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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근로정신대 할머니와 함께하는 시민모임' 기자회견에서 김주삼 경기도 의원이 경과를 설명하고 있다.
‘근로정신대 할머니와 함께하는 시민모임' 기자회견에서 김주삼 경기도 의원이 경과를 설명하고 있다. ⓒ 김한영

경기도가 '일제강점기 때 일본 군수산업체 등에 강제로 끌려가 노동력을 착취당한 근로정신대 할머니들을 돕겠다'며 관련 조례를 제정하고도 '예산이 없다'는 등의 이유로 생활보조금 지급을 거부했다가 행정심판대에 오르게 됐다.

'근로정신대 할머니와 함께하는 시민모임'(아래 시민모임)은 22일 일부 근로정신대 피해 할머니와 경기도의원 등이 참석한 가운데 경기도의회 브리핑룸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경기도가 근로정신대 피해 할머니들이 생활보조금 지원을 신청했으나 부당하게 지급을 거부해 1월 21일 중앙행정심판위원회에 행정심판을 청구했다"고 밝혔다.

경기도를 상대로 행정심판을 청구한 이들은 경기지역에 거주하고 있는 김성주(85·경기도 안양시) 할머니 등 5명이다. 김 할머니 등은 지난해 12월 '경기도 대일항쟁기 강제동원 피해 여성근로자 지원 조례'를 근거로 경기도에 생활보조금 지원을 신청했다.

경기도가 지난 2012년 11월 제정한 이 조례는 정부 지원 대상에서 소외된 근로정신대 피해 할머니들에게 매월 생활보조금 30만 원과 본인부담금 진료비(30만 원 이내), 사망 때 장제비용 100만 원을 지급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경기도는 "재정적 어려움으로 소요 예산이 확보되지 않았고, 조례 시행에 필요한 규칙이 제정되지 않아 생활보조비를 지급할 수 없다"고 통보했다. 이는 경기도가 근로정신대 피해자 지원조례를 스스로 무력화시키고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경기도는 당초 이 조례를 2013년 1월부터 시행한다고 공포했지만 조례제정 1년이 넘도록 관련 예산 확보와 시행규칙 마련을 회피하면서 사실상 시행이 중단된 상태다. 이 때문에 경기도가 조례를 제정하고도 시행할 의지가 없다는 비판과 함께 무책임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해 3월부터 지원 요구... 경기도, 예산 문제로 거부해"

 ‘근로정신대 할머니와 함께하는 시민모임’ 기자회견에서 김성주 할머니가 김주삼 도의원 부축을 받으며 취재진을 향해 "고맙다"는 인사말을 하고 있다.
‘근로정신대 할머니와 함께하는 시민모임’ 기자회견에서 김성주 할머니가 김주삼 도의원 부축을 받으며 취재진을 향해 "고맙다"는 인사말을 하고 있다. ⓒ 김한영

시민모임은 "경기도가 예산이 확보되지 않았다며 근로정신대 피해 할머니들에게 생활보조금 지급을 거부하고, 나아가 아직까지 시행규칙도 마련하지 않은 것은 물론 지난해와 올해 예산조차 확보하지 않고 있다"며 "피해 할머니들을 돕지는 못할망정 더 이상 우롱하거나 상처를 주지 말라"고 경고했다.

특히 시민의 모임은 "한계연령 86세에 이른 근로정신대 피해 할머니들에게는 이 문제로 다툴 만큼 한가한 시간이 남아있지 않다"면서 "부족한 것은 돈이 아니라 경기도의 의지다, 해당 조례의 조속한 이행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기자회견에 참석한 경기도의회 김주삼(군포·민주) 의원은 "지난해 3월부터 여러 차례 경기도 기획실장과 김문수 지사를 만나 조례 규정대로 근로정신대 피해 할머니들에 대한 지원을 요구했으나 재정문제 등을 거론하며 거부했다"면서 "계속 이대로 간다면 행정소송을 진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국언 시민모임 사무국장은 "경기도에 거주하는 근로정신대 피해 할머니는 현재 34명으로 파악되고 있고, 이분들에게 생활보조금 등을 지원할 경우 소요 예산은 2억 원이 채 안 된다"면서 "그런데도, 경기도가 예산을 확보하지 못했다며 조례를 시행하지 않고 있는 것은 도무지 이해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이 국장은 또 "경기도는 남녀 형평성 문제를 얘기하는데 근로정신대 할머니들이 엄청난 보상금을 달라는 게 아니다, 남성 피해자들도 조례를 개정해 포함하면 된다"며 "지금 시비 걸며 시간만 보낼 일이 아니다"고 강조했다.

경기도, "행정심판 결과 지켜본 뒤 대응책 세우겠다" 해명

 ‘근로정신대 할머니와 함께하는 시민모임’ 기자회견에서 이국언 사무국장이 행정심판을 청구하기까지의 경과를 성명하고 있다.
‘근로정신대 할머니와 함께하는 시민모임’ 기자회견에서 이국언 사무국장이 행정심판을 청구하기까지의 경과를 성명하고 있다. ⓒ 김한영

이날 기자회견장에는 김성주 할머니와 동생 김정주(83·안양시) 할머니, 김계순(85·군포시) 할머니 등 세 명이 참석했다. 이들은 14세 미만의 어린 나이에 일본으로 끌려가 강제노역에 시달려야 했다. 이중 김성주 할머니는 강제노역의 후유증으로 심한 청각장애와 관절질환을 앓고 있다는 게 이국언 사무국장의 전언이다.

김성주 할머니는 인사말에서 "평생을 엄청난 고통 속에서 살아왔다"며 "언론에서 많은 관심을 가져줘 정말 고맙고 감사하다"고 말했다. 이어 김정주 할머니는 "우리는 생이 얼마 남지 않아 시간이 별로 없다"면서 김문수 지사를 향해 "우리의 사정을 헤아려 제발 도와 달라"고 호소했다.

이와 관련, 여준수 경기도 자치행정과 민간협력팀장은 전화통화에서 "도내 근로정신대 할머니들에 대한 보조금 예산은 2억 원 안팎이지만, 재정적 어려움으로 예산 확보에 어려움이 있다"면서 "행정심판 결과를 지켜본 뒤 대응책을 세우겠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3500여 명에 달하는 도내 남성 강제징용 피해자들과 형평성 문제도 있어 해결책을 찾기가 쉽지 않다"면서 "중앙정부 차원에서 종합적인 대책이 나와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편 경기도와 달리 일부 광역자치단체는 근로정신대 피해 할머니들을 적극 돕고 있다. 지난 2012년 4월 전국 최초로 여자근로정신대 피해자 지원조례를 제정한 광주시는 같은 해 7월부터 피해자들에게 매월 생활보조비 30만 원과 병원 진료비 등을 지원하고 있다.

또 지난해 여자근로정신대 피해자 지원 관련 조례를 제정했던 전남도와 서울시도 올해부터 피해 할머니들에게 매월 생활보조비 등을 지원하기 위해 각각 1억4700만 원, 1억6800만 원의 예산을 확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근로정신대#경기도#생활보조금#김성주#김주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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