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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샌프란시스코 골든 게이트 브리지(Golden Gate Bridge)에서 "대선무효, 박근혜 퇴진" 요구가 터져나왔다.
샌프란시스코 골든 게이트 브리지(Golden Gate Bridge)에서 "대선무효, 박근혜 퇴진" 요구가 터져나왔다. ⓒ 홍승환

지난 8일(현지시각) 장인환·전명운 의사가 친일 외교관 스티븐스를 암살한지 105년 만에 그 저격 현장인 미국 샌프란시스코(San Francisco) '페리 빌딩(Ferry Building)' 앞에서 대통령선거 무효 함성이 터져나왔다.

비록 노인들이 샌프란시스코 영사관 앞을 먼저 선점해 충돌을 우려한 주최 측이 장소를 변경하면서 많은 인원이 참여하지는 못했지만, 독립운동의 현장인 페리 빌딩에서 민주주의 회복을 외쳤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이들은 모두 142명이 참여한 시국선언을 발표하고 "재외국민들은 사랑하는 조국 대한민국 민주주의의 절차적 정당성이 훼손되었음을 심각하게 우려하며, 하루 속히 그 모든 과정이 투명하게 공개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들은 "한국의 민주화를 염원하는 샌프란시스코, 실리콘밸리에 거주하는 시민은 언젠가 내가 돌아가야 할지도 모르는 나라, 나의 아이들이 자신의 정체성을 알아갈 때 찾아갈 나라, 나의 부모 형제들이 살고 있는 고국의 요즘 형편을 보면서 가슴이 아프다"며 "우리의 형제 자매들이 목숨을 걸고 싸워 지킨 자유와 평등의 나라가 어두운 암흑과 공포의 시절로 되돌아가려고 하고 있다"고 개탄했다.

이들은 이어 "권력과 사리사욕에 눈이 먼 사람들이 국가기관들을 동원해 민주주의의 꽃인 선거를 왜곡하고 이를 밝히려는 의로운 사람들을 모함과 압력으로 탄압하고 있다"며 "머나먼 타향에 있다고, 나와는 관계없는 일이라고 이러한 불의를 그저 보고만 있기에는 너무나 가슴이 답답해 함께 뜻을 모아 마음을 함께 표현하고자 한다"며 시위와 시국선언의 배경을 설명했다.

이들은 '박근혜 퇴진과 한국의 민주수호를 위한 샌프란시스코·실리콘밸리 시국선언'을 통해 "우리 미주 재외동포의 역사는 올해로 110년을 맞이했다. 백 여년이 넘는 동안 우리는 고국에 대한 자부심으로 이민 생활을 이어왔다. 재외국민의 국내정치에 대한 관심이 정부에 대한 비판으로 이어져야 함은 비극이다"며 대선 모든 과정의 공개를 요구한 뒤 "우리의 합당한 의심은 연평도 포격으로 무고한 주민을 학살한 북한의 지령 때문이 아니며, 다만 민주주의를 향한 민중의 오랜 염원일 뿐이다"이라고 밝혔다.

 지난 8일 도산 안창호의 독립운동의 근거지였고, 전명운·장인환 선생이 스티븐스를 암살했던 도시 샌프란시스코에서 촛불시위를 진행했다.
지난 8일 도산 안창호의 독립운동의 근거지였고, 전명운·장인환 선생이 스티븐스를 암살했던 도시 샌프란시스코에서 촛불시위를 진행했다. ⓒ 홍승환

이번 시국선언을 발표한 베이 지역은 실리콘벨리라고 불리는 산호세, 샌프란시스코, 그리고 바로 다리건너의 버클리 등을 포함하고 있다. 실리콘벨리라는 특성으로 인하여 엔지니어들이 많이 살고 있으며, 고학력에 보수적인 성격을 띠고 있는 지역이다.

이런 지역에서 142명이라는 동포가 시국선언에 참여했다는 것은 재외동포들의 한국의 상황에 대한 염려가 보수와 진보를 떠나 커지고 있음을 의미한다고 할 수 있다. 이번 시국선언은 '샌프란시스코 사람사는세상', '정토회' 스텐포드한인 학생회, 버클리 한인학생회, 신학대학교 한인학생회 등의 단체들의 참여로 진행하려고 했으나, 일부 회원들의 반발을 우려해 개인적인 참여를 통해 진행했다.

이날 참가자들은 이 지역을 상징하는 샌프란시스코의 골든 게이트 브리지(Golden Gate Bridge)에서 피켓시위를 하고, 샌프란시스코 영사관 앞에서 시국선언 집회를 진행 후 친일 외교관 스티븐스를 장인환· 전명운의사가 암살한 한국독립운동의 현장인 페리 빌딩 앞에서 촛불시위를 진행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이미 영사관 앞에 '종북빨갱이 물러가라!'는 등의 피켓을 든 노인들이 자리를 차지해 미국 경찰들이 배치되자 충돌을 우려해 페리 빌딩 앞으로 이동해 시국선언과 촛불집회를 진행했다.

다음은 시국선언문 내용과 선언에 참여한 동포들의 명단이다.

시국선언문

박근혜 퇴진과 한국의 민주수호를 위한 샌프란시스코·실리콘밸리 시국선언

합법적 이념선동세력으로 전락한 국가정보원이 국정의 기강을 흔들고 있다. 이미 지난 대선기간 동안 국정원 수장을 위시한 국방부 사이버사령부, 국가보훈처 등이 명백히 국내 정치에 개입했던 시도가 폭로되었다. 적발의 과정 내내 경찰과 검찰의 수사가 방해받았고, 박근혜 정권은 이를 사실상 방관해 왔으며, 합당한 국민적 의심을 종북몰이로 덮으려 했다. 국정원, 국방부 모두 자국민의 보호를 위해 정보력과 총구를 국가 밖으로 돌려야 할 조직임에도, 이들은 정의를 외치는 민중, 합당하게 의심하는 시민, 국가를 걱정하는 국민에게 총구를 돌렸다.

국가의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 국가 권력의 정당성은 국민의 지지로부터 시작된다. 민주주의 사회에서 권력의 대표성은 절차적 정당성을 통해 획득된다. 국가기관의 국내정치 개입은 그 절차적 정당성을 훼손했다. 훼손된 절차적 정당성은 권력의 정당성에 대한 의심을 정당화하며, 그 의심을 해소할 수 없는 정권은 국민으로부터 권력의 대표기관으로 인정받을 수 없다. 지난 대선의 절차적 정당성을 의심하는 국민 모두를 적으로 돌리는 정권의 정통성은, 그 의심이 해소되는 시점까지 끊임없이 흔들릴 수 밖에 없다.

국가기관은 개인의 이념을 통제하는 권력이 아니다. 국가기관이 합당하고 다양한 개인의 의견을 억압하고, 국가주의라는 폭력적 이념의 나락으로 국민을 추락시킬 수 없다. 종북이라는 꼬리표엔 국가주의의 폭력이 결합되어 있다. 건강한 민주주의 국가에서 행해지는 합당한 의심과, 절차적 정당성에 대한 문제제기는 그 건강성을 재확인하는 절차이며, 종북이라는 꼬리표는 그 건강성을 해치는 심각한 질병이다. 훼손된 민주주의의 절차적 정당성을 의심하는 행동이 종북이라면, 그 합당한 의심마저 통제하려는 집단의 행동은 파시즘이다. 국민의 입을 틀어막으려는 집단이 대표하는 것은 대다수의 국민이 결코 아니며, 자신들의 권력을 수호하는 특권층일 뿐이다. 단언컨데 대한민국은 특권층의 국가가 아니며, 제헌의 그 순간부터 오로지 국민의 나라일 뿐이다.

우리 미주 재외동포의 역사는 올해로 110년을 맞이했다. 백 여년이 넘는 동안 우리는 고국에 대한 자부심으로 이민 생활을 이어왔다. 재외국민의 국내정치에 대한 관심이 정부에 대한 비판으로 이어져야 함은 비극이다. 우리 재외국민들은 사랑하는 조국 대한민국 민주주의의 절차적 정당성이 훼손되었음을 심각하게 우려하며, 하루 속히 그 모든 과정이 투명하게 공개될 것을 기대한다. 우리의 분노는 해외에서 자국에 대한긍지로 하루하루를 생활하고 있는 삶에서 비롯된 것이다. 우리의 합당한 의심은 연평도 포격으로 무고한 주민을 학살한 북한의 지령 때문이 아니며, 다만 민주를 향한 민중의 오랜 염원일 뿐이다.

민중은 우리 선언의 대본영이며, 분노는 우리 선언의 유일한 무기이다. 우리는 한국 민중 속에 가서 그들과 손잡고, 절차적 정당성이 훼손된 한국 정치의 근간을 바로잡고, 특권층으로서 민중을 압박하지 못하며, 국가가 개인을 수탈하지 못하는 이상적 대한민국의 안녕을 기원한다.

2013년 12월 8일

한국의 민주발전을 염원하는 샌프란시스코, 실리콘밸리 142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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