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 손수조 미래세대위원장, 이준석 전 비상대책위원 등 이른바 '박근혜 키즈'로 불리던 인사들이 잇달아 정부·여당에 쓴소리를 쏟아내 주목된다. 지난해 총선 당시 새누리당 비대위원으로 참여했던 김종인 전 새누리당 국민추진위원장과 이상돈 중앙대 명예교수에 이어 이들 청년대표들마저 박 대통령에게 등을 돌리는 형국이다.
손수조, 새누리당에 배신감 토로... 이준석도 쓴소리 가세손수조 미래세대위원장은 8일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새누리당에 대한 배신감을 토로했다. 손 위원장은 우선 "이제 '미세위(미래세대위원회)'라는 이름도 보내고 2013년도 보낸다"면서 "지난 1년간 전국 방방곡곡을 다녔고, 우리의 꿈을 키우며 우정을 쌓으며 차비도 많이 쓰고 욕도 많이 들었다. 그렇게 치열하게 했고, 승리도 이뤄냈다"고 소회를 밝혔다.
미래세대위원회는 중앙당 청년위원회 산하 조직으로 지난해 대선 때 2030세대 표심 공략을 위해 발족했다. 첫 위원장을 맡은 손 위원장은 최근 임기 만료로 위원장직에서 물러났다. 문제는 후임 위원장에 미래세대위에서 활동하지 않은 외부 인사가 내정된 것으로 알려졌다는 점이다. 일각에서는 손 위원장 중심의 미래세대위원회가 청년위원회와의 힘겨루기에서 밀린 것 아니냐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실제 손 위원장은 이날 "정이 들었고 지키고 싶었던 우리의 미세위, 그러나 새누리당은 이러한 청년의 열정을 결국은 허망함으로 돌려주고야 말았다"고 날을 세웠다.
손 위원장은 이어 "기존 위원들의 의견을 무시한 낙하산 인사를 강행하고, 일부 지역에서는 미세위를 해체시켰다"며 "윗선이 바뀌면 모든 구성원들의 판을 갈아버리는 현재의 시스템으로는 새누리당에 남아 있을 올바른 청년은 없다고 본다"고 비판했다. 당내 일각의 미래세대위원회 무력화에 대한 반발이다.
그는 특히 "청년은 당 안에서 교육받고 길러져야 한다, 쓰고 버려지면 안 된다"며 "새누리당이 청년에 대한 관심을 끊는다면 열정을 바친 청년들에게 등 돌린다면, 새누리당의 미래는 어둡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지난해 총선 당시 청년위원으로 화려하게 스포트라이트를 받으며 '박근혜 키즈'의 상징으로 떠올랐던 이준석 전 비대위원도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정부·여당을 에둘러 비판했다.
드라마 <불멸의 이순신>을 언급한 이 전 비대위원은 드라마 성공요인으로 "군졸들 하나하나에게 이름을 주고 그들의 역할을 묘사해 나갈 수 있었기 때문"이라고 운을 띄웠다. 그는 이어 "이순신의 결단이 틀렸으면 그에 정면으로 반박하기도 하고 그래야 그게 사람 사는 세상의 투영"이라며 "만약 군졸 1부터 150까지 모두 김명민(이순신 역) 밑에서 아무 역할 없이 '자앙군~' 하는 역할만 있었다면 재미있는 사극이었을 리 없다"고 말했다.
박 대통령이나 새누리당에 대한 직접적인 언급은 없지만, 청와대만을 바라보며 '상명하복'의 태도만을 취하고 있는 현 여권의 행태를 빗댄 것으로 해석된다. 실제 국가기관의 대선개입 사건 등으로 국정 난맥상이 심화되고 있지만,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는 박 대통령을 향해 여권의 누구도 비판의 목소리를 내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지난해 총·대선 당시 이 전 비대위원과 손 위원장의 활약이 누구보다 지대했다는 점에서 이들의 '일탈'은 예사롭지 않다. 실제 박 대통령이 지난 대선에서 30%가 넘는 청년층으로부터 지지를 받을 수 있었던 것은 이 두 사람의 상징성에 힘입었던 것으로 분석된다.
'토사구팽' 김종인, 박 대통령과 결별 수순... 이상돈 "이런 식으로 4년 더 못 가"이준석 전 위원 등과 함께 난파 위기에 처한 '박근혜호'를 구사일생시키며 총·대선에서 승리로 이끌었던 전 비상대책위원들도 속속 박 대통령에게 등을 돌리고 있다. 이들 중 좌장이었던 김종인 전 위원장이 대표적이다.
김종인 전 위원장은 최근 탈당을 선언하며 사실상 박 대통령과의 결별 수순에 돌입했다. '박근혜 키즈'가 지난 대선에서 '박근혜 후보'를 대신해 젊은층을 공략했다면 김종인 전 위원장은 경제민주화를 상징하며 중도층의 표심을 집결시켰다고 평가받았다. 김 전 위원장의 경제민주화 프레임은 야권의 선거전략을 무력화시키며 대선 일등공신이 됐다. 하지만 박 대통령은 그를 철저히 공직에서 배제시켰다. '토사구팽'의 대표 사례가 된 셈이다.
김 전 위원장은 지난 6일 CBS 라디오와의 인터뷰에서 "내가 할 일은 다 했으니까 이미 작년부터 언제 (당을) 나갈까 생각한 것"이라며 "당에 있어야 할 일도 없는 사람"이라고 말했다. 박 대통령이 사실상 경제민주화를 포기하자, 강한 실망을 드러낸 것이다.
비상대책위원장 자리를 맡아 지난해 총선 승리를 이끈 것은 물론, 비대위 체제가 대선 체제로 전환된 뒤에도 당 정치쇄신특별위원으로 활동하면서 박 대통령의 대선 승리를 도운 이상돈 교수. 그 역시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비판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그는 같은 날 라디오 인터뷰에서 "박근혜 대통령이 2012년 한 해 동안 많이 내세운 정치쇄신, 경제민주화, 강도 높은 검찰개혁, 100% 대한민국(통합), 이런 것이 대선 이후에는 그다지 지켜지지 못하고 있지 않느냐, 퇴색된 게 아니냐 그런 생각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국정의 전반적인 기조가 이렇게 대립적으로 가서는 안 되는 게 아닌가 생각하고 있다"며 "이런 식으로 4년을 더 가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본다, 정권 실패가 아니라 국가 실패로도 갈 수 있다"고 경고했다.
김종인·이상돈·이준석 전 비대위원 3인방에 이어 손수조 위원장까지, 이들이 차지했던 상징성을 감안한다면 박근혜 대통령으로서는 부담이 한층 더 커질 수밖에 없다. 이와 관련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더 큰 문제는 이들의 빈자리를 '공안통치'가 채워가고 있다는 점"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