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 오후 류코쿠대학 국제문화학부 동아시아문화 수업시간(담당 서광휘 교수)에 나가사키 매장문화재 센터 후루사와(古擇義久) 선생님 초청강연이 있었습니다. 후루사와 선생님은 5년 전부터 이키시마(壹岐島) 섬에 있는 나가사키 매장문화재 센터에 근무하시면서 하루노츠치 유적을 비롯한 이키섬 주변의 고고학 발굴조사에 심혈을 기울여 오셨습니다.
이키섬은 한반도 부산과 일본 후쿠오카 사이에 있는 섬입니다. 이키섬에서 남으로 가라츠까지는 20 km, 북으로 츠시마 섬까지는 50 km 정도 떨어져 있습니다. 이키섬은 남북 17 km. 동서 15 km 크기로 섬 넓이는 1286 ㎢, 인구 약 3만 명이 살고 있습니다.
이키섬은 중국 서진 때 진수가 쓴 삼국지 위지 동이전 왜인전에도 일지국(一支國)으로 나올 만큼 오래전부터 알려진 섬입니다. 이키섬은 예로부터 농사를 짓는 사람이 사는 마을은 재(在)라고 하고 고기를 잡아서 생활하는 사람들의 마을은 우라(浦)라고 확실히 구분되어있습니다.
이키섬에 있는 하루노츠지 유적에서는 유적과 유물이 발견되었습니다. 이곳은 후카에다하라 평야라고 불리는 곳으로 면적은 약 100㏊에 이르며 표고 9-18m 의 현무암 지대를 중심으로 표고 5-7m 지역에 이르기까지 많은 유적이 발견되었습니다.
이곳은 세 겹으로 둘러쳐진 환호취락으로 마을 안에는 수혈식 주거지, 제사터, 논밭, 선착장, 호안 시설, 무덤 등 다양한 시설이 발견되었습니다. 그리고 이곳에서 출토된 유물은 토기류, 목기류, 농기구, 불에 탄 알곡, 동물뼈, 물고기를 잡는 도구, 동물을 잡는 도구, 동물 뼈로 만든 방직 도구, 구리로 만든 화살촉을 비롯한 무기, 저울 추, 꾸미개, 제사도구 등 유물 수 만 점이 나왔습니다.
하루노츠지 유적에서 출토된 많은 유물 가운데 한반도와 관련된 것을 몇 가지 소개하고자 합니다. 먼저 이곳에서 나온 인면석을 들 수 있습니다. 이것은 부산 동삼동 바닷가 조개껍질 더미에서 나온 조개껍질과 비슷합니다. 부산에서 나온 조개껍질은 두 눈과 입 부근에 구명에 뚫려 있지만 하루노츠지 유적에서 나온 인면석은 눈 위에 눈썹이 그려져 있습니다.
인면석이나 조개껍질에 그려진 사람얼굴이 무엇에 사용되었고, 왜 만들어졌는지 확실하지는 않습니다. 다만 이것이 제사나 축제 등 종교행사에 사용되었을 것으로 보입니다. 왜냐하면 지금도 종교의례를 행할 때 얼굴에 가면을 쓰는 일이 많기 때문입니다.
다음으로 들 수 있는 것이 동물뼈입니다. 특히 동물뼈를 불에 태워서 점을 치는 일은 시베리아 무당들을 비롯한 중국, 한반도 등에서 흔히 볼 수 있습니다. 그런데 이곳 하루노츠지 유적에서도 많은 동물뼈가 나왔습니다. 그밖에 토기나 청동칼, 나무 그릇 등 한반도와 관련된 유물은 수없이 많습니다. 이것들은 오래전부터 한반도와 이키섬 사람들은 빈번히 많은 교류를 했다는 사실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특히 하루노츠지 유적에서 발굴된 토기에 새겨진 용무늬 그림은 용이 겨울철에는 복룡으로 잠들어 있다가 농사철이 되면 천둥 번개가 칠 때 하늘로 올라가 비를 몰고 오는 승룡이 된다는 사실이 그려져 있습니다. 이런 그림으로 보아 오래전부터 문화의 전파와 전래는 단순히 물건의 이동에 그치지 않고 사상이나 정신도 더불어 전해졌다는 사실을 말해 주고 있습니다.
덧붙이는 글 | 박현국 기자는 일본 류코쿠(Ryukoku, 龍谷)대학 국제문화학부에서 주로 한국어를 가르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