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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에 대해서 후보자가 흔히들 착각하는 것 중 하나가 유권자가 냉정하게 판단할 것이라는 겁니다. 하지만 선거 시기에는 언론도, 후보자도, 유권자도 모두 흥분상태에 있습니다. 냉철한 이성으로 판단하고 행동한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합니다. 그래서 유권자는 옳고 그름을 따지기 보다는 '좋다'또는 '싫다(나쁘다)'로 판단하게 되지요.

그래서인지 점점 겉으로 보이는 이미지에 따라 판단하는 유권자가 늘고 있습니다. 그래서 많은 후보자들이 이미지에만 신경을 쓰고 있는 것도 사실이지요. 이제 유권자란 누구인가? 어떤 기준으로 투표를 하는가에 대해서 정리하도록 하겠습니다. 잘 숙지하셔서 예비후보자(정치인)에게는 영감을, 착한 시민(유권자)에게는 선택의 기준을 제공했으면 하는 소망을 가져봅니다. - 기자 말

유권자는 거짓말을 한다

선거를 즈음해서 각 방송국이 카메라를 들고 길거리에서 유권자들을 인터뷰합니다. 아기를 안은 아기엄마는 환하게 미소를 지으면서 이런 이야길 하지요.

"저는 이번에 후보자가 어떤 정책을 내세우는지를 보고 결정할거예요."

그러면 옆에 있던 아저씨는 점잖게 이야기 합니다.

"사람의 됨됨이를 보고 찍어야지…."

과연 그럴까요? 유권자들의 투표 기준이 그 후보자의 공약과 정책, 후보자의 사람 됨됨이나 인품을 보고 선택할까요? 요즘은 유권자의 인식이 높아져서 그렇게 투표하는 분들이 늘어나고 있는 상황입니다. 참 바람직한 일이지요. 특히 지난 2010년 김상곤 교육감이 불을 지핀 '무상급식'이슈가 일종의 우리나라 복지정책에 대한 준거점이 되면서 커다란 '바람'이 불었습니다. 그렇지만 크게 보아서 대부분의 유권자는 정책이나 인물로 판단하기 보다는 정당보고 찍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그래서 정치컨설턴트들은 '선거는 찬반 진실게임'이라고 이야기 하지요.

이런 결과가 나오는 것은 유권자 탓이 아닌 후보자들의 탓이 큽니다. 유권자들은 왜 거짓말을 할까요? 대체로 다음과 같은 이유 때문입니다.

1. 그 후보자만의 이슈가 없다
2. 후보자간 공약이 거의 90%이상 같다
3. 따라서 차별화가 되지 못 한다

유권자 입장에서 A후보나 B후보나 커다란 차이가 없을 경우 통상적으로 이해관계나 정당을 보고 찍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그래서 앞서 이슈와 이슈파이팅에서 말씀 드렸던 바와 같이 나만의 이슈가 필요한 까닭이 있는 겁니다.

A후보가 자신만의 이슈를 먼저 제기했을 경우(A후보자=이슈), 선거의 구도는 결국 A냐 A가 아니냐의 구도가 되는 겁니다(A or Not A). 다시 말씀 드리지만 1997년 대통령 선거에서는 김대중이냐 이회창이냐의 구도였고 그 구도 속에서 김대중 후보가 당선 되었으며, 2002년 선거에서는 이회창이냐 이회창이 아니냐의 구도 속에서 이회창이 아닌 편인 노무현 후보가 당선된 것입니다.

유권자의 심리학 - 좋으냐 나쁘냐로 판단한다

참 답답한 노릇이 유권자의 인식입니다. 유권자는 후보자에 대해서 '좋다, 혹은 싫다(나쁘다)'로 판단하게 됩니다. 결코 '옳다, 또는 그르다'로 판단하지 않다는 것입니다. 이를 테면 이렇습니다. 후보자들은 이렇게 착각하지요.

후보자의 착각 대부분의 후보자는 유권자의 투표의 이유에 대해 착각을 한다.
후보자의 착각대부분의 후보자는 유권자의 투표의 이유에 대해 착각을 한다. ⓒ 최요한

대부분의 후보자들은 유권자가 자신을 지지하기 때문에 투표를 할 것이라고 착각을 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더욱 자신을 채찍질 하면서 유권자에게 다가가려고 합니다.

하지만 깜짝 놀랄만하게도 유권자는 사실 그런 생각을 하지 않습니다. 이런 생각을 하지요.

유권자의 현실 실제로 투표하는 유권자들은 후보자에 대해서 이런 생각을 가지고 있다
유권자의 현실실제로 투표하는 유권자들은 후보자에 대해서 이런 생각을 가지고 있다 ⓒ 최요한

이미 유권자들은 판단을 내리고 있습니다. 아예 관심이 없어서 투표하지 않는 사람들을 빼 놓고는 투표하는 유권자의 심리는 '반대하는 심리'를 가지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여기 그림에는 특정한 A후보, 또는 특정한 B후보로 표현되어 있지만 이를 특정한 A정당의 후보, 또는 특정한 B 정당의 후보로 표현할 수도 있습니다.

다시 말씀드리면 유권자는 누군가를 지지하기 때문에 투표를 하기 보다는 누군가를 반대하기 때문에 투표장에 간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것입니다. 또 후보자로서는 서글프게도 후보자를 선택하는 기준이 옳다, 그르다의 기준이 아니라 좋다 또는 싫다의 기준을 가지고 있다는 것입니다.

정리해 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A후보가 좋아서 A를 찍은 것이 아니라 B후보가 싫어서 A를 찍어준다.
A후보가 좋아서 A를 찍은 것이 아니라 우연히 지지하는 정당의 후보이기에 찍어준다.
C정당이 좋아서 A를 선택한 것이 아니라 D정당이 싫어서 C정당을 선택한 것인데 A가 바로 그 C정당의 후보였다.

이것이 선거 시기 모두 흥분한 가운데 나타나는 유권자의 냉철한 심리입니다.

유권자 패러다임의 변화

바람/구도/텃밭이라는 선거의 3요소를 인식하는 후보자가 또 명심해야 하는 것은 과거에 비해 유권자 패러다임이 바뀌었다는 것입니다.

예전에는 남편이 아내에게 후보자에 대한 이야길 했습니다. 또 부모님이 자녀들에게 정보를 주었지요. 그만큼 가부장적인 분위기였고 그것이 그대로 수용이 되었습니다. 그런데 이런 분위기가 지난 16대 대통령 선거를 기점으로 바뀌었다고들 이야기 하고 있습니다. 이른바 전혀 예상치 못한 '노풍(盧風)'바람이 불면서 유권자의 패러다임까지 바꾸었다는 것입니다. 아내가 남편에게 후보자를 권합니다. 자식들이 부모에게 후보자를 추천한다는 것입니다. 일률적이지는 않으나 그런 경향이 강하다는 것이죠.

왜 패러다임이 이렇게 바뀌었을까요? 여러 가지 이유를 들 수 있겠지만 저는 다음과 같은 세 가지 정도의 원인 때문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첫째, IMF∼미국 금융위기로 인해서 고개를 숙인 아버지가 많아졌다.
둘째, 고령화 사회 진입하면서 자식에게 위탁하는 부모들이 많아졌다.
셋째, 여성의 사회적 진출 증가로 발언권이 세졌다.

한국사회에 큰 충격을 주었던 1997년의 IMF는 수평적 정권교체를 이루는 계기도 되었지만 이후의 사회적 변화에 대해서 적응하지 못하는 아버지들(남편들)이 많아지기도 했습니다.

또 전체인구에서 노인인구의 비율이 7%를 넘으면 '고령화 사회(aging society)'라고 하는데 이미 2000년에 우리나라의 노인인구가 340만 명으로 전체인구 4701만 명의 7.2%를 넘어서서 고령화 사회에 진입을 했다고 합니다. 참고로 UN에서는 14%를 넘으면 '고령사회(aged society)'로 그리고 20%를 넘으면 '초고령사회' 또는 '후기고령사회(post-aged society)'로 구분한다고 합니다.

여성의 사회적 진출이 증가했다는 것은 이제는 너무나 당연한 이야기가 되었습니다. 보수적인 분위기로 유명한 법조계에서 초임 판사의 절반에 여성이 임용되었다고 화제가 된 것이 벌써 10여 년 전의 일인 2004년의 일입니다. 이제 대한민국에는 '금녀의 벽'이라는 것은 거의 사라지다시피 된 상황이지요. 이런 상황에서 여성의 발언권이 세지지 않았다면 오히려 이상할 지경입니다.

패러다임 변화의 예외 - 2012년 제 18대 대통령 선거

이를 비추어 보았을 때 여러모로 특이했던 선거가 바로 지난 2012년 제 18대 대통령 선거입니다. 위의 조건들이 부분적으로 먹히지 않았습니다.

유권자들은 서로 박근혜를 떨어뜨리기 위해서, 문재인을 떨어뜨리기 위해서 투표장으로 달려갔던 것은 사실이지만, 결코 부모세대가 자식세대에게 설득당하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부모세대가 자식세대들에게 역정을 냈지요. 더군다나 박근혜 후보는 최초의 여성 대통령으로 많은 여성들에게 자신의 장점을 어필 하였지요.

지금도 생생하게 기억나는 일이 있습니다. 선거를 마치고 나서 모 종편 프로그램에 출연하게 되었는데, 남녀 앵커와 출연진은 저를 비롯해서 대체로 젊은 편이었습니다. 약 50대 쯤 되어 보이는 방송국 간부가 이 젊은 남녀 앵커에게 의기양양하게 외치더군요.

"거봐~ 50대의 힘을 보여주었지? 우하하하하"

그동안 젊은 층의 기세에 억압받았던 기억을 한꺼번에 떨쳐버리려는 듯 호탕한 웃음소리였습니다. 그런 모습 - 장년층의 명확한 투표지향성, 박근혜 후보의 여성 표에 대한 소구력 - 을 보면서 지난 대선에서 왜 박근혜 대통령의 등장이 가능했는지에 대해서 이해했습니다.

문제는 앞으로의 선거입니다. 과연 현재의 정치질서에 대해서 중장년층 남성들의 태도는 어떻게 될 것인지? 젊은 층의 의견에 동조를 할 것인지? 여성들의 정치적 태도는 어떻게 바뀔 것인지? 여전히 선거는 어렵습니다. 하지만 원인이 나온 만큼 대안도 나올 것이라는 낙관적 관점은 여전합니다.

덧붙이는 글 | 선거의 본질, 유권자 분석 등의 연재까지 해서 이제 얼추 정리할 부분들은 이야기가 된 것 같습니다.
남은 부분들은 좀 더 생각해서 정교하게 정리해야 할 것 같습니다.
홍보물을 만드는 방법, 캠페인 전략은 어떻게 해야 하나, 연설(설득)에 대한 태도, 필승비결 10계명 등의 이야기가 될 것입니다.



#유권자#거짓말#투표#후보자#착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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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요한, 1969년 서울 산(産), 2000년부터 방송에 관심 있어 주변을 맴돌다 2005년 우연히 얻어 걸린 라디오 전화인터뷰부터 시사평론 방송시작, 2014년부터는 경제 Agenda에 집중, 시사경제평론을 하면서 몇몇 경제채널 출연하고 있음, 어떻게 하면 쉽게 이야기 할 수 있는지 종일 고민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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