 뒤 현장에 와 보니 입장을 기다리는 줄이 엄청 길더군요. 아이유 팬들은 남녀노소 구분이 없었지만, 젊은 남자가 많긴 많더군요. 딸이 콘서트장 안으로 들어갔습니다. 저는 차에서 책읽기에 돌입했습니다.

"아이유 언니랑 눈이 딱 마주쳤는데, 심장이..."

 아이유 콘서트 현장에서 포토 타임이 따로 주어졌다더군요.
아이유 콘서트 현장에서 포토 타임이 따로 주어졌다더군요. ⓒ 임현철

3시간을 기다리는데 장난이 아니더군요. 눈도 침침하고, 시간이 더디 갔습니다. 목욕탕으로 내달렸지요. 현장으로 오는 길에 인파가 빠지는 모습이 보이더군요. 걸음을 서둘렀습니다. 한참 기다려도 딸은 감감무소식. 휴대전화도 꺼져 있었습니다. 뒤늦게 전화가 한 통 걸려왔습니다.

"아빠, 나 아이유 언니 가는 거 보고 차로 갈게."

딸의 목소리는 벅찬 감격에 차 있었습니다. 그런 딸에게 악을 쓰며 '빨리 와!'라고 할 수는 없었지요. 입구로 갔더니, 아이유 차 근처에 팬들이 빙 둘러 있었습니다. 갑자기 환호성이 터졌습니다. 마침내 아이유가 나온 것입니다. 작고 앙증맞은 아이유가 눈앞에서 팬들에게 손을 흔들며 웃었습니다.

"아빠, 콘서트에 정말 잘 왔어. 아이유 언니랑 눈이 딱 마주쳤는데, 심장이 멎는 줄 알았어. 너무 감동적이야."

떨리는 가슴 부여안고 콘서트 본 소감을 감격하며 말하는 딸이 제겐 더 감동이었습니다. 딸은 가슴에 미래의 커다란 희망 하나를 넣어두고 있었습니다. 그 모습을 보니 돈과 시간 투자가 보람스럽게 느껴졌습니다. 이거면 됐지, 뭘 더 바라겠습니까.

집으로 오는 내내 딸은 재생 필름처럼 콘서트 현장을 설명해줬습니다. 설명만 듣고서도 현장에 다녀온 것만 같은 착각이 들 정도였습니다. 그 말속에는 자신이 바라고 원하는 것을 이뤄낸 작은 성취감이 녹아 있었습니다. 보고만 있어도 흐뭇했습니다.

딸에게 '좋은 아빠' 소리 듣게 된 이유

아이유 콘서트가 끝나고, 5일 저녁 딸과 삼겹살을 먹던 중, '좋은 아빠' 소리를 듣게됐습니다.

"딸. 근데 친구들이 왜 좋은 아빠라고 한 거야?"
"자기 아빠들은 무슨 콘서트냐며 못 가게 했는데, 아빠는 콘서트에도 보내주고…. 또 데려다 주기까지 했다고 엄청 부럽대."

49년을 사는 동안, 이렇게 기분 좋은 소리는 또 처음입니다. 괜히 어깨가 들썩~. 그동안 '좋음'을 야금야금 까먹었던 아빠였지만, 한순간 만회한 느낌이랄까. 아무튼, 한 번에 '대박'쳤습니다. 딸은 요즘 기분이 무척 좋아졌습니다. 자고 있는 딸의 모습이 이렇게 예쁠 수가…. 좋은 희망의 꿈을 꾸길 바랍니다!

'사랑한다, 우리 딸!'

 아이유 콘서트에 게스트도 있었다네요.
아이유 콘서트에 게스트도 있었다네요. ⓒ 임현철

덧붙이는 글 | 제 블로그에도 올릴 예정입니다.



#딸#아이유 콘서트#아르바이트#데이트#좋은 아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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