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수상기에만 부과하던 수신료를 스마트폰·노트북 등으로까지 확대한다는 방안과 관련해 여론이 악화되자 제안자인 KBS가 해당 제안을 빼달라고 방송통신위원회(아래 방통위)에 요구한 것으로 확인됐다.
양문석 방통위 상임위원은 23일 오전 서울 여의도 KBS본관 1층 시청자광장에서 열린 '수신료 셀프인상안 철회 촉구 기자회견'에서 "(KBS가) 중장기적인 정책제안이라며 '1인 단위, 1인 가구'까지 수신료를 확대하겠다고 하더니, 지난 금요일(20일) 방통위에 공문을 보내 정책제안을 빼달라고 했다"고 말했다.
그는 "해당 안은 KBS가 이사회 심의나 의결도 거치지 않고 제출한 것"이라며 "KBS 길환영 사장의 퇴진을 공식적으로 얘기하지는 않지만 계속 이런 식으로 간다면 (사장 퇴진 요구는) 언제든 폭발할 수밖에 없는 시한폭탄"이라고 경고했다.
KBS 홍보팀 관계자는 <오마이뉴스>와 한 통화에서 "(KBS가) 방통위에 그런 공문을 보낸 것은 맞다"면서도 "그러나 해당 안은 장기적인 정책제안일 뿐이었다, 자세한 관련내용은 곧 공식입장으로 밝힐 것"이라고 말했다.
KBS 야당 추천이사 4명(이규환·최영묵·김주언·조준상)도 이날 기자회견에서 "길환영 사장은 수신료 '셀프인상안'을 자진 철회하라"며 같은 점을 지적했다.
이들은 수신료 월 1500원 인상에 대해 "경제적 어려움을 겪는 국민의 가계 부담을 가중시키는 역효과를 가져올 게 뻔하다"며 "광고 삭감액 연 2100억 원도 유료방송을 국민의 혈세로 지원하기 위한 우회적 꼼수로, 시청자를 봉으로 보지 않는 한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경영진이 이사회 의결도 없이 수신료 부과 확대안이나, 수신료를 3년마다 물가와 연동하는 방안을 개편안에 끼워 넣은 것은 명백한 꼼수이자 월권"이라며 "KBS 사장이 수신료 제도개편 권한을 가졌다는 규정은 방송법 어디에도 없다"고 비판했다.
한편 언론개혁시민연대·민주언론시민연합 등 언론·시청자단체 여성 네트워크는 지난 16일 수신료 인상 반대 기자회견 과정에서 일어난 폭력과 관련, KBS 길환영 사장을 고발한다고 밝혔다.
당시 현장에 있었던 추혜선 언론개혁시민연대 사무총장은 이날 기자회견에 참석해 "우리는 KBS와 10년 넘게 정책을 논의한 대표적 시청자단체로 최소한의 의견전달을 위해 들어왔을 뿐이었다"며 "당시 체격도 건장하고 유단자인 청원경찰 7명이 여성회원들을 진압해 참가자들이 병원에 입원하는 등 팔·허리에 큰 부상을 입었다"고 고발 이유를 밝혔다.
언론·시청자단체 여성네트워크는 지난 16일 오전 같은 장소에서 KBS 수신료 인상 강행을 비판하는 기자회견을 열었으나, 시작한지 채 5분도 되지 않아 출동한 청원경찰로 인해 제대로 진행되지 못했다. 추 사무총장은 수신료 인상에 대해서도 "시청자에 등 돌린 구조와 독단적인 불통의 행태가 KBS 내에 계속되는 한 논의할 필요도 없다"며 강하게 반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