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으로 GM대우의 신차는 모두 쉐보레 엠블럼을 달고 출시됩니다. 회사 이름도 '한국GM'으로 바뀌면서 '대우차'는 30년 만에 역사 속으로 사라지게 됐습니다…(중략)…GM대우의 브랜드 대신 황금 십자가 모양의 '쉐보레' 엠블럼이 달렸습니다."2011년 이맘때, 대우차가 역사 속으로 완전히 종적을 감췄을 당시 뉴스의 한 대목입니다. 이처럼 쉐보레 엠블럼은 언뜻 십자가 모양으로 보입니다. 적지 않은 보도에서 '황금 십자가'란 표현을 볼 수 있는 것도 그 때문이죠. 하지만 십자가와는 사실 무관하다고 하는데요.
한국GM 관계자는 "흔히 십자가 모양이라고 하는데 그게 아니라 보우 타이(Bow tie)"라면서 "자동차가 나비 넥타이를 깔끔하게 맨 모습"이라고 소개했습니다. 쉐보레 공동창업자 윌리엄 듀란트에 의해 1913년에 만들어졌다고 하니, 100년도 더 된 전통을 갖고 있는 엠블럼인 것이죠.
그 오랜 시간 동안 아직 완전히 풀리지 않은 미스터리가 하나 있습니다. 이 엠블럼이 어떻게 만들어졌냐 하는 것인데요. 일단 가장 정통적인 '설'은 쉐보레 50주년을 맞아 발간된 <쉐보레 스토리>에 실려 있습니다. 듀란트가 프랑스 호텔에 갔다가 연속적으로 나열된 나비 넥타이 패턴 벽지 모양에서 착안했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일찍부터 이와 다른 주장을 편 사람이 있습니다. 바로 듀란트의 딸 마거리인데요. 그는 1929년 <나의 아버지>란 책을 통해 자신의 아버지가 저녁 식사 테이블에서 종이에 자동차 엠블럼을 디자인하는 모습을 수 차례 목격했다고 전했습니다.
하지만 그의 어머니이자 듀란트의 아내인 캐서린은 또 딸과 생판 다른 의견을 내놓았습니다. 1986년 발간된 <쉐보레 프로 매니지먼트 매거진>을 통해 한 온천 호텔방에서 남편이 신문을 보다가 '쉐보레 엠블럼으로 안성맞춤"이라고 말하는 것을 봤다는 것입니다. 아버지 작업의 '창작성'을 더 강조한 딸의 주장과는 많이 다르지요?
이에 역사가이자 <쉐보레 리뷰> 편집장인 켄 카우프만이 검증에 나섭니다. 그리고 애틀란타에서 발간된 1911년 11월 12일자 한 신문에 실린 석탄회사의 제품 광고를 제시하는데요. 이 제품 로고가 바로 비스듬히 기울어진 보우타이 모양이었다며, 쉐보레의 엠블럼과 매우 흡사하다는 의견을 내놓습니다. 그 신문은 쉐보레 출범일로부터 9일 후에 나왔다고 하네요.
물론, 그 진실이 무엇인지는 아직까지 뚜렷하게 밝혀지지 않고 있습니다. 꼭 밝혀야 할 필요를 느낄 사람도 극소수일 것입니다. 오히려 그로 인해 쉐보레의 브랜드 가치에는 흥미로움 또는 신비로움이 더해지니까요. 가족도 풀지 못한, 세계적인 '미스터리 브랜드'라고 할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