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은성 작가·전인철 연출의 연극 <목란언니>는 2011년 두산아트랩에서 낭독공연으로 첫 선을 보인 뒤 2012년 두산아트센터 경계인시리즈를 통해 소개됐다. 그리고 그해 대한민국 연극대상 작품상과 동아연극상 희곡상 등을 수상하며 작품성을 인정받았다.
혹자들은 이 대목에서 '작품성과 극의 재미가 꼭 비례하는 건 아니지 않느냐'며 의문을 제기할 수 있다. 그러나 <목란언니>는 단언컨대 이렇게 웃어도 되나 싶을 만큼 재밌다.
마름모꼴의 무대를 객석이 에워싸고, 객석 양 끝에는 두 개의 작은 무대가 있다. 중앙 무대는 목란과 그 주변 인물들의 서사가 주로 진행되는데 비해 마주보고 있는 양끝 작은 무대는 김일성의 초상화와 자본 앞에 힘없이 쓰러져가는 인물들의 안타까운 모습이 상징적으로 표현된다. 크고 작은 세 개의 무대는 시선을 분산시키지만, 퍼즐조각처럼 흩뿌려진 등장인물들의 에피소드는 그로 인해 탄력을 유지하며 결말에 이르러 하나의 그림으로 완성된다.
비극임에도 무겁지 않은 연극 <목란언니>
조목란 역을 통해 지난해 동아연극상 신인상을 거머쥔 정운선의 연기는 실로 놀라웠다. 귀여운 율동을 섞어가며 맑은 목소리로 북한가요를 부르는 그녀의 모습에 태산(정승길 역)과 태강(안병식 역)의 마음이 서서히 열리듯, 관객들도 넋을 놓은 채 바라본다.
특히, 미소를 잃지 않던 그녀가 조대자의 잠적으로 이성을 잃어버린 채 태산과 태강 그리고 태양의 집을 차례로 찾아가 5000만 원을 요구하며 망치를 들이대는 것조차 서슴지 않은 장면에서는 변해버린 목란의 모습과 그녀를 둘러싼 아픈 현실이 차례로 교차하면서 씁쓸함을 감추기 어려웠다.
연극 <목란언니>는 남북문제를 사람의 문제로 풀어내 공감대를 형성했고, 탈북자 목란의 비극을 조대자 일가와의 악연으로 엮어 자본주의에 참혹한 현실을 비췄다. 자칫 우울하고 어둡게만 흘러갈 수 있는 이야기에 김은성 작가는 실감나는 대사들과 북한가요를 활용해 디테일을 살려냈고, 전인철 연출은 빠른 장면 전환과 스피디한 전개로 비극임에도 무겁지 않으면서 경쾌하게 풀어냈다.
연극 <목란언니>는 대충 훑어봐도, 찬찬히 뜯어보기에도 좋은 작품이다. 이제 마지막 공연일까지 남은 기간은 10여 일 남짓, 오는 29일까지 두산아트센터 스페이스111에서 만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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