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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크리스마스이브 공주 시내에는 거대한 희망 탑이 서 있다. 하지만 희망은 보이지 않는다.
크리스마스이브 공주 시내에는 거대한 희망 탑이 서 있다. 하지만 희망은 보이지 않는다. ⓒ 김종술

"기쁘다 구주 오셨네! 만백성 맞으라~ 온겨레 다 찬양하여라~"

올해도 한 눈 한 번 안 팔고 열심히 일했습니다. 12월이면 누구나 마음이 들뜨기 마련입니다. 하늘도 땅도 축복을 내려 줄 것만 같습니다. 하지만 올 한해는 유독 힘든 분들이 많습니다. 비정규직의 삶. 신년 초에는 꼭 무기계약직이 되겠다고 마음을 먹었답니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았습니다. 갈수록 힘든 삶이 찾아옵니다. 언제쯤 따뜻한 봄날이 올 지 그날이 그리워집니다.

2007년 4월 정부는 일자리 창출사업의 일환으로 보건소 방문건강관리사업을 시행했습니다. 방문건강사업은 취약계층 건강관리를 위해 전담간호사가 직접 방문해 개인별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하는 시스템입니다. 이들은 1인당 취약계층 및 독거노인 400~500가구를 관리하고 있습니다. 면 단위 병·의원이 적고 노인이 많은 농촌에서 꼭 필요한 사업으로 이들의 인건비는 국가가 50%, 도비 15%, 시비 35%를 부담하고 있습니다. 공주시 보건소 방문건강관리사(방문간호사)들도 2012년까지 1년 단위로 재계약 하면서 방문보건 업무를 해왔습니다. 

'기간제 및 단기간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 제5조(기간의 정함이 없는 근로자로의 전환)에 따르면, 사용자는 기간의 정함이 없는 근로계약을 체결하고자 하는 경우에는 당해 사업 또는 사업장의 동종 또는 유사한 업무에 종사하는 기간제근로자를 우선적으로 고용하도록 노력하여야 합니다.

하지만 공주시는 무기계약직으로 전환하는 대신 재계약을 할지 공개채용을 할지에 대해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이에 방문보건직으로 근무를 해오던 공주지역 12명의 방문보건사는 2013년 12월 31일자로 계약기간이 만료돼 해고 위기에 놓여있습니다.

천안·아산·금산 등 충남의 상당수 시군은 업무의 연속성을 고려해 무기계약직으로 신분을 전환했습니다. 나머지 시·군은 연속 고용(재계약)을 하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공주시만 입을 닫고 있습니다.

크리스마스이브(24일)에 작은 카페에서 그들을 만났습니다. 햇살이 비추는 따뜻한 날이지만, 그분들의 어깨는 자꾸만 움추러들고 있었습니다.

"무기계약직 하나만 믿고 정말 열심히 일했는데..."

 공주시에서 제공한 차량을 이용하여 방문간호를 하고 있다.
공주시에서 제공한 차량을 이용하여 방문간호를 하고 있다. ⓒ 김종술

2009년에 입사했다는 39살 젊은 A씨는 결혼 전 병원에 근무하다가 결혼하고 아이가 생기면서 3교대를 해야 하는 병원 대신 방문간호사를 지원했다고 합니다. 보수는 적지만, 안정적이라는 이유 때문입니다. 처음엔 아이들 학원비라도 벌어 볼까 하는 생각도 있었답니다. 하지만 일을 하면서 거동이 불편한 분들에게 도움을 줄 수 있어서 행복했다고 합니다.

비가 오나 눈이 오나 매일같이 20km 떨어진 면 단위까지 하루에 여섯 집 정도를 간다고 합니다. 급여가 160여만 원 정도여서 한 푼이라도 아끼려고 점심을 싸와서 한적한 길가에 차를 세우고 먹기도 했다고 합니다. 겨울에는 땡땡 얼어버린 찬밥을 넘기면서 울기도 많이 울었다고 합니다. 이 말을 하면서도 눈가에 이슬이 맺힙니다.

지난여름에는 방문하고 돌아오다 차 사고를 겪었지만 기다릴 어르신들이 눈에 밟혀서 아픈 몸을 이끌고 나왔답니다. 하얀 눈이 쌓여서 미끄러운 도로를 기어가듯 하면서도 기다리는 어르신과의 약속을 어긴 적이 단 한 번도 없답니다. 정이 들어버린 어르신이 우리 자식들보다 낮다는 얘기를 하면 그 힘에 용기를 얻었답니다.

2010년에 입사한 B씨는 자신의 처지를 털어놓습니다. 충남 다른 지자체는 다 무기계약직으로 전환해 주는 데 공주시만 해주지 않는 것에 일손이 잡히지 않고 있다고 합니다. 인사권도 보건소에서 공주시 인사과로 넘어가면서 어찌해야 할 지를 모르겠답니다.

이준원 공주시장과 면담을 요청했지만, 연락을 주겠다는 얘기만 들었을 뿐 아직도 연락이 없답니다. 지금 그분들이 가진 소원은 단 하나라고 합니다. 고용 불안에 떨지 않고 일할 수 있다면 더는 바랄 게 없다고 합니다.

이에 대해 공주시 인사담당자는 "다른 시·군에서 일부가 하고 있기는 하지만 무기계약직으로 전환을 해줘야 하는 의무가 없다"며 "10년을 근무하든 100년을 근무하든 작년까지는 무기계약직 전환 대상에 들어가지도 못했다"고 말했습니다. 그런데 이 조항이 1월 1일부터 빠지면서 (무기계약직)해줘도 좋다고 바뀌었다고 합니다.

그분들은 재계약을 해달라고 요구하지만, 공주시는 많은 분에게 기회를 줘야 한다는 생각에 재계약을 할지 공개채용을 할지에 대해 검토하고 있다고 합니다. 이분들의 계약 기간이 12월 말까지 되어 있어서 공주시의 결단이 늦어지면 서비스가 늦어질 수도 있다고 합니다. 

 공주시 보건소
공주시 보건소 ⓒ 김종술

김동일 공주시의원은 "2007년도에 방문사업 종료까지 근무조건을 보장하라고 해 놓고선 지금와서 기간제로 종료한다는 것은 행정의 신뢰성을 잃은 것"이라며 "정권이 바뀔 때마다 정책이 달라졌다고 해서 그렇게 뽑았던 분들을 기간제로 1년에 한 번씩 자른다는 생각 자체가 행정의 불신과 비인도적인 처사"라고 말합니다. 그러면서 다른 (충남) 지역은 무기계약직을 받아 들였는데 공주시만 받아들이지 못하는 건 공주시의 의식이 부족하기 때문이라고 비판도 합니다.

이석현 공주시공공노조 지부장은 "보건방문직이 어려운 여건에서도 정말 열심히 일했다"며 "공주시가 공개 채용을 고려한다는 것은 그동안 고생한 분들을 다 배제하고 다른 사람을 뽑겠다는 의도"라며 "그분들에게는 하늘에 불벼락 같은 것"이라고 말합니다. 또 이 지부장은 "비정규직법에 2년 이상 근무를 하면 무기계약직으로 전환하도록 법제화되어 있다"며 "그분들에게 이런 행위는 부당 해고와 같다"고 말합니다.

그들에게도 행복한 연말 선물이 내려지길 기대해 봅니다.


#공주시#무기계약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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