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12월 협동조합 기본법이 발효된 이후 지난 1년 간 우리 사회에는 그야말로 '협동조합 붐'이 일었다. 2008년 경제 위기 당시 협동조합의 저력이 세계적으로 확인된 후, 국내에서도 5명만 모이면 누구나 협동조합을 만들 수 있게 되자 수많은 사람들이 팔을 걷어붙였고, 그 결과 지난해 12월 31일 기준으로 전국에 3466개의 협동조합이 만들어졌다(그 중 3336개가 수리되었다). 하루 평균 9.5개, 월 평균 288개 꼴로 협동조합이 설립된 것이다.
그러나 이와 같은 경이적인 숫자 뒤에는 반드시 어둠이 따르는 법. 지난해 11월 기획재정부가 발표한 협동조합 실태조사에 따르면, 실질적으로 사업을 하고 있는 협동조합은 전체의 54.4%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2013년 7월 현재 절반에 가까운 협동조합이 자금부족(33.4%)과 사업모델 구축 미비(22.3%) 등으로 벌써부터 개점휴업 상태에 들어간 것이다.
게다가 협동조합 설립 추이를 살펴보자. 밑의 표에서도 알 수 있듯이 2012년 9월까지 가파르게 증가하던 협동조합은 가을을 기점으로 완만한 곡선을 그리고 있다. 소위 숨고르기에 들어간 것이다. 그러니 이제부터 협동조합의 거품이 슬슬 빠질 것이라는 우려가 생길 수밖에. 시대 조류에 맞춰 처음에는 확 달아올랐다가도 금방 주저앉는 것이 우리 사회의 특성 아니던가.
상황이 이렇다 보니 기본법 발휘 후 1년이 지난 이 시기, 협동조합의 현황이 궁금할 수밖에 없었다. 과연 협동조합은 혹자의 표현대로 현대 자본주의의 대안이 될 수 있을까? 아니면 한때 광풍을 일으켰던 벤처사업 같이 한낱 지나가는 바람에 불과한 것일까?
협동조합 기본법 발효 1년, 지나가는 바람일까
이를 알아보기 위해 지난 1월 말 서울시 강동구에 자리하고 있는 캠핑협동조합을 찾아 갔다. 조합원들을 대상으로 캠핑과 관련된 물품을 판매하거나 캠핑교육 등을 하는 이곳은 강동구에서 상근인력을 둘 수 있을 만큼 꽤 튼실한 조합으로 알려져 있다(앞선 조사에 따르면 협동조합에서 주 40시간 근무하는 상근직은 전체 고용의 46.8%에 지나지 않는다).
협동조합의 입장에서 바라보는 협동조합 기본법 발효 1주년은 어떤 의미일까? 다음은 캠핑협동조합 허준규 사무국장과의 인터뷰 전문이다.
- 협동조합의 설립 동기와 협동조합으로 수익창출이 가능하다고 생각한 계기는 무엇인가요? 협동조합 설립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은 필요와 열망인데, 캠핑협동조합은 어떤 필요와 열망을 찾았나요?"조합 전에 동호회가 있었습니다. 2007년부터 시작된 동호회가 포털사이트 카페 회원수가 10만명 정도로 커졌는데 2012년 9월에 '이걸 협동조합으로 전환하면 좋지 않을까'라는 이야기가 처음 나왔어요. 카페에서 무임승차 하는 사람들 등 카페의 한계가 나타나는 시점이었는데, 카페 운영의 노하우를 가지고 협동조합의 운영원리를 녹여내서 비즈니스모델을 구축할 수 있다는 나름의 자신감이 있었죠. 점점 캠핑에 대한 필요와 열망은 많아지는데 그 시장의 거품이 워낙 심하니까. 거품이 있는 곳에 경쟁력이 있죠. 그와 같은 맥락에서 협동조합을 대안경제라고 생각했죠.
게다가 우리는 늘 자부심이 있었어요. 저희 동호회는 상업 카페가 아니라 커뮤니티를 지향하는 카페로서 선진적인 캠핑문화를 이끌었고, 해외진출 생각도 많이 했었고, 해외캠핑도 저희가 거의 처음 먼저 했었죠. 이런 자부심을 상업적으로 협동조합에 풀어보자, 이런 취지에서 출발했죠."
협동조합을 설립함에 있어서 가장 먼저 생각해야 할 것은 시장에서의 지속가능성이다. 아무리 추구하는 가치가 좋다고 한들 시장에서 살아남지 않고서는 의미가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협동조합의 비즈니스 모델 구축은 매우 중요한 작업일 수밖에 없다. 그것은 수익과 직결된 문제이며, 세밀한 계획 없이 인정에만 매달려 사업을 하다보면 실패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캠핑협동조합의 경우 비즈니스 모델은 크게 물품 공동 구매, 교육컨설팅, 해외캠핑, 캠프장 운영으로 볼 수 있다.
- 카페 회원들은 모두 조합원이 되었나요."그게 고민이죠. 카페 회원들을 어떻게 조합으로 영입할 것이고 협동조합원으로 전환했을 때 어떤 이익을 줄 거냐. 현재 조합원은 200명 정도 됩니다. 카페 회원들을 설득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출자금은 딜레마인데요. 출자금을 낮췄을 때, 조합원을 모집할 때, 모두 문제입니다. 그래서 출자금을 계좌 당 만원밖에 못하고 있고, 캠핑하시는 분들 중 협동조합에 관심 있는 분들도 있고 없는 분도 있고... 대다수가 관심이 많지 않죠. 협동조합에 대해 모르시는 분들이 많은 게 어려운 부분이죠."
'튼실한 협동조합'으로 알려진 곳도 수익은 마이너스
역시 협동조합 운영의 가장 큰 문제는 자금 조달과 그 돈을 지불할 수 있는 조합원의 존재이다. 특히 소비자협동조합의 경우 불특정 다수를 끌어당길 수 있는 유인이 있어야 되는데 이는 초기 협동조합에게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경제적으로나 운영적으로 아직 그 노하우가 부족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교육이 필요하지만 이 역시 만만치 않다. 같은 소비자협동조합인 생협의 경우 건강에 직결되는 먹거리를 판매하니, 소비자들이 끊임없이 교육의 필요성을 절감하지만 캠핑협동조합의 경우는 그렇지 않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캠핑협동조합은 생각보다 늘지 않는 조합원 수에도 불구하고 수익을 내고 있을까?
- 지역에서는 그래도 상근직까지 둘 수 있는 튼실한 협동조합으로서 알려져 있는데, 6개월 운영하는 동안 손익분기점은 넘겼나요?"당연히 마이너스죠. 사실 여름에 수익을 내서 사람을 한 명 더 고용했었습니다. 해외여행사업 하려고. 캠핑 카페 중엔 저희가 처음 했는데 검증하다보니 이게 의외로 경쟁력이 괜찮다 판단했어요. 해외여행사업을 비즈니스 모델로 만들려 했죠. 그런데 경기가 전년 동기 대비해서 더 안 좋아졌어요. 꺾이는 타이밍도 빨라졌고 폭도 커졌죠. 재작년에는 대선 같은 기대가 있었으니까 좋았는데, 작년은 2012년 때보다 더 안 좋았죠. 꺾이는 시기도 빠르고 폭도 더 크고. 물론 처음에는 힘들 거라 생각했죠. 1년만 어떻게든 버티자. 손익분기점은 3년 뒤를 보고 있습니다.
비즈니스 모델은 아직까지 뭐가 제일 좋다, 안정적이다 생각하지 못했습니다. 일 년 한 바퀴 돌아봐야 될 것 같고. 현재는 비성수기도 겪어나가는 과정이고. 사실 버티는 거죠. 여러 시행착오도 있었어요. 문제는 그런 거에 대한 컨설팅 할 만한 데가 없다는 점입니다. 예를 들면 협동조합 연구소에 컨설팅 해달라고 요청하면 돈 달라고 하니까. 협동조합끼리는 서로 도와야 되는데. 그런 고민들이 있습니다."
- 캠핑협동조합이 이 정도라면 다른 협동조합은 더 어려운 실정 아닌가요? 협동조합 기본법 발효 1주년인데 이와 관련되어 정부의 정책적인 도움은 없나요?"발기할 때 그랬어요. 기본적으로 협동조합 만드는 사람들에게는 자생력이 중요하다. 물론 설립과정에서 어떤 도움은 주겠지만 절대 정부 지원이라든지 기관의 간접지원은 기대하면 안 된다. 다만 정부 여당에서 정책적으로 지원하는 부분은 있어줘야 되는데 이것도 없어요. 협동조합과 관련해서 일반 농협, 신협, 새마을 금고 만큼의 세제 혜택이라도 줘야 하는데 없습니다. 오히려 조합의 출자금은 자산이 아니라 부채 취급하니까 융자받기도 어렵죠. 사실 협동조합 몇 개 설립되는 게 의미가 없겠지만 천개, 만개 생기면 다르잖아요. 게다가 정부에서는 창조경제를 중요시 하던데 창조경제 이야기 하면서 어떻게 협동조합 이야기는 안 하는지...
오히려 국내 지자체랑 연계한 굵직굵직한 국내 행사들이 준비돼 있습니다. 협동조합과 어느 정도 연계를 맺고 있는 지자체가 5군데나 돼요. 의성, 장흥, 홍천, 제천, 공주. 당장 3월에 의성 연날리기 캠핑을 할 텐데. 지자체들도 캠핑을 유치하면 보여주기에 좋고, 지역활성화에도 좋고... 그런 부분들을 진행해야죠. 저희의 입장에서도 수익이 나는 부분이 적지 않아요."
한풀 꺾인 설립추세... 정부 지원은 축소
물론 협동조합이 정부의 지원만을 바라봐서는 안 된다. 어쨌든 협동조합도 하나의 기업으로서 자생력을 가져야만 시장에서 살아남을 수 있기 때문이다. 초기에 비해 협동조합의 설립추세가 꺾이는 것도 정부의 지원이 축소되는 것과 관련이 없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문제는 정부의 지원 방법이다. 직접적인 자금 지원이 협동조합에게 오히려 독이 될 가능성이 있다면 정책적으로 이를 풀어야 하는데, 현재 정부는 이에 대해서도 크게 관심을 두지 않고 있는 듯하다. 예컨대 협동조합 기본법에서 금융, 보험 부문을 제외했는데 현재 협동조합들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바로 이 부분이기도 하다.
- MB 정부 때는 자신들이 법을 만들었기 때문에 협동조합에 관심이 많았나요? 그래서 기획재정부에 협동조합을 배정했다고도 하던데..."기재부의 요구도 있었고 고용노동부의 요구도 있었죠. 협동조합 좋잖아요. 이야기하기도 좋고. 그런데 지금은 협동조합 관련해서는 지방만 좋은 것 같아요. 예컨대 사회적 기업 연구소에서 이야기하는 부산은 분위기가 완전 달라요. 적극적으로 도와주고... 서울시만 이래요... 박원순 시장도 협동조합과 관련해서는 아무 말 없어요. 어차피 그 몫은 정부 여당 몫이고. 자기가 나서봐야 되는 것 없으니까."
캠핑협동조합 사무국장과의 인터뷰를 진행하면서 내내 들었던 의문은 왜 조합이 지역 내에서의 수요를 찾지 못하고 있느냐는 점이었다. 실제로 사회적 기업이나 협동조합 등이 살아남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안정적인 소비자가 필요한 법인데, 일반 대기업들과의 경쟁에서 이기고 불특정 다수를 그들의 소비자로 묶어두기 어렵다면, 차라리 지역 네트워크를 통해 특정한 소비자를 찾는 방법이 더 쉽기 때문이다. 예컨대 학교 같은 경우 캠핑의 요구는 얼마든지 있을 수 있지 않은가.
우리 사회의 협동조합 실험은 이제 막 시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