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대체 : 23일 오후 5시 30분] 민주노총과 경찰이 또 다시 충돌했다.
23일 오후 3시 민주노총은 조합원 500여 명이 참여한 가운데 전날 있었던 경찰의 강제진입을 규탄하는 결의대회를 서울 정동 민주노총 앞에서 개최했다. 그 과정에서 민주노총이 경향신문사 건물 앞 왕복 2차선 도로를 점거하고 집회를 진행하려 하자 경찰이 제지에 나서면서 충돌이 발생했다. 경찰은 도로로 내려온 참가자들을 인도로 밀어내면서 몸싸움이 벌어졌다. 경찰은 약 1000여 명의 병력을 현장에 투입했고 인근에 살수차를 대기 시켜놓은 상태였다.
경찰은 세 차례 집회해산 명령을 내렸고, 강제연행을 경고했고, 이에 민주노총 조합원들은 자리에 주저앉아 스크럼을 짜고 맞섰다. 이후 참가자들은 한 개 차선만을 점거한 상태로 집회를 시작했다. 이후 이날 확대간부파업에 들어간 금속노조를 비롯해 참가자가 급격히 늘면서 3000여 명(주최 측 추산, 경찰추산 1500명)이 집결했고, 경찰은 결국 두 개 차선을 내줄 수밖에 없었다. 이후 경찰의 해산명령이 몇차례 있었지만 집회는 안정적으로 진행됐다.
"민주노총·철도노조 대화 가능... 사회적 기구 구성하라" 이날 결의대회는 오는 28일 총파업을 선언한 민주노총이 얼마나 위력적인 파업을 전개할 수 있을 것인가 어느 정도 가늠해볼 수 있는 자리였다. 일단 노조 주요간부들에게 내려지는 확대간부파업이 떨어진 지 단 하루만에 3000여 명에 달하는 조합원이 집결했다는 점은 민주노총으로서 고무적이다. 설립 18년 만에 처음 당한 공권력의 강제진입에 집회에 참가한 조합원들도 다소 흥분한 모습이었다.
그러나 80만 조합원이 가입한 민주노총이 일시에 총파업에 들어간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그동안 민주노총의 총파업 선언은 여러 차례 있었지만 실질적으로 진행된 적은 많지 않다. 이번에도 오는 28일 '100만 시민행동의 날'에 맞춰 총파업을 선언했지만 불과 5일밖에 남지 않은 상태로, 실질적인 조직화가 가능할지 의문이 제기된다. 게다가 당일이 토요일인 점도 민주노총에 총파업의 실효성을 약화시킨다.
이와 관련해 신승철 민주노총 위원장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파업을 결의해서 즉각 시행하는 것에는 어려움이 있다. 민주노총 80만 명의 조합원이 움직이는 데에는 시간이 필요하다"며 "분명히 말하지만 민주노총은 총파업 돌입을 결코 두려워하지 않는다, 28일 전국의 노동자가 총집결해 각 현장의 결의를 모아 실질적인 총파업을 선언하고 조직해 나가자"고 말했다. 당일 선언적인 총파업을 실시하고 이후 계속적으로 현장을 조직하겠다는 것이다.
신 위원장은 이어 "22일 우리는 공권력에 짓밟힌 민주주의를 보았다, 그리고 그것을 되찾기 위해 싸웠다"며 "우리는 철도가 국민의 재산이기 대문에 팔아서는 안 된다고 얘기하고 있다. 민주노총과 철도노조는 언제든 대화에 나설 용의가 있다. 사회적 논의 기구를 만들어 이 사태를 해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날 민주노총은 ▲수서발KTX 주식회사 법인 설립 철회 ▲수서KTX 면허발급 중단 ▲사회적 논의 기구 구성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철도발전소위원회 구성 등의 네 가지 요구안을 제시했다. 이후 집회를 마친 참가자들은 예정돼 있던 행진을 취소하고 서울역과 광화문 등 도심에서 철도노조의 파업의 정당성과 28일 '100만 시민행동의 날' 관련 대국민 선전전을 진행했다.
한국노총도 정부와 대화 중단 선언 한편, 한국노총도 경찰의 민주노총 강제진입을 규탄하며 정부와 대화 불참을 선언했다.
이날 한국노총은 긴급대표자회를 열고 노정 대화기구에 불참할 것을 결정했다. 한국노총은 민주노총이 노사정위원회에 참여하지 않음으로 사실상 노동자 대표로 정부와 대화를 해왔다. 특히 박근혜 정부가 핵심사업으로 추진 중인 시간선택제 일자리 정책을 마련하는 과정에도 참여했다. 이번 경찰의 강제진압으로 인해 비교적 정부와 호흡을 맞추던 한국노총도 등을 돌린 것이다.
이에 앞서 한국노총은 긴급 보도자료를 내고 "민주노총 본부에 대한 폭압적인 공권력 투입을 강력 규탄한다"며 "도대체 한 국가의 노동단체 총연맹을 공권력을 투입해 폭력을 휘두르는 정부가 어디 있단 말인가"라고 비판했다. 이어 "노정관계를 대화가 아닌 공권력으로 해결하는 것이 현 정부의 수준이라면, 한국노총을 포함한 모든 노동계의 강력한 저항에 직면할 것"이라며 "이번 사태에 대한 정부의 책임 있는 사과를 요구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