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을 대표하는 탈핵 전문가인 고이데 히로아키씨와 한국을 방문했던 '핵발전소 필요없다! 시모노세키모임' 대표 사와무라 카즈요와, 야마구치 활동가가 24일 송전탑 반대를 주장하다 음독 자살한 고 유한숙 어르신의 시민분향소를 조문했다.
이들은 "서울에 고이데 히로아키씨와 같이 방문했다가 일본으로 돌아가던 도중 밀양 송전탑 소식을 접했다, 얼굴이라도 보고 가야 한다"며 밀양에 방문했다. 이들은 "우리도 젊어서 애들 업고 다니면서 (반핵) 운동을 하다가 이제는 팔십 줄에 접어들었다"며 "고리 발전소와 시모노세키는 200km 정도로 가깝다"고 방문 이유를 전했다.
"살 날 얼마 남지 않았지만, 애들 위해서라도..."
일본인 방문자들은 "오늘은 날씨가 좀 따뜻해서 (농성장에서) 지내시기 한결 낫겠어요?"라며 어르신들의 안부를 물었다. 그러자 시민분향소를 지키던 김필기(76·여) 어르신은 "남들은 오늘같이 따신(따뜻한) 날씨를 좋아하는데 우리는 날씨가 따뜻하면 한전에서 일을 많이 할까 좋지 않다"면서 "눈이라도 펑펑 내려서 추우면 일을 못 할 건데 날씨마저 도와주지 않는다"고 걱정했다.
그러면서 김필기 어르신은 "공기 좋고 살기 좋은 밀양에 왜 발전소 송전탑을 세운다고 하는지 알 수가 없다"면서 "전기가 모자라는 것 같으면 모를까 그렇지도 않다고 하던데, (주민들이) 송전탑 때문에 못 산다고 송전탑 때문에 못산다고 한다, 만날 땅만 파먹고 살던 사람들이 어디로 가야 할지 걱정"이라고 덧붙였다.
현장에 있던 사와무라 카즈요씨는 "일본에도 가미노세끼라는 곳이 있는데 주로 50대 여성들이 싸움을 시작했다, 31년이 흐른 지금 모두 팔순이 넘었다"면서 "그래도 지금까지 절망하지 않고 잘 싸우고 있다, 밀양과 함께 힘을 합쳐서 끝까지 싸우자"고 밀양 주민들을 위로했다.
김필기 어르신은 "(밀양 싸움이 시작된 지) 올해로 9년 째다, (당신들이) 우리 대통령에게 (공사) 못 하게 말이라도 좀 잘해달라"면서 "우리도 한전과 싸우면 자신이 있는데, 경찰이 3000명이나 들어와서 싸움이 안 된다"고 전했다.
그러자 옆에 있던 강순자(84·여) 어르신은 "많은 분이 이곳을 찾아와주시고 용기를 주신다, 하지만 나라에서 하는 정책이 이렇게 무계획적이고 서민들을 보호하지 않는 것을 보니 부끄럽다"면서 "우리는 팔십이 넘어서 살 날도 얼마 남지 않았다, 욕심도 없지만 어린 애들을 위해서라도 죽는 날까지 싸울 것이다"라고 강조했다.
강순자 어르신의 이야기를 들은 일본 측 활동가는 "어떤 나라도 권력을 가진 이들이 이렇게 오만하게 행동한다, 많은 분들이 밀양을 알고 지지를 하고 있다"면서 "절대 포기하지 마시라, 용기를 갖고 싸우다 보면 언젠가는 어르신들의 뜻대로 (송전탑 공사를) 막을 수 있다"고 용기를 불어넣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