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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쪽지예산' 전쟁의 승자는 단연 영남이다. 국회의 예산 심사 과정에서 영남 지역 예산이 다른 지역보다 크게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국회 예산 심사가 '새누리당의 영남 챙기기'로 전락했다는 비판이 나온다.

1일 <오마이뉴스>가 지역구 예산 증액 상위 20개 사업을 분석한 결과, 이중 10개가 영남 지역 사업이었다. 특히, 100억 원을 초과해 증액된 10개 사업 가운데 영남 지역 사업은 7개에 달했다. 이밖에 수도권 지역 예산은 7개, 호남 1개, 충청 1개였다. 나머지 1개 사업은 경기 이천과 경북 문경을 잇는 철도사업이다.

20개 사업 예산을 살펴보면, 영남 편중은 더욱 두드러진다. 총 3162억 원의 증액 예산 중에서 영남 예산은 1890억 원으로 전체의 59.8%에 달한다. 반면, 수도권 예산은 영남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762억 원이었다. 이어 호남 예산은 310억, 충청 예산은 100억 원에 불과했다.


[영남 편중] 국회 예산 심사는 영남 챙기기?

국회 심사 과정에서 예산이 가장 크게 늘어난 지역구 사업은 경부고속철도 동대구역 고가교 확장사업이다. 당초 정부 제출 예산안(80억 원)의 4배인 320억 원이 증액됐다. 동대구역 역세권 개발사업과 맞물린 이 사업은 대구시의 숙원사업이다. 대구시는 올해 지역 국회의원을 통해 국비 확충에 힘써왔다고 밝힌 바 있다.

동대구역 고가교가 있는 대구 동구에는 2명의 국회의원이 있다. 류성걸(동구갑)·유승민(동구을) 새누리당 의원이다. 기획재정부 2차관·예산실장 출신인 류 의원은 2013년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예산안조정소위원회 소속으로 활동하면서, 대구 고가교 확장사업 예산 확보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쳤다는 평가가 나온다.

호남고속철도 건설사업(310억 원 증액)을 제외한 증액 상위 3~6위 사업 모두 영남 지역 예산이다. 부산외곽순환고속도로 사업은 국회 심사과정에서 300억 원이 늘었다. 특히 이 사업은 민주당이 '특정지역 편중예산'이라며 삭감을 예고했지만, 오히려 크게 증액됐다. 부산에는 '개국 공신' 김무성 의원, '친박 핵심'으로 오는 6월 부산시장 선거 출사표를 던진 서병수 의원이 있다.

[실세는 TK?] 대구·경북 예산이 부산·울산·경남 압도

최경환에 거세게 항의하는 전병헌 국회 예결위 민주당 간사인 최재천 의원이 1일 새벽 본회의에서 최경환 새누리당 원내대표가 국회법 절차를 무시하고 '쪽지예산' 끼워넣기를 시도했다고 폭로했다. "최 원내대표가 직접 해명하라"며 전병헌 민주당 원내대표가 거세게 항의하고 있다.
최경환에 거세게 항의하는 전병헌국회 예결위 민주당 간사인 최재천 의원이 1일 새벽 본회의에서 최경환 새누리당 원내대표가 국회법 절차를 무시하고 '쪽지예산' 끼워넣기를 시도했다고 폭로했다. "최 원내대표가 직접 해명하라"며 전병헌 민주당 원내대표가 거세게 항의하고 있다. ⓒ 남소연

네 번째로 많은 예산이 증액된 사업은 경상북도청 신축 지원이다. 275억 원이 증액됐다. 현재 대구에 있는 경북도청은 경북 안동으로 이전될 예정이다. 안동을 지역구로 두고 있는 의원은 김광림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새누리당 간사다. 정부가 경북 안동에 1777억 원의 정부 예산을 몰아줬다는 민주당 의원들의 주장은 사실이 아닌 것으로 드러났지만, 안동이 다른 지역에 비해 상대적으로 많은 혜택을 받았다는 평가가 가능하다.

1일 국회 본회의를 파행에 빠뜨린 대구지하철 1호선 연장 사업의 경우, 130억 원이 증액됐다. 최재천 예산결산특별위원회 민주당 간사가 최경환 새누리당 원내대표의 지역구(경북 경산) 챙기기라는 비판과 함께 불법 증액 의혹을 제기해, 큰 논란이 일었다. 결국 최경환 원내대표와 현오석 기획재정부 장관이 직접 나서서 사실이 아니라고 해명해야 했다. 대구지하철 1호선 연장 사업이 경산 하양 연장 사업이 아니라 해도, 대구·경북 지역 예산 챙기기임은 부정하기 어렵다.

 국회 예결위 민주당 간사인 최재천 의원이 1일 새벽 본회의에서 최경환 새누리당 원내대표가 국회법 절차를 무시하고 '쪽지예산' 끼워넣기를 시도했다고 폭로하자, 굳은 표정의 최 원내대표가 현오석 경제부총리와 대책을 논의하고 있다.
국회 예결위 민주당 간사인 최재천 의원이 1일 새벽 본회의에서 최경환 새누리당 원내대표가 국회법 절차를 무시하고 '쪽지예산' 끼워넣기를 시도했다고 폭로하자, 굳은 표정의 최 원내대표가 현오석 경제부총리와 대책을 논의하고 있다. ⓒ 남소연

영남 중에서도 TK(대구경북) 지역은 PK(부산경남) 지역보다 더 수혜를 입은 것으로 나타났다. 10개의 영남 지역구 예산 증액 사업 중 7개가 TK 지역 사업이었다. 반면, PK 지역 사업은 부산외곽순환고속도로, 부산-울산 복선전철, 냉정-부산고속도로 건설 등 3개에 불과했다. 

[초라한 호남·충청 예산] 수도권도 영남보다 적어

예산 증액 상위 20개 사업에 포함된 호남과 충청 지역 사업은 각각 1개에 불과했다. 호남 지역 사업은 호남고속철도 건설이 유일했다. 정부가 올해 1조1277억 원의 예산을 투입하기로 한 이 사업은 국회 예산심의 과정에서 310억 원이 증액됐다. 충청에서는 100억 원이 증액된 세종시청사 건립 사업이 유일했다. 이 지역 국회의원은 이해찬 전 민주통합당 대표다.

수도권 사업은 7개였다. 수도권에서 가장 많은 예산이 증액된 사업은 노량진수산시장 건립 사업이다. 156억 원이 증액됐다. 이 지역은 전병헌 민주당 원내대표의 지역구다. 100억 원이 증액된 수도권 광역급행철도는 새누리당 소속인 김문수 경기도지사의 역점 사업이다. 역시 100억 원이 증액된 서울 지하철 5호선 연장선인 상일-하남 복선전철은 이현재 새누리당 의원의 지역구인 하남시의 숙원 사업이다.

별내선 복선전철은 윤호중 민주당 의원(경기 구리)이 힘을 쓴 결과로 보인다. 창동 철도기지 이전 사업과 맞물린 서울 지하철 4호선 연장선인 당고개-진접 복선전철은 경기 남양주시와 서울 노원구 소속 여야 의원들의 합작품이다. 오는 6월 지방선거를 겨냥한 선심성 예산 끼워넣기라는 지적이 나오는 대목이다.

피곤한 전병헌 새해 예산안 및 국정원 개혁 관련 법안 등을 처리하기 위해 1일 새벽 열린 국회 본회의에서 전병헌 민주당 원내대표가 피곤한 듯 의자에 몸을 기대고 있다. 왼쪽부터 김한길 대표, 전병헌 원내대표, 신경민 최고위원.
피곤한 전병헌새해 예산안 및 국정원 개혁 관련 법안 등을 처리하기 위해 1일 새벽 열린 국회 본회의에서 전병헌 민주당 원내대표가 피곤한 듯 의자에 몸을 기대고 있다. 왼쪽부터 김한길 대표, 전병헌 원내대표, 신경민 최고위원. ⓒ 남소연

[여야, 예산 평가는?] 서로 '민생 예산 증액' 성과 자랑

한편, 여야는 1일 서로 자신들이 민생 예산을 증액 시켰다고 주장했다. 새누리당 정책위원회는 이날 낸 보도자료에서 "경제활력과 일자리창출, 국민안전의 핵심법안들을 통과 시켰다"면서 "대선 공약의 실천을 위한 28개 사업, 2608억 원을 증액했고, 일자리 창출과 서민층 지원 강화에 중점을 두고 당 차원 민생 예산으로 94개 사업 1조1515억 원을 증액했다"고 밝혔다.

반면 박용진 민주당 대변인은 "박근혜 정부가 저버린 민생예산을 민주당이 되살리고 방만 예산을 민주당이 잡았다"면서 "교육, 보육, 군 장병 급식, 경로당 냉난방비와 양곡비 지원 등 효도예산, 쌀직불금 등 민생관련 예산이 모두 민주당이 살려낸 민생 예산이다, 민주당이 요구한 비정규직 처우 개선과 학교 전기요금 지원 등도 증액했다"고 강조했다.


#영남 편중 예산 증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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