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찜! e시민기자'는 한 주간 <오마이뉴스>에 기사를 올린 시민기자 중 인상적인 사람을 찾아 짧게 소개하는 코너입니다. '인상적'이라는 게 무슨 말이냐고요? 편집부를 울리거나 웃기거나 열 받게(?) 하거나, 어떤 식으로든 편집부의 뇌리에 '쏘옥' 들어오는 게 인상적인 겁니다. 꼭 기사를 잘 써야 하는 건 아닙니다. 경력이 독특하거나 열정이 있거나... 여하튼 뭐든 눈에 들면 편집부는 바로 '찜' 합니다. 올해부터 '찜e시민기자'로 선정된 시민기자에게는 오마이북에서 나온 책 한 권을 선물로 드립니다. [편집자말] |
안... (다들 아시죠? 그래도 하겠습니다)녕들 하십니까? 그야말로 '안녕' 열풍입니다. 아침에 출근해 생나무 목록을 보면 제목에 '안녕'이 안 들어간 게 없을 정도입니다. 그 시작은 미미했습니다.
주현우씨가 손으로 쓴 '안녕들 하십니까' 대자보가 고려대에 내걸린 게 지난 10일입니다. 다음날 <오마이뉴스>가 이를 보도하자 여기저기서 응답하기 시작했습니다. 곽우신 시민기자가 쓴 '
응답하는 대자보들 "우리는 안녕하지 않습니다"'도 그 중 하나입니다. 곽우신 기자는 고려대에 재학 중인 26세 열혈 청년입니다. 쏟아지는 안녕 대자보 덕분에 정신없는 나날을 보내던 지난 19일, 곽우신 기자와 전화 인터뷰했습니다.
☞ 곽우신 시민기자가 쓴 기사 보러 가기"대자보 많이 썼는데... '안녕들' 이후 정말 반성했다"
- '안녕 대자보' 이후 요즘 고려대 분위기는 어떤가요?"오늘도 보수 대학생 단체인 한국대학생포럼이 와서 "안녕들 규탄한다"고 시위하고 시끌시끌하다. 확실히 예전보다 자기 목소리 내는 것에 거부감이 많이 사라졌다. 예전에는 부끄러워하고 두려워했다."
-처음 안녕 대자보가 걸렸을 때 반응이 어땠나요?"처음 현우씨가 쓴 대자보가 걸렸을 때, 그냥 그렇고 그런 대자보라고 생각했다. 고대 정대 후문에는 항상 대자보가 붙어 있으니까. 좀 눈에 띄었던 점이라면 제목과 화법, 손으로 썼다는 것 정도?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사람들이 서서 읽기 시작했고 옆에 응답하는 자보들이 붙기 시작했다."
- 이번 주 초에는 '안녕 대자보'가 정말 화제였어요. "정말 신기했다. 정대 후문에 그렇게 많은 자보가 붙은 걸 본 적이 없었다. 대자보가 있어도 쓱 보고 넘어가는 분위기였는데... 이번에는 처음부터 끝까지 읽으면서 옆으로 옆으로 가더라. 뭔가 설레는? 그런 느낌이었다."
- 그런 반응을 보고 어떤 생각이 들던가요?"지금까지 대자보를 쓴 사람들이 잘못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2010년에 미디어학부 학생회장을 했는데 그때 학우들 탓을 많이 했다. (이 일은) 정말 중요한데 왜 이렇게 무관심할까, 이러면서. 그런데 알고 보니 학생회에서 일하는 우리가 소통하는 방법을 몰랐던 거다. 고압적으로 가르치려는... 같이 학생회 일을 했던 친구들을 요즘 만나면 '그때 우리가 잘못했다'는 소리를 정말 많이 한다. 반성했다."
- 어떻게 응답 대자보를 <오마이뉴스>에 보낼 생각을 하셨나요?"현우씨가 쓴 대자보를 보는 순간, 대답하지 않으면 안 될 것 같았다. 우리가 안녕해서 침묵한 건 아닐 텐데... 또 우리가 침묵하고 방관한다고 안녕해지는 건 아닐 텐데... 무언가 말해야 한다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다. 그런데 자보를 쓰면 현우씨가 볼 것 같지 않았다. 그래서 <오마이뉴스>에 먼저 보냈다. 그 다음에 대자보를 써서 붙였다."
"기성세대가 만든 문제, 왜 20대 보고 해결하라고 하나?"
- '동네북' 20대의 억울함, 그런 게 자보에서 보였어요. "그런 면이 있다. 총선 패배 이런 게 20대 책임이라고 하는데, 그건 기성세대가 그렇게 만든 것 아닌가. 기성세대가 만든 문제를 왜 20대 보고 해결하라고 하나? 사실 이런 거에 대해 자각을 하는 젊은이도 그닥 많지 않다. 다들 그저 자기는 안녕하다고 생각한 거다. 사실 고대 올 정도면 모범생에 부모님 말씀 잘 듣고... 그런데 '안녕하냐'는 말을 듣는 순간, 잘 살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아니구나. 사회 문제에 관심없던 후배들도 이제 연락한다. 선배, 저 자보 한번 써보려고요, 이러면서. 기성 세대들이 20대에게 어떻게 행동하라고 세뇌 시킨 것... 이게 아니구나 깨달은 거다."
- 주위 반응은 어땠나요?"대부분 잘 읽었다고 하더라. 그리고 이 '안녕들' 운동이 어떻게 나아가면 좋겠다 이런 얘기도 많이 해줬다. 기대와 우려, 모두 있었다. 후배들 중에는 자보 쓰는 방법 좀 알려달라고, 나도 쓰고 싶다고도 하더라."
- 안녕들은 앞으로 어떻게 될 것 같나요?"지난 주말 후배들하고 집회에 나갔다. '안녕들'에 공감해 나왔지만, 각자 생각하는 게 다르더라. '박근혜 사퇴하라'는 구호가 많이 나왔는데 거기에 동의하지 않는 친구들도 있었다. 그럼에도 철도 노동자들의 싸움은 지지했다. 이런 것처럼 큰 틀에서는 하나의 목소리를 모을 수 있지 않을까? 그날은 일반 학생회 집회와는 달랐다. 모인 학생들의 수나 열기도... 이게 진짜 대학생이고 청년 세대의 목소리구나 그런 느낌이 왔다."
국회 의원실에서 인턴중... 여의도 정치 안 죽었네- 20살 언저리인 2006년에 <오마이뉴스>에 가입했어요. 이런데 관심이 많았나요? "재수할 때 <오마이뉴스>에 가입했다. 그때 국기에 대한 경례를 하지 않는 교사라며 언론에서 난리였는데 그 분이 내가 졸업한 고등학교 국어 선생님이셨다. 언론에서 엄청나게 공격해댔는데, 우리는 그게 아니란 걸 아니까... 그래서 친구들하고 모여서 어떻게 하면 제대로 알릴 수 있을까 모여서 궁리도 하고 그랬다. 그러면서 이런 일들이 먼 곳에 있는 게 아니라 내 앞에서 벌어질 수 있는 문제구나, 이런 생각을 하게 됐다. 우리가 내려는 목소리를 들어줄 사람이 필요하다, 기자가 돼야 겠다 그런 생각을 했다."
- 좋은 말하면 열혈 청년, 거칠게 말하면 운동권 같아요. "'다함께' 같은 친구들한테는 투철하지 않다고 욕 먹는, 일반 학우들에게는 운동권 같은 느낌을 주는 사람이다. (조직에 소속된 적은 없나요?) 진보신당 창당 때부터 당원을 했고 지금은 정의당 당원이다."
- 올 겨울 어떻게 보낼 건가요?"지난 9월부터 정의당 서기호 의원실에서 인턴으로 일하고 있다. (서 의원님 실제로 일하면 어떤가요?) 뭔가 '이미지'가 있어서 깐깐하실 줄 알았는데 털털하고 서글서글하시다. 인턴 하기 전에는 여의도 정치는 죽었다는 생각을 많이 했다. 막상 들어와 보니 생동감 있고 밖에서 보는 것과는 달랐다. 예상과는 달리 국민들을 위해 많은 분들이 고생한다는 걸 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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