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일 대한문 앞에서 출발한 19대의 버스를 시작으로 전라, 충청, 경북, 강원, 제주 등 전국에서 3000여 명이 희망버스를 타고 밀양을 향했다.
조류 독감 예방을 위해 방역 소독까지 마친 희망버스는 밀양시청에서 행진해 밀양역에 도착했다. 2500인분의 저녁을 준비했던 밀양대책위는 끝없이 밀려드는 시민 행렬에 놀라 떡,김밥 등을 추가로 주문했다.
밀양역에서 두 시간여 동안 이어진 문화제에서 밀양 할매 합창단의 '내 나이가 어때서' 개사곡 등 신나는 춤과 노래로 문화제를 마친 희망버스 승객들은 각 마을로 흩어져 잠을 잤다.
26일 아침 6시, 8호차에 탑승했던 기독공대위는 골안 마을 송전탑 건설 현장 근처에서 예배를 드리기 위해 출발했다. 안내하는 마을 주민과 경로당을 지나자마자 곳곳에 배치된 경찰 병력들이 보였다.
경찰은 밀양 할매·할배와 시민들의 통행을 막았다. "우리는 송전탑 건설 현장까지는 가지 않겠다, 건설 현장 가까운 곳에서 예배를 드리고 곧바로 내려오겠다"는 최헌국 목사의 약속에도 경찰 관계자는 30여 분 이상 길을 막고 비켜주지 않았다. 경찰과 한참 실랑이를 한 끝에, 경찰과 함께 송전탑 건설 현장 중턱쯤에 올라 예배를 드려야만 했다.
골안마을 송전탑 갈등 과정에서 2012년 1월 단장면 보라마을 주민 이아무개(74) 어르신이 분신해 유명을 달리했다. 2013년 12월에는 공사 강행으로 경찰의 폭력이 계속되고 있는 가운데 고정마을 유한숙(71세)씨가 음독으로 목숨을 잃었다. 지난 3개월 동안 주민 부상이 104건, 연행은 74건에 이른다는 것이 대책위의 주장이다.
골안 마을에 109호 송접탑은 이미 철제 골조물이 그 모습을 드러냈고 107호도 공사 강행 중에 있다.
한국전력은 마을 공동체 해체를 시도했고 마을 주민들의 반목도 일어났다. 80가구 중 35가구가 이미 합의를 마쳐 공사를 눈 앞에 두고 있는 위양마을 주민은 마을해체 과정을 이렇게 전했다
"우리 마을은 총 80가구예요. 이미 35가구가 합의가 끝난 상태라 경찰을 무더기로 배치할 이유가 없는데도 어제 마을 양쪽 편으로 100명씩 200명의 경찰을 배치했어요. 요즘은 밤에도 경찰이 마을에 들어와 지키고 있어요. 주민 한 사람 당 경찰이 열 명씩이나 달라붙어서 도무지 어찌 해볼 도리가 없어요. 한전은 먼저 송전탑에 대해 잘 모르는 어르신 다섯 분을 매수했어요. 농사 지을 땅이 별로 없는 할매 중에도 '농사도 못지을 건데 돈이라도 받자'며 합의를 해준 사람이 있어 35가구가 합의를 했어요." 행진할 때, 마을 곳곳에서 만난 할매와 할배들은 손을 꼭 잡고 당부했다.
"우리는 죽기를 각오하고 송전탑을 못 세우게 막을 것이다. 우리가 못 막으면 자식들이라도 싸워 막을 것이다."
한전은 죽음의 송전탑 건설을 즉각 중단하는 것이 최상의 해법이다. 만일 공사를 중단할 수 없다면 마을과 집을 가로지르는 지역은 지중화 작업을 통해 피해를 줄여야 한다. 주민의 바람을 묵살하고 공사를 강행하는 한전과 정부는 대화를 통해 이 문제를 풀어나가야 할 것이다. 밀양 주민은 대화를 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