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그동안 안녕한 척 했습니다. 정치에 관한 말 한마디 꺼내기가 무서웠습니다. 민영화 반대를 지지하고, 밀양 송전탑 건설을 반대하며, 그리고 '평화'를 이야기 하는 것이 왜 종북이고 빨갱이가 되어야 합니까.종북, 빨갱이라고 손가락질 받는 것이 처음에는 화가 났지만 지금은 두렵습니다. 그래서 자꾸만 움츠려들고, 나에게 피해될 것 없는 남의 일이라고 외면하는 척하고, 차라리 모르는 게 마음 편하다라는 자기합리화를 하며 안영한 척 했습니다. …."16일 경남 창원 경남대(사립) 게시판에 내걸린 "안녕들 하십니까" 대자보다. 경남대 오민주(정치외교학과 2012학번)씨가 쓴 대자보로, "저는 이제 고통받고 있는 사람들, 그들의 정당한 권리를 요구하는 목소리와 함께 하려고 합니다"고 외쳤다.
또 이 대학에는 조휘영(정외과)씨가 쓴 "안녕하지 않을 것입니다" 대자보로 붙어 있다. 조씨는 "현 정권이 들어선 이후로 대한민국은 잠잠한 날이 없습니다. 부정선거 국정원 대선개입, 공기업 민영화, 밀양 송전탑 사태 등 다양한 사건들이 수많은 국민들을 안녕하지 못하게 만들었습니다"고 밝혔다. 또 다음과 같은 내용도 있다.
"현 정권은 공기업의 공공성을 지키기 위해 파업을 하는 철도노조에게 직위해제라는 비상식적인 행동들을 하며, 기득권층에 반대되는 입장이면 종북이라는 단어로 억압을 하며 철저한 기득권층의 제국을 만들고 있습니다. …그래서 더조 이제 안녕한 생활을 버리고 안녕하지 못하려고 합니다. 우리 아버지들의 대학생 시절에 독재에 맞서 이 나라의 자유를 지켜 왔습니다. 그러나 아버님들은 편안한 삶을 누리실 권리가 있으신 나이가 되셨고, 지금의 젊은은 우리에게 있습니다. 그렇기에 이제는 우리가 이 나라와 후손들의 나라의 민주주의를 위해 나서야 할 때입니다."경남대를 비롯해, '안녕하십니까' 대자보는 국립인 경상대와 창원대에도 각 대학 게시판에 붙어 있다. 창원대에는 15~16일 사이 10여개의 대자보가 붙어 있다.
창원대 세무학과 09학번 'Shady'라는 필명을 밝힌 학생은 대자보에 "누구는 이 상황이 '계란으로 바위치기'라고들 합니다. 그러나 선대의 그 '계란'이 있지 않았더라면 이렇게 자유로이 글을 쓸 수 없을 것입니다. 무엇인가 잘못되어 간다는 느낌이 없으십니까?"라고 밝혔다.
이어 "언제까지 좋은 게 좋은 거라며 사실 겁니까? 막상 자신에게 다가 왔을 때, 주변에 아무도 남지 않았다면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정의'를 말하는 것이 정말 힘든 세상에서 살고 싶으십니까? 오늘도 '안녕'하면서 사실 겁니까? 그리고 정말 안녕하십니까?"라고 덧붙였다.
경상대 도서관 앞 게시판에도 대자보가 붙었다. 한 학생은 "저는 안녕하지 못합니다. 철도 민영화, 저는 안녕하지 못합니다. 밀양 송전탑, 저는 안녕하지 못합니다. 부정선거, 저는 안녕하지 못합니다. 여러분들은 안녕 하신가요"라고 써놓았다.
다른 학생은 "진주의료원 폐업 반대합니다, 밀양 송전탑 반대합니다, 총체적 부정선거 안했을 순 없습니다"라는 내용의 대자보를 붙여 놓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