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보강: 17일 오후 6시 54분]KBS가 수신료 인상 반대 여론에 기름을 부었다. 기존 'TV 수상기'뿐 아니라 'TV 수신 튜너'가 달린 컴퓨터, 태블릿PC, 스마트폰 같은 '수신기기'에도 수신료를 부과할 수 있게 해달라고 정부에 요구하고 나선 것이다.
당장 방송통신위원회(방통위)가 발끈했다. 김충식, 양문석 등 야당 추천 상임위원들은 17일 오후 과천정부청사 방통위 기자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KBS 수신료 인상안 검토에 반대 의사를 밝혔다.
방통위원들 "수신료 인상안에 징수 대상 확대-물가연동제 끼워넣기"KBS 이사회는 지난 12일 야권 이사들을 배제한 채 여권 이사들끼리 '날치기 처리'한 수신료 인상안을 방통위에 제출했다. 수신료 인상안은 방통위 검토를 거쳐야만 국회에서 논의될 수 있다.
하지만 KBS는 이사회가 의결한 수신료 인상안과 별도로 수신료 부과 대상을 TV 수상기에서 '수신기기'로 확대하는 한편 수신료를 물가에 연동시켜 3년마다 자동으로 올릴 수 있게 해달라고 요청했다.
이에 김충식 위원은 "KBS 수신료를 TV 수상기만 아니라 태블릿PC, 휴대전화까지 물리겠다는 건 세계적으로 유례가 없고 ICT 코리아를 먹칠하는 발상"이라면서 "기술적으로 어렵고 국회의 입법적 근거 없이는 불가능한 망상"이라고 꼬집었다.
양문석 위원은 "KBS가 제출한 수신료 승인 신청 서류에 '지금까지 수신료 부과 대상은 TV수상기로 한정돼 있었으나 기술 발달에 따라 DMB 등 이동 수신기가 달린 휴대전화나 인터넷을 통한 시청이 가능한 노트북, 통신 단말기 등으로 방송 수신기기가 다양화돼 있다'고 밝히고 있다"면서 "현재 TV 수상기에 한정돼 있는 한 가구당 계산 방법을 1인으로 확대하는 것으로 커다란 수신료 인상 효과를 가져올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이처럼 수신료 징수 대상을 확대하려면 국회에서 방송법 등 법 개정 절차를 따로 밟아야 한다. 이 때문에 수신료 인상 반대 여론이 거세지면서 일부에서는 TV 수신료 납부 거부 방법의 하나로 집 안에서 TV 수상기를 없애고 PC나 휴대기기를 이용해 방송을 시청하는 방안이 거론되기도 했다. 이에 양 위원은 "수신기기 확대 문제는 나중에 '수신기기' 빼줄게 수신료를 인상시켜달라는 KBS의 꼼수일 수 있다"고 꼬집기도 했다.
아울러 수신료 물가연동안과 수신료 60% 인상안 자체에도 반대 의사를 분명히 했다. 두 위원은 "공공요금과 같은 수신료를 한꺼번에 60%를 올려 2500원에서 4000원을 받겠다는 건 어불성설"이라면서 "정부가 공공요금 올릴 때도 물가상승을 고려해 10% 내외로 올리는데 한꺼번에 60% 인상은 유례없는 일이고 서민가계에는 '수신료 폭탄'"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두 위원은 "수신료 인상안은 KBS 이사회로 되돌려져 다시 토론돼야 한다"면서 "KBS 공정성을 위한 지배구조 개선, 보도공정성 확보를 위한 제도 개선, 수신료 문제 등 전반에 걸친 논의가 이뤄지고 소수 이사들 대안도 첨부해서 제출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에 KBS는 "TV 수신기기 확대와 물가연동제는 당장 이번 수신료가 인상될 경우 적용한다는 게 아니라 중장기적으로 개선이 필요하다고 제안한 내용"이라면서 "지난해에도 방통위에 이같은 법제 개정을 요청했다"고 밝혔다.
아울러 "기존에 TV를 소지한 세대는 다른 수신기기를 별도 보유하더라도 추가 부담은 발생하지 않는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