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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의 모든 연상녀들은 아마 이렇게 얘기할 거다. '내가 좋은데 뭐'. 하지만 엄마가 아는 순간 등짝 스매싱이 날아오고 '정신차려 이것아' 콤보를 얻게 되며, 친구에게 귀띔하는 동시에 '미쳤구만? 범죄야 범죄' 등의 질타를 받는 어쩔 수 없는 연상녀의 운명. 그 서글프면서도 행복한 운명에 발을 담근 이의 이야기를 해보려 한다.

가장 핫한 연애... 수많은 난관에 부딪히다

 <너의 목소리가 들려> 한 장면.
<너의 목소리가 들려> 한 장면. ⓒ SBS 제공

2013년 대한민국은 '연상연하'로 뜨거웠다. 인기리에 종영된 드라마 <너의 목소리가 들려> 이후 더욱 주목을 받기도 했지만, 실제로 2002년 이후 초혼 부부 중 연상남-연하녀의 비율은 줄어들고 있으며, 연상녀-연하남의 비율은 꾸준히 상승하고 있다. 이런 세상이 올 줄이야.

전문가들은 여성의 지위가 높아지면서 일어나는 사회적 현상이라고 이야기한다. 경제력도 한 몫 하겠지. 그런데 묘한 것이 이렇게 따지고 들어가면 연하남들은 어째 다 속물처럼 보인다. 여자의 경제적 능력만을 보고 다가오는 하이에나 같아 보인 달까. 저 통계는 전문가의 입장이니 그냥 넘어가도록 하자. 읽는 연상녀들 기분 나쁠지도 모르니까.

아마 대부분의 연상녀들이 연하남을 처음 만날 때 나와 같지 않았을까 하고 생각한다. 남자로 보이지 않는 그냥 마냥 어린아이. 그런데 어느 순간 '남자잖아?'하고 깨닫게 된다. 카페에서 어깨를 쫙 펴고 앉아있거나 길을 걷다 자기 쪽으로 팔을 확 당기거나 하는 등의 행동을 그 어린아이가 행하는 그 때 누나의 마음엔 은근한 불길이 피어오른다.

사실 연하남의 매력은 귀여움과 남자다움이 공존한다는 건데, 누나를 외치며 강아지마냥 졸졸 쫓아다니다가도 적재적소에 남성미를 발산하는 이들은 정말 무서운 존재다. 이 무서운 존재가 마음에 들어오는 순간 연상녀들은 복잡해진다. 좋긴 좋은데 자신이 없는 거다.

"내가 서른이 되면 얜 몇 살이지."
"내가 밥 사주고 커피 사주고 다 해야 하는 거 아냐?"
"확실히 내가 나이 더 많아 보이는데..."

무슨 상관인가. 좋은 데 장사없다. 이 수많은 고민에 휩싸여서 마음을 접었다가도 그 어린 남자가 누나하고 해맑게 웃으면 무장해제. 답이 없는 거다.

우쭈쭈하며 귀엽게만 보이는 어린 남자와의 연애는 사실상 전쟁이다. 모든 연애가 전쟁 같긴 하지만, 특히 연하남과의 전쟁은 나와의 전쟁과도 같다. 내면 속에서 끊임없이 실리를 생각했다가 환상을 떠올렸다가 미래를 고민하고 한숨을 쉬게 되는 과정의 연속을 밟다 보면 마음이 점점 무거워진다.

이들은 마음을 다해 사랑한다. 잠시 즐기다가 '아디오스'를 외칠 거였다면 이런 고민 따위 시작도 안했을 거다. 내 친구들은 진즉에 예비군 몇 년차를 달았음에도 불구하고 내 남자친구는 아직 입대도 안했다. 군대 기다리는 시간을 2년이라고 넉넉 잡아보자. 그동안 내 시간은 멈춰 있지 않다. 최선을 다해 일초를 쌓아 나이를 만들어가고 있다.

하지만 사랑은 사랑이다

지금까지 남자들을 만나면서 내가 가장 집중했던 건 하나다. '나보다 나이가 많은가'. 나이 어린 남자는 하늘이 두 쪽 나도 절대 만나지 않겠다가 내 신조였다. 이유는 없었다. 그냥 안정적인 게 좋았고 날 보듬어 줄 수 있는 남자가 필요했다. 3살 아래의 남동생이 있는 나로서는 더더욱 어린 남자가 별로였다.

그런데 사람 일 절대 모른다더니 정말이다. 업무 스트레스로 우울증에 빠져있던 나에게 손을 뻗은 건 6살 연하의 남자친구였다. 학교 후배로 만났던 그는 지금 남자친구로 듬직하게 내 옆에 있다.

군대, 직장, 결혼 그 어떤 것 하나 생각하지 않은 건 아니다. 다만 지금의 연애에 최선을 다할 뿐. 이 아이를 진심으로 사랑하는 게 중요한 거다. 그 진심의 끝이 해피엔딩이길 기대하는 건 나도 그 아이도 마찬가지.

모든 연상녀들이 자신의 연애에 당당해지는 그 날을 기약하며 '아디오스(Adios)!'


#연애#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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