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청음실용음악학원에서 색소폰을 배우는 8명의 목사 사모님들. 가운데 앉은이는 이들을 지도하는 이동진 교수
청음실용음악학원에서 색소폰을 배우는 8명의 목사 사모님들. 가운데 앉은이는 이들을 지도하는 이동진 교수 ⓒ 오문수

여수의 한 실용음악학원에서는 8명의 목사 사모님이 색소폰을 배운다. 목사 사모님이라 남 앞에서 근엄해야 하고 몸조심을 해야 하기 때문에 남모르는 스트레스도 있을 터. 하지만 매주 화요일과 목요일에 색소폰을 배우면서 갱년기 우울증이 치료됐다고 한다.

이들을 지도하는 분은 학원 원장이자 대학교에 출강(전남대학교와 세한대학교, 남부대학교에 출강)하는 이동진 교수다. 원래 대학에서 바이올린과 플루트를 복수전공한 이 교수는 색소폰과 피아노뿐만 아니라 틈틈이 음악교재를 펴낸다. 이동진 원장에게 이들을 무보수로 지도해주는 이유를 들어봤다.

"제 아버지가 목회를 하셔요. 목사 사모님들은 경제적으로나 환경적으로 문화적 혜택을 누리기 어렵다는 것을 알기 때문에 부모님처럼 섬긴다는 마음에서 제가 가진 재능을 기부하자는 뜻으로 시작했습니다. 음악적으로 나날이 성장하는 걸 보는 것도 보람이지만 연습실에 삼삼오오 모여 연습하는 동안 들려오는 웃음소리가 저를 행복하게 해줍니다. 제 바램은 사모님들이 함께 모여 음악 공부를 하며 행복해지는 것입니다."

"누가 먼저 색소폰 공부를 시작했는가"를 묻자 시작한 지 6년 됐다는 김은자(새힘교회)씨는 "먼저 교수님께서 사모회(목사 사모님들의 모임)에 오셔서 색소폰을 가르쳐주겠다고 해서 해보고 싶은 생각은 들었지만 남자들만의 악기라 망설였다고 한다. 김은자씨가 이야기를 계속했다.

"남자들의 악기란 무겁다는 의미가 아니라 호흡이 길어야 한다는 의미입니다. 색소폰을 배울 때 심폐기능이 약해 교수님께 두 번이나 못하겠다고 했는데 교수님께서 분명 좋아진다고 하며 권장해 지금 아주 좋아졌어요."

조현경(산정현교회)씨가 색소폰을 배우는 동안 느꼈던 보람에 대해 이야기를 꺼냈다.

"색소폰을 배우면 특송이나 연주할 때 성도들에게 기쁨과 영광을 돌릴 수 있어요. 3년 전 목포 교도소에 봉사차 갔을 때 선입견을 갖고 갔었는데 연주하는 동안 손뼉 치며 환호해주는 그들을 바라보며  음악 속에서 우리와 같은 감정과 생각 속에 호흡하는걸 보고 보람을 느꼈어요."

처음 색소폰을 배우려하자 남편이 탐탁지 않게 여겼는데 지금은 열심히 하라며 흔쾌히 지원해준다는 곽정화(여천충만교회)씨는 색소폰을 처음  배울 때 곤란했던 점에 대해 얘기해 줬다.

"목사 사모님들이라 찬양곡을 배울 줄 알았는데 가요를 연주하니까 사택에서 연습할 때 남의 이목이 따가웠어요. 그래서 선생님 찬양곡을 배우면 안될까요? 하고 물었더니 여러 방면의 음악을 배워야 실력이 늘어요 하며 권해서 배웠지만 처음엔 사모님이 유행가를 연주한다고 할까봐 조심스러웠어요." 

참석한 모든 사모님들이 50대를 넘어서 생체 리듬에 문제가 생길 때가 됐다. 박향미(여수풍성한교회)씨 얘기다.

"갱년기와 우울증으로 힘들었는데 색소폰을 배운다고 하자 남편이 격려해주셨어요. 당신은 뭐든지 할 수 있어. 왜 박향미가 못해, 하며 힘을 주자 치유가 됐어요. 무엇보다 두 아들이 엄마 멋있다고 칭찬해줬어요."

정행자(자매교회)씨는 여수 시내에서 한참 떨어진 화양면 장수리에 교회가 있다.

"저희들은 사모다보니 활동하는 게 많지 않아요. 이렇게 연습하러 시내 나올 때 화장도 하고 예쁜 옷도 입고 할머니 할아버지들을 만나 인사하는 게 좋아요. 인사가 전도에요"

이수자(신덕교회)씨는 못하는 걸 알리고 싶단다. 옆에 계시는 사모님들이 "굉장히 열정이 많다"고 이구동성으로 칭찬하는 이수자씨 얘기를 들어보았다.

"저는 음치, 박치(박자 치)인데 교회에는 항상 음악이 있잖아요. 찬송가 연주하려고 드럼도 배우고 피아노도 배웠지만 10년 동안 체르니 상을 못나갔어요. 언니가 색소폰을 권유해 시작했는데 색소폰은 할수록 쉬워요."

김미숙(주님의 교회)씨는 이런 기회를 마련해준 교수님에 대해 칭찬했다.

"이런 기회를 주신 교수님께 감사드려요. 배우고 싶어도 여건이 따라주지 않아 못하는 데 이럼 모임을 갖게 해주셔서 모여 수다도 떨고."

이제 막내인 이현미(행복한 교회)씨 차례다.

"저 같은 경우 성격이 내성적이어서 남앞에 나서지 못했는데 이렇게 모이니까 친구 같기도 하고 언니 같기도 해서 좋아요. 앞으로 양로원이나 교도소 같은 곳에 봉사활동을 갈 예정입니다."

연습실 옆을 지나가다 보면 기량이 상당하다. 열심히 연습하기도 하지만 어려운 자리를 벗어나 자신이 좋아하는 음악을 즐기기 때문이다. 한 사람의 재능기부가 8명의 얼굴을 행복하게 했고 8명의 사모님들의 행복한 마음이 수많은 교인과 시민들에게 행복을 전파했다.

덧붙이는 글 | 여수넷통에도 송고합니다



#색소폰
댓글1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교육과 인권, 여행에 관심이 많다. 가진자들의 횡포에 놀랐을까? 인권을 무시하는 자들을 보면 속이 뒤틀린다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