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처럼 재미있고 흥미진진한 도시, 부산. 바다와 강, 산이 절묘하게 조화를 이룬 부산은 한마디로 융합의 도시이다. 부산포 사람들이 바다 사람 특유의 도전적이고 진취적인 기상을 갖고 있다면, 금정산을 낀 동래 사람들은 유교문화의 전통과 감수성을 갖고 있다. 낙동강을 낀 구포사람들은 강물처럼 구수하면서 정이 깊다.
이렇게 다양한 문화와 정서를 가진 부산에는 역시 영화처럼 재미있고 흥미진진한 사람들이 살고 있다. 그리고 그 사람들에게는 수많은 이야기들이 있다. 뮤지컬 "친구"는 바로 이런 부산 사람들의 이야기이다.
지난 2001년 곽경택 감독이 부산 사람들의 이야기를 풍성하게 풀어낸 영화, 친구. 팔백만이라는 기록적인 관객을 동원하며 전국에 부산 신드롬을 일으킨 영화 "친구"는 아스라이 사라져 가는 것들에 대한 그리움이었다.
뮤지컬 친구는 바로 이 영화를 원작으로 하여 탄생한 부산발 융합 뮤지컬이다. 배우들의 생생한 연기와 서정성 있는 음악이 어우러진 뮤지컬은 시네 뮤지컬이라는 새로운 형식을 선보였다는 점에서도 주목을 받는다.
뮤지컬은 영화의 스토리라인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준석, 동수, 상택, 중호, 진숙 등은 영화에서 보여주었던 성격을 그대로 가지고 있다. 그러나 영화와는 색다른 재미를 준다. 바로 눈앞의 무대에서 펼쳐지는 배우들의 입체적인 연기가 관객들에게 더 큰 흥미와 감동을 주기 때문이다.
영화를 기억하는 관객들은 뮤지컬을 보면서 익숙하면서도 약간 낯설어 할지도 모른다. 왜냐하면 영화가 두 주인공의 갈등과 배신에 방점을 찍었다면, 뮤지컬은 우정과 사랑을 강조하기 때문이다. 뮤지컬은 영화를 텍스트로 하면서도 그 텍스트를 창조적으로 재해석하였다. 여기에 색다른 재미가 있는 것이며 낯선 가운데서도 익숙한 것이 발견되는 것이다.
특히 뮤지컬 친구에서 눈여겨 볼 대목은 극단으로 치닫는 동수를 연민의 시선으로 바라보는 준석의 내면 갈등이다. 두 사람의 갈등과 파국은 그들의 선택이 아니었다. 그들을 둘러싼 외부의 음모와 배신에 의해 어쩔 수 없이 강요된 것이었다. 뮤지컬은 바로 이 점에 주목하면서, 이들의 내면 갈등을 다양한 노래와 함께 풀어나간다. "친구", "아무도 말해주지 않았네", "유언", "분냄새" 등의 노래는 호소력 있게 관객들에게 다가간다.
또한 진숙을 둘러 싼 두 사람 간의 사랑 갈등을 은근히 깔아놓은 것도 뮤지컬의 재미를 더한다. 순수했던 시절 만났던 친구간의 우정은 음모와 배신, 사랑의 갈등 속에서 속절없이 무너질 수도 있다는 것을 보여준 것이다.
한 때 준석이 자신을 죽이려 했다고 오해한 동수. 아버지 제사에 와달라는 준석의 말에 동수는 갈등한다. 비가 오는 거리로 나간 동수는 어디로 갈까 고민한다. 동수의 마음속에 남아 있는 것은 어린 시절 준석과의 진한 우정이었다. 그러나 그의 우정은 야비한 보스의 음모에 의해 무참히 깨어지고 만다. "고마해라, 마이 뭇다 아이가"를 읊조리며 붉은 빗물에 무너지는 동수. 뮤지컬의 하이라이트인 이 장면에서 관객들은 진한 페이소스를 느낄 것이다.
제일 마지막 준석이 재판 받는 모습을 통해 뮤지컬의 막은 내려간다. 그러나 그게 끝이 아니다. 곧 이어지는 뒤풀이 공연. 주연 배우들이 관객 사이를 오가며 유년 시절 악동의 모습을 보여주는 다이내믹한 모습은 또 다른 감동을 선사한다. 피날레치고는 가히 획기적인 모습이라고 할 수 있다.
지난 연말부터 선보인 이 작품을 통해 이제 부산은 브로드웨이의 장기 레퍼토리에 버금가는 훌륭한 작품 하나를 만나게 되었다. 영화의 전당과 비오엠코리아가 합작하여 만든 이 작품은 분명 롱런에 성공할 수 있는 좋은 작품일 것이다. 앞으로도 이런 명품 뮤지컬은 계속 만들어져야 한다.
작년 12월 29일부터 영화의 전당 하늘연극장에서 공연했으며, 1월 12일까지 공연은 이어진다. 화·수·목은 오후 8시, 금요일은 오후 3·8시, 토요일 오후 3·7시, 일요일은 오후 2시에 공연한다. 러닝타임은 2시간 30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