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사다난했던 2013년 12월도 저물어 갑니다. 올해는 호박이 풍년이라, 늙은호박 50개가 시골집 구들방에서 뒹굴고 있어요. 여름내 우거진 풀 속에 숨어 있어 호박의 생사조차 잊고 지냈는데요. 어느덧 가을이 오고 풀들이 마르고 나자 잘 익은 호박들이 여기저기에서 제모습을 드러내더군요.
올해가 가기 전에 제가 나름대로 개발한 웰빙 호박죽으로 직장 동료들과 호박죽 파티를 했답니다. 자, 저만의 웰빙표 호박죽 만들기를 공개합니다.
우선, 잘 익은 호박 한 개를 가져다가 껍질을 벗긴 다음에 적당한 크기로 자릅니다. 큰솥에 앉히고 물을 적당히 넣은 다음에 불 위에서 푹 삶습니다.
늙은 호박의 붉은 노란색에는 베타카로틴, 비타민 A가 풍부해서 피부미용 및 시력향상에 좋다고 합니다. 호박은 산후 부기와 항암작용, 다이어트 식품으로 인기가 있는데요. 그 활용법 또한 다양해서 호박김치, 호박엿 등 한국인의 기호에 맞는 식품이 개발되고 있습니다.
올해 시골집에서 유기농사로 지은 서리태콩과 호박 고구마, 단호박을 준비합니다. 찹쌀은 이웃집에서 구매하였습니다. 찹쌀은 물에 담가 불렸다가 삶습니다. 찹쌀은 비타민D 등 풍부한 광물질로 뼈를 튼튼히 해주고 불균형한 영양소 조절을 해주며 소화기관이 약하고 냉한 소음인 체질에 좋다고 합니다.
단호박과 호박 고구마는 손질을 한 다음에 가로세로 1cm 크기로 적당히 자릅니다. 고구마는 비장과 위를 튼튼히 하고 혈액순환 효과가 있으며 비타민B와 카로틴, 미네랄이 풍부해서 허약체질개선에 도움이 된다고 합니다.
호박이 푹 삶아지면 국자로 휘휘 저어서 물과 잘 섞이게 으깹니다. 그리고 호박죽을 졸이는 것처럼 끓입니다. 푹 삶은 늙은 호박즙을 한잔 먹었더니 속이 시원해집니다. 호박향과 맛이 뛰어납니다. 한겨울에 따끈한 호박 차 한잔으로 겨울 감기를 예방할 수 있을 것 같네요.
물에 하루 정도 불린 붉은 팥과 검정콩은 각각 압력 밥솥에서 물렁하게 삶습니다. 붉은 팥은 체내에 쌓이는 지방을 제거하여 성인병 예방과 시력이 감퇴하는 것을 방지한다고 합니다. 서리태콩과 붉은 팥이 잘 삶아졌네요. 팥과 콩을 먹어보니까 햇곡식이라 그런지 그냥 먹어도 달고 고소합니다.
서리태 콩에 함유된 레시틴은 두뇌 활동을 활발하게 하고 이소플라본은 골다공증 예방과 각종 여성 암 예방에 좋다고 해요. 신장에 좋아서 혈액순환을 원활히 하고 혈중 콜레스테롤을 낮춘다고 합니다.
삶은 팥, 검정콩, 찰밥 그리고 깍둑 썬 단호박과 호박 고구마를 준비했어요. 늙은 호박을 끓이던 솥에 고구마를 넣습니다. 호박고구마도 함께 넣어요. 고구마와 호박을 넣고 한소끔 끓인 다움, 삶은 팥과 검정콩을 넣어요. 그리고 찰밥도 넣습니다.
드디어 올해 수확한 햇곡식들이 모두 모였네요. 식성대로 소금과 약간의 설탕을 가미하면 맛있는 웰빙 호박죽이 완성됩니다.
호박죽은 준비물들을 따로 익힌 다음에 마지막에 섞어야 고유의 맛과 형태를 그대로 유지하면서 환상적인 맛을 냅니다. 특히 검정콩과 붉은 팥은 하루동안 충분히 불린 다음에 압력솥에 푹 삶아야 하는데요. 형태를 그대로 유지하는 게 중요합니다. 찹쌀도 마찬가지로 물에 불려서 삶아야 좋습니다.
국자로 저어가며 호박죽을 끓입니다. 한 아름 정도 되는 호박과 올해 시골집에서 수확한 여러 가지 햇곡식들을 넣고 끓이니, 한 솥이 되었습니다.
저희 이웃동료들이 수십 명이나 되는지라, 종이컵에 담아서 돌려가며 먹고 또 먹고... 따끈한 호박죽으로 화기애애한 시간을 가져봅니다. 제가 귀촌하여 직접 농사지은 곡식으로 이렇게 호박죽을 만들어 먹으니 즐거움 또한 배가 되네요. 작년부터 이맘때면 호박죽을 만들어 이웃들과 먹는 즐거움을 누리고 있어요. 올 연말, 사랑과 정성이 깃든 호박죽을 나눠 먹었으니, 따뜻한 겨울을 맞이할 수 있을 것 같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