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대체 : 10일 낮 12시 13분]
한국철도공사(아래 코레일)이 10일 오전, 논란이 됐던 수서발 KTX 법인 설립을 의결했다. 이에 전날 총파업에 돌입한 전국철도노동조합(아래 철도노조)은 "철도 민영화의 신호탄"이라며 강력 반발했다. 코레일이 철도노조 파업 참가자 전원에 직위 해제 등 강경하게 대응하고 있는 가운데, 이날 결정으로 파업 후폭풍이 거셀 것으로 보인다.
코레일 "민영화 아닌 계열사의 하나"
이날 오전 11시 최연혜 코레일 사장은 서울 용산구 동자동 서울본부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코레일 이사 12명이 '수서 고속철도 주식회사 설립 및 출자계획'을 전원 동의로 의결했다"며 "코레일의 계열사로 출범하게 됐다"고 밝혔다.
최 사장은 수서발 KTX는 민영화가 아닌 코레일 계열사의 하나로 코레일 경쟁력 강화에 기여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 파업 중인 철도노조원의 현업 복귀를 호소했다. 아울러 경영혁신을 위한 강도 높은 자구 노력도 예고했다.
이같은 결정에 따라 코레일은 수서발 KTX 운영법인 초기 자본금 50억 원을 전액 출자하게 된다. 또 향후 자본금을 800억 원으로 늘려 전체 지분의 41%(328억 원)를 확보하기로 했다. 나머지는 정부·공공기관·지자체 등 공공자본에 넘길 예정이다.
2015년 개통하는 수서발 고속철도는 경부선 서울역 등이 아니라 서울 강남 수서역에서 출발하는 노선이다. 철도노조는 적자에 시달리는 코레일이 별도 회사를 설립할 필요가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철도노조 "밀실, 날치기 이사회 결정은 무효"
이날 결정에 앞서 철도노조 조합원 1000여 명은 오전 9시부터 서울본부 앞에서 집회를 열어 이사회 의결 강행을 규탄했다. 애초 이날 이사회는 오전 10시에 열릴 예정이었지만 노조와의 충돌을 피하기 위해 한 시간 앞당겨 진행됐다. 경찰 21개 중대 1200여 명의 병력은 만일의 사태에 대비했다.
이사회 의결 소식이 전해지자 김명환 철도노조 위원장이 삭발을 단행했다. 삭발 후 김 위원장은 "졸속적인 밀실, 날치기 이사회 결정은 무효"라며 "이사회 결정을 철회하고 주식회사 설립을 당장 중단하라"고 외쳤다. 이어 김 위원장은 "철도 노동자는 비열한 행동에 결코 굴할 수 없다"며 "준비된 투쟁 결의와 단결력으로 맞받아치고 일어나야 한다"고 말했다.
이 자리에서 권영길 전 민주노동당 의원은 "오늘 이사회 결정은 청와대가 철도 노조 파업을 이용해 정권을 유지하려는 고도의 술책"이라며 "결정 폐지하고 공공성 강화해 국민의 철도로 거듭나게 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경자 민주노총 부위원장도 "이사회가 도둑고양이처럼 몰래 의결한 것은 국민들 반대를 알기 때문"이라며 "국민의 철도를 팔아먹은 이사들은 을사5적으로 역사에 심판 받을 것"이라고 규탄했다.
철도노조는 이날 오후 7시 서울역광장에서 922개 단체 원탁회의가 주관하는 철도민영화 저지 범국민 촛불대회를 연다. 또 오는 14일 오후 3시 같은 자리에서 철도 민영화 범국민 저지대회를 열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