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의 자율형 고교 3곳이 아직 중학교 졸업도 하지 않은 입학예정자들을 데려다 선행학습을 시키고 있어 논란이 일고 있다.
전교조대전지부가 9일 공개한 자체조사 결과에 따르면, 자율형 공립고인 대전고등학교와 자율형사립고인 대성고등학교, 대전대신고등학교 등 3곳이 1월~2월 겨울방학 중에 적게는 48시간에서 많게는 125시간까지 국·영·수 등 '선행학습'을 실시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자율형 공립고인 대전고의 경우, 지난 해 12월 20일 학교운영위원회를 개최, '2014학년도 신입생 입학 전 학습컨설팅 실시계획'을 세웠다. 대전고는 입학 예정인 중3 학생들을 대상으로 9일 부터 국·영·수 선행학습을 실시할 예정으로, 이들은 1·2차 '컨설팅'에 모두 참여할 경우, 무려 125시간의 고교과정 선행학습을 받게 된다.
대성고의 경우에는 오는 14일부터 31일까지 하루 4시간씩(12일) 총 48시간 동안 '신입생 고교 연계수업'이란 명목의 국·영·수 선행학습을 실시한다. 또 대신고의 경우에는 '신입생 윈터스쿨'이란 이름을 내걸고 이미 지난 6일부터 이미 수업을 시작해 하루 4시간(20일) 총 80시간 동안 국·영·수 선행 학습을 실시하고 있다.
이에 대해 전교조대전지부는 "고등학교가 아직 입학도 하지 않은 중3 학생들을 사실상 반강제로 등교시켜 사교육이나 다름없는 선행학습을 시키는 사례는 전국적으로도 매우 드문 일로 심각한 교육과정 파행 운영 사례"라고 지적했다.
이어 "더군다나 '선행학습 금지'는 박근혜 정부의 대표적인 교육 분야 핵심 공약이면서, 현재 국회에서 '선행학습금지법' 입법이 추진 중에 있다는 점을 고려할 때, 그 파장이 만만치 않을 전망"이라면서 "예비 입학생을 대상으로 선행학습 성격의 교과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것은 초중등교육법 등 관련 법령 위반 소지도 크다"고 주장했다.
예비 입학생들은 입학이 확정되었을 뿐이지, 2월 졸업 전까지 엄연히 대전 관내 중학교 학생들이기 때문이라는 것. 따라서 사설 학원이라면 몰라도 공교육 기관인 학교에서 선행학습을 시키는 것은 지극히 비교육적인 처사가 아닐 수 없다는 주장이다.
전교조대전지부는 또 "현행 초·중등교육법 제24조 3항은 '학교의 학기·수업일수·학급편성 및 휴업일과 반의 편성·운영 기타 수업에 관하여 필요한 사항은 대통령령으로 정하도록' 규정하고 있다"며 "희망수요조사를 했다고 하더라도 관할청의 승인도 없이 학교장이 임의로 타 학교 중학생을 데려다 수업을 받게 하는 것은 명백한 불법"이라고 지적했다.
이러한 지적에 대해 대전시교육청은 '제제를 가할 마땅한 법적 근거가 없다'는 입장이다. 전날(8일)열린 교육청과 전교조와의 단체교섭 자리에서 교섭위원으로 참석한 김진용 중등교육과장은 이 사안에 대해 "교육적으로 바람직하지 않음을 잘 알고 있지만 구체적인 법적 제제 근거가 없다"며 "최근 교감회의에서 물의를 빚는 일이 없도록 지양해달라고 얘기했다, 성적에 따른 반 편성이나 선행학습은 곤란하다는 게 교육청의 입장이다"라고 밝혔다.
이에 전교조대전지부는 "우리는 이번 사태를 결코 묵과하지 않을 것이다, 현재 법률적 검토를 진행하고 있다"며 "다음 주 초까지 대전시교육청의 행정지도 내용을 면밀히 검토한 후, 시정조치가 미흡할 경우 해당 학교장에 대한 문책 요구와 더불어, 해당 학교에 대한 교육부 또는 감사원 감사 청구를 할 계획"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