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바도르 달리의 가구들. 15일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 '홈테이블데코페어2013/이천도자페어'에 다녀왔다. 그곳에서 그림 속에서 본 살바도르 달리의 가구들을 보고 왔다. 둘째아이와 나는 집에서 출발하고, 일요일도 출근해서 일 하던 남편은 사무실에서 출발해 삼성역에서 만나 전시장으로 갔다. 이날의 주목적은 '갤러리 작'에서 진달래꽃 화가 김정수 작품을 전시하고, 소품들을 판매한다기에 그림을 보러 가는 것이었다.
오후 2시 정도에 도착했는데, '홈테이블데코페어2013/이천도자페어'가 12일부터 열려 전시 마지막 날이라 사람들이 엄청 많았다. 일단 김정수 화가의 작품들을 보러 '갤러리 작' 부스에 들렀다. 전시장에는 전시제목 그대로 집 안에서 사용하는 가구, 침대, 벽지, 그릇들, 인테리어 소품들이 가득했다. 우리 세 사람은 각자 다니며 보고 싶은 것을 보러 다니다 둘째아이와 남편은 4시 30분 정도에 집으로 돌아가고, 나는 5시 30분까지 둘러보았다.
집안에 놓아두면 기분이 좋아질 것 같은 작품들을 전시해 놓은 '갤러리 작', 살바도르 달리 작품들을 전시해놓은 'aA 디자인 뮤지엄', 좌식생활에 딱 맞는 쇼파를 디자인 한 전계한, 평소 생활에 필요한 식기들이 가득한 '한국도자기', 실용적이면서도 아름다운 '티로직코리아'의 다기세트들, 사용하면 정말 편리할 것 같은 여러 가지 제품들' 냄비받침도 예술로 만들어 놓은 모완도예, 지금도 생산하고 있는 방짜유기그릇들, 우리 도자기들의 그윽하고 아름다운 멋과 품격들. 그림 보러 갔다가 참 많은 것을 알고 왔다.
수입제품들의 디자인과 실용적인 면들도 마음에 들었지만, 무엇보다도 우리나라 도자기들의 쓰임새가 그렇게 많은지(각종 그릇들, 전등, 액자, 액세서리들) 처음 알았다. 누군가에게 선물할 때 어디서 무엇을 구매해야하는지 알게 된 것도 큰 성과다.
전시장 전시품들의 가격대는 몇 천원부터 수천만 원대이지만, 그 중에서 내 사정에 맞는 것들로 선택하기에도 아주 좋았다. 우리 집 가구 중 가장 훌륭한 것은 서랍이 양쪽에 있는 책상과 세워 놓는 거울(19년 째 사용 중)이다. 동네 가구점에서 손수 만든 가구다. 브랜드 가구보다 훨씬 튼튼하고 좋다.
대형할인매장에서 물건을 안 산지 거의 일 년이 넘었다. 서울에 살면서 자신의 집을 소유하지 않고 차를 굴리지 않으면서 우린 아주 조용히 살아가고 있다. 아파트라는 곳이 네모반듯한 공간들이라 사실 사람 살아가기에는 인간적이지 못한 공간이다. 그러나 우린 서울을 떠날 생각 없고, 네모반듯한 공간에서 인간다운 삶을 살아가려고 고민하며 지내오고 있다. 결국 그런 공간을 만들려면, 어떤 물건들로 집 안을 채우고, 어떤 감정들로 공간을 채우느냐가 관건이다.
그 공간에 채울 물건들을 예전에는 주로 대형할인마트 두 곳을 이용했다. 그러나 내가 아무리 많은 물건들을 구매해도 그 할인마트와 나 사이에는 교감이 없고, 물건들은 품질보다 비싸졌고, 너무 싼 것도 마음에 들지 않는다. 비정상적인 문제들이 터지는 회사 제품들도 거침없이 진열해 놓고, 물건을 판매하는 판매자들의 비상식적인 행동들이 여과 없이 노출이 되니 그 것 또한 대형할인마트에 가는 발걸음을 막는다.
동네 구멍가게의 주인아줌마와 느꼈던 이웃사촌의 정을 대형할인마트에서는 느낄 수 없고, 동네 작은 가구점에서 서로가 만족하는 가격으로 구입하고 오래 사용하고 있는 고마운 가구(A/S 받을 필요도 없이 튼튼하다)를 브랜드 가구에서는 느끼기 힘들다(우리 집 같은 서민들이 사용하는 가구는 아주 비싼 것이 필요 없다). 홈쇼핑에서 산 깨지지 않는 그릇들은 우리 도자기 그릇 같은 숨 쉬는 아름다움이 부족해 보인다.
더구나 이번 전시에서는 우리 생활 어디에서나 물건을 구입하고 보면 달려있는 '메이드 인 차이나'를 벗어나서 더 좋았으며, 내게 필요한, 생활하면서 필요한 것들, 집 안을 채울 많은 가구들과 소품들을 어디에서 누구에게 어느 정도의 비용으로 구입할 수 있는지를 알게 된 것도 좋다.
어느 부스에서는 물건 파는 것에 집중하여 구경만 하는 것에 부담을 준 곳도 있었지만, 대부분의 부스에서는 친절하게 작품이나 소품들을 감상할 수 있도록 해 주었고, 사람을 중심으로 생각하는 멋지고 따뜻한 디자인들에 마음이 흡족하기도 했다.
이천도자페어쪽 전시장에서 섬세한 손길로 물레시연을 한 김종령 선생님은 전시장에서 가장 많은 박수를 받은 사람일 것이다. 흙덩어리를 물레에 올려 그릇 빚는 과정을 보여주면서, 근처에 가득 둘러 선 관람객들에게 설명을 해주고, 연꽃잎 그릇을 어떻게 만드는지 다 보여준 다음 그만 그 그릇을 한 덩어리로 뭉쳐버리자 나와 사람들 입에서 '아깝다'라는 탄성이 새어 나왔다.
하지만 유약을 바르지도 않았고 구워내지도 않은 그릇은 제 역할을 할 수 없으니, 그 그릇은 우리들에게 과정을 보여주기 위한 자신의 소명을 다 한 셈이니, 김종령 선생님의 얼굴에선 아무런 아쉬움이 없어보였다.
식기, 의류, 가구, 소품들. 우리 생활에 꼭 필요한 것들을 모아 놓아 전시하는 '홈·테이블데코페어'가 내년에는 10회째라고 한다. 물건을 구매하지 않아도 보는 눈을 키우는 아이쇼핑의 재미도 꽤 커 지금부터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