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들 하십니까?" 한 고려대 학생이 던진 물음에 조용했던 대학가가 술렁입니다. '국가기관 대선개입'이라는 초유의 사태와 ‘종북몰이’ 광풍에도 조용하던 학교 안에서, 학생들이 하나둘씩 '안녕하지 못하다'고 응답합니다. 더 이상 '안녕한 척' 하지 않겠다는 자성의 목소리도 나옵니다. 물결처럼 번지는 대자보 속 고민과 아픈 마음, <오마이뉴스>가 전합니다. [편집자말] |
저는 안녕합니다.
고려대 학우분들이 올려주신 많은 대자보들은 우리에게 묻습니다. "안녕들 하십니까?" 저는 안녕합니다.
용산에서 철거민들이 불에 타오를 때, 입시 전쟁 속에서 수능을 위한 공부를 하며 저는 안녕하였습니다. 제가 사는 평택역 앞에서 몇 년이 지난 쌍용자동차 시위를 할 때, 4860원의 시급을 위해 아르바이트를 하러 가며 저는 안녕하였습니다.
국정원 선거 개입으로 청계천 앞에서 시위를 할 때, 그 사실들을 방송해 주지 않는 미디어를 보며 저는 안녕하였습니다. 코레일 철도파업으로 인해 7843명이 직위해제 되는 지금, 학점과 자격증을 위한 시험공부로 저는 안녕합니다.
각종 SNS에 올라오는 대자보들이 저에게 묻습니다. 진정으로 안녕하십니까? 이 글을 보면서도 눈으로만 공감하며 지나가는 대학생 여러분들, 진정 안녕하십니까?
고대 09 강훈구 학생이 이렇게 말하였습니다.
"진보적 시사 주간지를 구독하고, 선거에서 야당을 찍고, 친구들과 낄낄대며 대통령이 멍청하다고 욕하면서, 나는 그래도 '개념 대학생'이라고 생각했습니다." 뒤통수를 얻어맞은 기분이었습니다. 저는 말로는 깨어있는 척, 개념 있는 척 최선을 다하는 대학생이었지만 그것은 오로지 말뿐이었습니다.
제 앞길이 급급하여 현실을 외면하였지만 잘못된 일 앞에서 저의 양심을 달래주기 위한 말뿐이었습니다. 저뿐만이 아닌 모든 대학생들이 그럴 것이라고 자위하며 저는 안녕했습니다. 중학생 때 저는 광화문에서 촛불을 든 '안녕하지' 못한 사람이었습니다. 16살의 나는 안녕하지 못했는데 21살이 된 저는 너무나도 안녕합니다.
더 이상 안녕하고 싶지 않습니다. 아니, 대한민국, 이 안녕하지 못한 나라를 외면해 가면서까지 혼자 안녕할 수 없습니다. 저는 다시 16살 촛불을 들었던 안녕하지 못한 사람으로 되돌아가려고 합니다. 안녕하지 못한 그 길은 험난하겠지만 그 길의 끝에는 영원한 '안녕'이 존재하기에 저는 이제부터 안녕하지 않으렵니다.
2013. 12. 13 상명대학교 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