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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겉그림 〈흔들리며 피는 꽃, 간디학교〉
▲ 책겉그림 〈흔들리며 피는 꽃, 간디학교〉
ⓒ 궁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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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도 가지 않는 길을 간다는 것은 쉬운 게 아니죠. 농사를 짓는 일도, 목수하는 일도, 가게나 음식점을 차리는 일도 마찬가지죠. 그것은 눈으로 뒤덮인 산과 들을 휘젓고 새로운 길을 내는 일이기 때문이죠.

그 길이 교육에 관한 것이라면 어떨까요? 더더욱 힘들지 않을까요? 100년을 내다보는 게 교육이라는데 그 길 위에서 10년을 닦았다면 어땠을까요? 앞으로도 헤치고 가야할 게 참 많겠죠. 무척이나 고되고 힘든 노동과 다를 바 없겠죠. 

'제천간디학교 10년의 기록'을 부제로 달고 있는〈흔들리며 피는 꽃, 간디학교>는 바로 그 뒤안길의 발자취입니다. 모름지기 꽃은 갈등하고 고민하면서 피기 마련이죠. 2002년 9월 중학과정이 제천으로 분리 이전하면서 겪은 고민과 갈등, 그리고 2005년 '제천간디학교'로 개명하여 고등과정을 개설한 이후의 길목들을 더듬고 있습니다.

사실 간디학교가 갖고 있는 꿈과 목표는 그것이었죠. '사랑'과 '자발성'. 요즘같이 공동체성이 상실되고 개인주의가 팽배한 이 때에 '사랑'은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인생 밑가지입니다. 한 사회의 구성원들이 서로를 위해 사랑의 밑가지가 될 때 아름다운 사회가 될 수 있는 법이니 말이죠.

"이동식 해외체험학습을 가기 전에는 온갖 설득과 회유에도 절대로 외국어를 공부하지 않는다. 하지만 타국에서 만난 현지인 친구와의 '소통' 문제를 경험한 아이들은 시키지 않아도 언어를 공부한다. 그 친구와 너무너무 얘기하고 싶었는데, 내 마음을 다 못 전하고 온 것이다. 아울러 언어를 아는 것은 그만큼 세계가 넓어진다는 걸 스스로 깨닫게 된다."(115쪽)

'자발성'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사실 닭장 속에 닭처럼 갇힌 신세로 살아가고 있는 요즘의 중고등학교 학생들을 보면 안타까운 마음이 듭니다. 럭비공처럼 튈지 모르는 그들을 줄 세우기식으로 공부시키는 것도 결코 올바른 교육이라고 할 순 없겠죠.

그런 학생들에게 아무리 좋은 내용을 머리에 넣어 준다한들 그것이 오래도록 남을 리는 없겠죠. 자신이 직접 부딪혀보지 않고는 결코 필요로 하지 않기 때문이죠. 바로 그것 때문에 간디학교에서는 현장의 문제에 직면토록 합니다. 자신이 필요한 부분을 현장에서 느끼도록 하여 자신의 부족한 면을 스스로 채워가도록 말이죠.

"이 사회는 주류들의 안락한 삶을 위해 95%의 비주류를 경쟁시키고, 탈락시키고, 그리하여 그들의 목표인 무한대의 착취를 완성한다. 그러기 위해 허접한 대학이라도 꼭 가야 한다는 분위기를 만들고, 학벌을 만들고, 계급을 만들고 그 상부를 틀어쥐어서 전 사회를 지배하려 한다."(282쪽)

이런 말이 이제는 흔한 이야기가 되는 흐름입니다. 세계자본주의 체제 속에 살아가고 있는 이 때에 젊은이들은 비정규직으로 내몰리고 있으니, 지금의 중고등 학생들은 더욱더 살벌한 약육강식의 사회에 내몰리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간디학교를 졸업한 학생들은 앞으로 진로를 어떻게 세워갈까요? 그들은 나름대로 농사를 짓거나, 호텔에서 요리를 하기 위해 대학준비를 하거나, NGO 단체에 들어가 일할 계획을 세운다고 합니다. 중요한 건 사랑과 자발성이 있는 그곳에서는 나름대로 큰 포부를 키우고 있다는 것 아닐까요?

누구든 새 길을 내 보지 않는 길을 걸어간다는 것은 쉬운 게 아니겠죠. 더욱이 교육에 관해, 자라나는 청소년들의 꿈에 관해, 한 데 어울려 사랑으로 다독이며 자발성을 부여한다는 것은 더더욱 어려운 일이겠죠. 그래도 그 길을 10년간 걸어왔다면 이제는 어느 정도 터가 닦여 있지 않을까요? 이 책을 통해 그 발자취를 돌아보는 것도 의미가 크지 않을까요?


흔들리며 피는 꽃, 간디학교 - 제천간디학교 10년의 기록

제천간디학교 엮음, 궁리(2013)


#간디학교#'사랑'과 '자발성'#현장의 문제에 직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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