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들 하십니까?" 한 고려대 학생이 던진 물음에 조용했던 대학가가 술렁입니다. '국가기관 대선개입'이라는 초유의 사태와 ‘종북몰이’ 광풍에도 조용하던 학교 안에서, 학생들이 하나둘씩 '안녕하지 못하다'고 응답합니다. 더 이상 '안녕한 척' 하지 않겠다는 자성의 목소리도 나옵니다. 물결처럼 번지는 대자보 속 고민과 아픈 마음, <오마이뉴스>가 전합니다. [편집자말] |
여러분들은...'안녕들 하십니까?'
조용히 손을 들어 글을 시작합니다.
몇 일전 고려대 학생 한 분께서 '안녕들 하십니까?'라고 묻는 자보를 뉴스기사를 통해 보았습니다. 하지만 약 2분도 지나지 않아 그 내용은 잊혀졌습니다. 철도공사의 직원 7000여 명이 직위해제 되었고, 국정원에서 엄청난 양의 트위터를 통해 선거 개입을 했다지만, 여전히 저는 안녕하다 믿었기 때문입니다.
저는 어렵사리 한양대에 들어왔습니다. 대한민국 성장의 엔진이라 자부하는 한양대의 학생으로서 매일같이 애국한양이라 쓰여 있는 88계단을 오른다는 것이 마냥 기뻤습니다. 그래서 한양이라는 브랜드에 기대어 내 인생도 성공할 수 있을 것이라 믿었습니다. 그래서 나는 안녕하다 믿었습니다.
2013년에도 마치 1970년의 전태일처럼 죽어나가는 노동자들이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습니다. 대학입시로 인해 목숨을 던지는 수험생들이 있다는 사실도 알고 있습니다. 등록금으로 인해 대출액이 쌓여만 가는 주위 친구들의 이야기도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저는 믿었습니다. 제가 일개 대학생으로서 세상을 바꿀 수 있는 것은 없다고, 그리고 저는 안녕하다고 말입니다.
하지만 몇 일전 수업을 마치고 애지문으로 내려가는 길에 애지문 앞에서 서명을 받고 있던 장애 학우들이 보였습니다. 본관 앞에서 체조부 해체를 반대하는 학우 분들과 학부모님들을 보았습니다. 그래서 알게 되었습니다. 나는 안녕하지 않다는 것을 말입니다.
우리는 야금야금 우리의 권리를 빼앗기고 있었습니다. 비정규직이 늘어나는 세상 앞에 침묵하니 어느덧 우리가 비정규직이 되어가고 있었고, 정치를 외면하며 정치에 침묵하니 우리의 민주적 권리가 농락당하고 있었습니다. 학교본부의 독단에 침묵하니 등록금이 오르고 우리의 권리는 사라져갔습니다.
전 두렵습니다. 언젠가는 우리 손으로 대통령을 뽑았'었'다고, 철도를 공공기관에서 운영했'었'다고, 한양대에 사회대가 있'었'다고 다음 세대에 전해주어야 할지도 모른다는 사실이 두렵습니다. 이 글로 인해 '종북'세력이라는 낙인이 생길까 두렵기도 하고 망설여 지기도합니다. 하지만 저는 궁금합니다. 이 두려움이 정녕 저에게만 있는 것인지, 아니면 이 글을 보고 계신 여러분들에게도 존재하는지.
여러분들은...'안녕들 하십니까?'
한양대 사회대 13 호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