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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울주군이 지난 2009년 2월 원전지원금 27억 원을 포함해 모두 73억 5000만 원을 들여 대지 9998㎡, 연면적 6421㎡로 건립한 서생면청사. 서생면은 3316가구에 인구가 7530명에 불과해 원전지원금 사용에 대한 논란이 일은 바 있다. 울주군이 신고리원전 5~6호기에 대한 지원금을 사용하는 문제가 다시 도마에 오르고 있다
울주군이 지난 2009년 2월 원전지원금 27억 원을 포함해 모두 73억 5000만 원을 들여 대지 9998㎡, 연면적 6421㎡로 건립한 서생면청사. 서생면은 3316가구에 인구가 7530명에 불과해 원전지원금 사용에 대한 논란이 일은 바 있다. 울주군이 신고리원전 5~6호기에 대한 지원금을 사용하는 문제가 다시 도마에 오르고 있다 ⓒ 박석철

전체 시민구성원들의 의사와는 상관 없이 주변에 우후죽순 원자력발전소(원전)가 들어서고 있는 울산에 지난 주말 명암이 엇갈리는 두 가지 소식이 한꺼번에 전해졌다.

그중 하나는 밀양 송전탑 건설을 반대하는 어른신들을 돕던 울산시민연대 활동가 정아무개(52)씨가 구속됐다는 소식, 또 하나는 신고리 원전 5·6호기 건설에 따른 울주지역 주민지원사업비 규모가 1500억 원으로 합의됐다는 소식이다.

두 가지 소식 모두 원전에서 비롯됐다는 공통점이 있지만 그 내용은 너무나도 상이한 것이다.

울산시민연대 "도주 우려가 없는 평범한 시민에 대한 인권탄압"

창원지방법원 밀양지원은 지난 10일 밀양 송전탑 반대 연대활동가 정아무개(52)씨에 대한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앞서 지난 9일 경찰·검찰은 정씨에 대해 공무집행방해 등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했고, 창원지법 밀양지원은 1월 10일 오후 영장실질심사를 벌여 이같이 영장을 발부했다.

정 활동가는 지역 시민사회에서는 익히 알려진 적극적 활동가로 통한다. 평범한 한 가정의 가장인 그는 지자체나 기업으로부터 지원을 받지 않고 시민들의 회비로 운영되는 울산시민연대 상임활동가로 일하며 한 달에 최저 생계비를 조금 넘는 급여를 받고 있다.

그는 오랫동안 탈핵 활동에도 적극적이었고 그 중 하나로 틈틈이 송전탑 건설 여부로 갈등을 빚던 밀양으로 내려가 지역 어른신들과 연대 활동을 해왔다. 그런던 중 지난해 10월 1일, 한국전력공사가 밀양에서 송전탑 공사를 재개하기 위해 공권력을 투입한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제일먼저 시민사회단체 회원들과 밀양으로 어른신들을 도우러 달려갔다.

울산지역 시민사회는 정 활동가 구속 소식이 전해지자 "시민단체의 활동가로서, 한 가정의 아버지이며 남편으로서 다른 사람에게 도움을 주려한 상근활동가에 대한 구속 결정은 사실관계 마저 무시한 결정"이라며 "도주 우려가 없는 평범한 시민에 대한 인권탄압"이라고 비난하고 나섰다.

서생면 주민협의회는 '한전 1500억 주민지원' 수용

하지만 이 소식이 전해지기 전인 몇 시간 전 쯤인 지난 10일 오후 2시, 신고리 원전 5·6호기 건설에 따른 울주지역 주민지원사업비 규모가 1500억 원으로 합의됐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그동안 울주군과 원전 5·6호기가 들어설 예정인 울주군 서생면의 주민협의회는 '자율유치'라는 명목으로 원전을 추가 유치해 논란을 빚었고, 이후 서생면주민협의회가 한수원이 제시한 주민지원사업비 1500억 원을 거부하고 2500억 원을 요구하면서 갈등을 빚어왔다. 하지만 한수원의 안인 1500억 원을 수용하기로 했다는 것이다.

연대활동가의 구속까지 불러온 것은 신고리원전 3·4호기에서 공급하는 765kV 고압 전기를 공급하는 송전탑 건설이다. 하지만 갈등의 근본 배경인 신고리원전 3·4호의 문제가 해결되지 않고 있는 시점에서 아직 건설이 진행되지도 않은 신고리원전 5·6호기의 지원금 문제가 이슈가 된 것이다.

이번에 해당지역 주민들이 수용한 1500억원은 주민지원사업 지원금이며, 해당 울주군에는 이외 신고리 원전 5·6호기 건설공사비 7조6000억 원의 1.5%인 1140억원 중 울주군에 배당된 770억 원과 자율유치에 따른 추가 지원금 380억 원 등 1150억 원이 지원된다. 두 지원금을 합하면 2650억 원이다. 하지만 이 지원금은 원전에 대한 위험 부담을 함께 지고가야 할 전체 시민과는 전혀 상관없는 돈이다.

앞서 지난해 11월에는 울주군이 신고리원전 5·6호기 지원금 중 260억 원을 활용해 2016년까지 서생면 진하리 진하해수욕장 야영장 일대에 해양레포츠센터와 캠핑장 등을 조성하는 테마공원사업을 추진한다고 서둘러 밝혀 논란이 일기도 했다.

한쪽에서는 원전에서 나오는 고압 전기를 실어나를 송전탑 건설 때문에 못살겠다며 목숨을 건 반대운동을 진행고, 이들 지역민을 돕다 시민단체 활동가가 구속되는데 다른 한쪽에서는 추가로 원전을 유치하고 그 지원금을 두고 왈가왈부하고 있는 것이다.

울산시민연대, 밀양송전탑 반대활동 연대의지 밝혀

울산시민연대 이필상씨는 "정OO 상근활동가의 구속사유는 그간 밀양 연대 활동 중에 한전 인부들과의 마찰이 발생했고, 그 과정에서 발생한 폭력 때문이라고 한다"며 "하지만 오히려 폭행을 당한 쪽은 언론에서도 밝혀졌듯 한전 인부를 저지하던 주민과 연대 활동가들이었다"고 성토했다.

이어 "시민단체 활동가로서 다른 사람에게 도움을 주려한 사람을 구속한 것은 평범한 시민에 대한 인권탄압"이라며 "사회에 대한 책임을 지고자 했고 양심에 따라 행동했던 이를 구속 할 만큼의 중죄는 무엇인가"고 되물었다.

그러면서 "국가에 의해 삶의 터전과 건강, 기본권, 지인을 잃어야 했던 밀양 어르신들에게 위안을 주고자 했던 이들을 빼앗아야 할 만큼의 중죄는 무엇인가"며 "이번 법원의 구속 결정은 후쿠시마 핵발전소 사고 및 핵발전소 부품위조 사건 이후 핵발전 정책에 대한 국민의 우려를 무시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박근혜 정부 출범이후 공권력 남발과 공안탄압으로 민주주의가 심각한 후퇴에 직면하고 있는 현실에서 시민의 인권을 지켜야 할 사법부가 행정부의 편에서 자신의 책임을 방기하고 있는지 돌아봐야 한다"며 "울산시민연대는 법원의 이번 구속 결정에 유감을 밝히며 밀양송전탑 반대 활동에 대한 지속적인 연대와 정OO 활동가에 대한 조기 석방을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밀양 송전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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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지역 일간지 노조위원장을 지냄. 2005년 인터넷신문 <시사울산> 창간과 동시에 <오마이뉴스> 시민기자 활동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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