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픈 마음이 앞서지만 고인이 역사 속에서 새롭게 부활할 걸로 믿습니다."'박근혜 퇴진', '특검 실시'가 적힌 현수막을 내걸고 분신한 고 이남종(40, 광주 북구)씨가 광주 북구 망월공원묘지(옛 5·18묘역)에서 영면에 들어갔다. '고 이남종 열사 민주시민장례위원회(아래 장례위원회)'는 4일 오전 서울역광장에서 영결식을 치른 뒤(관련기사 :
죽은 자 대신 산 자가 외쳤다..."박근혜 퇴진") 이씨의 시신을 광주로 옮겨 오후 7시 망월공원묘지에 안장했다.
망월공원묘지는 국립5·18민주묘지가 완공되기 전부터 있던 5·18민중항쟁 희생자 묘역이다. 그 상징성으로 인해 윤상원, 최덕수 등 5·18민중항쟁 희생자는 물론 이후 김남주, 이한열, 강경대, 이철규 등 민주열사 묘지 41기가 안장돼 있다.
이날 망월공원묘지에는 서울에서 내려온 장례위원회 관계자는 물론, 시민사회단체·정당 관계자, 일반인 등 이씨의 영면을 보려는 시민 300여 명이 자리했다. 이들은 관 위로 흙이 쌓이는 동안 이씨가 요구했던 "박근혜 퇴진", "특검 실시"를 외쳤다. 또 '님을 위한 행진곡'을 합창하며 이씨의 마지막을 함께했다.
이날 장례 예배를 주관한 장헌권 광주NCC 인권위원장은 "불의한 역사 속에서 고인이 스스로 몸에 불을 붙이며 하고자한 부르짖음은 두려움 속에 있는 국민들을 깨우기 위한 하늘의 소리가 아니고 무엇이겠는가"라며 "이제 우리는 그 소리를 듣고 일어나고, 응답해야 한다"며 눈물을 흘렸다.
금남로에서 노제 치러져... "진실 편에서 싸우는 용기 깨우치게 해"
앞서 오후 4시엔 광주 동구 금남로에서 이씨의 노제가 치러졌다. 광주에서 노제를 치르고 망월공원묘지에 안장된 이는 2011년 5월 숨진 정광훈 한국진보연대 상임고문 이후 처음이다.
노제에는 이씨의 유족과 함께 오종렬 한국진보연대 상임대표, 임추섭 광주시국회의 상임대표 등 1000여 명의 시민이 참석했다. 윤장현 새정치추진위원회 공동위원장, 오병윤 통합진보당 의원, 조호권 광주시의회 의장 등 정치권 인사들도 자리했다.
시민들의 "박근혜 퇴진", "특검 실시" 등의 구호가 끊이지 않던 노제는 이날 오전 서울역광장에서 영결식을 치르고 내려온 운구차와 이씨의 대형 걸개 그림, 만장이 등장하며 절정에 이르렀다. 시민들은 눈물을 흐리거나 구호를 외치며 이씨의 운구를 맞이했다.
형의 영정사진을 가슴에 안고 노제에 자리한 이상영씨도 고개를 떨구며 연신 눈물을 훔쳤다. 이상영씨는 "박근혜 대통령님, 국정원 댓글을 개인적 일탈이라 했듯, 제 형의 죽음도 개인적 일탈입니까"라며 "형의 희생이 헛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안녕하십니까(라고) 안부도 묻기 힘든 상황"이라며 "국민들께서도 정의로운 사회, 민주주의 국가 건설을 위한 파수꾼이 돼 주길 바란다"라고 덧붙였다.
장례위원회 공동위원장인 임추섭 광주시국회의 상임대표는 추모사에서 "광주가 낳은 무등의 아들인 이남종 열사가 민주, 인권, 평화의 땅 금남로에 서럽게도 차가운 몸으로 돌아왔다"며 "우리 모두는 깨어난 시민, 행동하는 양심으로 열사의 정신을 받들어 굳게 뭉치고 단결해 뿌리채 흔들리는 민주주의를 쟁취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역시 추모사를 한 장휘국 광주시교육감은 "민주정부가 들어서고, 민주주의가 이뤄졌다고 믿었던 그때 이후에 다시는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으리라고 믿었던 우리는 이남종 열사의 소식 앞에 너무도 슬프고 기가 막힐 수 밖에 없었다"며 "이남종 열사는 거짓과 진실을 분별하는 지혜를, 정의와 불의를 분별하는 지혜를, 진실과 정의의 편에서 싸우는 용기를 깨우치게 해줬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