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 오후 부산역 광장은 빗소리와 철도노동자들의 함성 소리로 가득 찼다. 겨울비와 함께 파업에 돌입한 철도노조는 이날 오후 2시부터 영남권 철도노동자 총파업 출정식을 부산역 광장에서 열었다. 광장을 채워 앉은 2천여 명의 철도노동자들은 "철도 민영화 반대" 등의 구호를 쉼없이 외쳤다.
"이제는 전쟁이다."이상진 민주노총 부위원장이 주먹을 쥐며 말했다. 이 부위원장은 "철도만이 아니란 것을 동지들이 더 잘 알고 있을 것"이라며 "철도가 뚫리면 국민연금이 뚫리는 것이고, 수도, 전기, 모든 의료가 재벌들 손에 넘어가게 되어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철도노조의 파업을 지지하기 위해 달려온 노동단체와 정당의 지지 발언이 줄을 이었다. 철도노조 조합원이기도 한 김재하 민주노총 부산본부장은 민주노총 차원의 적극적인 지원을 약속했다.
김 본부장은 "민주노총 지역본부는 전 조직력을 가동해서 동지들의 투쟁을 적극적으로 선전하고 지지엄호 할 것"이라면서 "(수서발 KTX 운영회사 설립) 이사회가 끝나고 난 뒤 철도공사는 이사회가 통과됐으니 어쩔 수 없다고 하겠지만 이사회 결정은 다시 열어서 바꾸면 된다"고 강조했다. 철도노조는 코레일과 정부가 추진하는 수서발 KTX 운영회사를 사실상의 민영화로 판단하고 있다.
"철도 민영화 못 막으면 가스·전기도 민영화 될 것"
민주당과 통합진보당, 정의당, 노동당 등 야당도 철도노조의 파업을 지지하고 나섰다. 나란히 무대에 오른 고창권 통합진보당 부산시당 위원장과 서영아 노동당 부위원장은 "승리할 때까지 함께 하겠다"고 말했다. 서 부위원장은 "철도 민영화를 막아내지 못한다면 가스와 전기도 줄줄이 민영화 될 것"이란 우려를 덧붙였다.
정부가 이들의 파업을 불법으로 규정하고 강력대처를 공언한 상태에서 영남지역 철도노조 파업을 이끌게 된 이용석 철도노조 부산지방본부 쟁의대책위원장은 국민들의 이해와 동참을 호소했다. 이 위원장은 기차를 이용하기 위해 역으로 향하는 시민들을 향해 "열차가 멈춰 불편하겠지만 불가피한 선택임을 양해해 달라"면서 "국민 대다수가 반대하는 철도민영화를 기어코 막아내겠다"고 다짐했다.
이 위원장은 파업에 참가한 노동자들을 향해서는 "부산지방본부는 5개 지방본부 중 가장 강력하고 위력적으로 투쟁 명령을 결사적으로 사수할 것"이라면서 "국민의 명령에 따라 대오 이탈 없이 끝까지 싸워 이기자"고 말했다.
철도노조는 출정식을 시작으로 10일은 코레일 이사회 저지를 위한 항의방문, 11일 민주노총 총파업 등을 함께 해 나갈 계획이다. 부산에서도 11일 민주노총 총파업 결의대회가 열리고 촛불집회가 이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