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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용민이 쓴 <맨 얼굴의 예수>
김용민이 쓴 <맨 얼굴의 예수> ⓒ 동녘
<맨 얼굴의 예수>. 팟캐스트 <나는 꼼수다>를 연출하여 국민적인 스타가 되었고, 서울 노원구에서 국회의원 후보로 출마했던 바로 그 김용민이 쓴 책입니다.

2012년 대선이 끝나고 <나는 꼼수다>가 막을 내린 뒤 '벙커1 교회'를 시작한다는 이야기는 들었지만, 이 교회가 익명의 기독교인들이 모여 공동체 실현을 꿈꾸는 '진짜' 교회인 줄은 몰랐습니다.

<맨 얼굴의 예수>를 읽으면서 라디오 PD이자 시사평론가로 그리고 놀라운 성대모사를 선보이던 다재다능한 김용민이 극동방송 PD로 일했었다는 이력을 새삼스럽게 떠올리게 되었습니다. 또 그가 신학대학을 졸업했으며 <한국 보수정치의 개신교적 기원>이라는 주제로 박사논문을 준비 중이라는 사실도 새롭게 알게 되었습니다.

저자 스스로 <나는 꼼수다>에서 자신의 아버지가 목회자이고 태어날 때부터 신앙생활을 하였다는 사실을 여러 번 밝혔고, '벙커1 교회'를 열었다는 이야기도 들었지만 그가 신학적 내공도 굉장이 깊다는 사실은 짐작조차 하지 못하였습니다.

아마 국회의원 선거 때 논란이 되었던 막말 파문이나 정치인과 유명인에 대한 탁월한 성대모사와 기발한 풍자 때문에 그가 젊은 시절부터 진지하게 신학을 공부한 사람이라는 사실을 놓치게 된 것 같습니다.

<맨 얼굴의 예수>는 한국 교회와 한국 개신교에 대한 진지한 신학적 성찰을 담고 있어 신학성서를 이해하는 길잡이로 삼아도 부족함이 없는 그런 책입니다. 오래 전 이현주 목사가 쓴 <젊은 세대를 위한 신학강의>를 읽고 성서를 어떻게 이해해야 하는지 크게 깨달은 바가 있었는데, 김용민의 예수 읽기도 젊은 세대에게 권할 만한 책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지난 2012년 4월 8일 오후 서울광장에서 열린 <나는 꼼수다>(나꼼수)'삼두노출' 번개모임에서 김어준 총수, 주진우 기자와 함께 무대차량에 오른 김용민 당시 민주통합당 노원갑 후보가 팬들과 악수를 하고 있다.
지난 2012년 4월 8일 오후 서울광장에서 열린 <나는 꼼수다>(나꼼수)'삼두노출' 번개모임에서 김어준 총수, 주진우 기자와 함께 무대차량에 오른 김용민 당시 민주통합당 노원갑 후보가 팬들과 악수를 하고 있다. ⓒ 권우성

성경은 한점한획도 오류가 없다고?

보수적인 기성 교회의 목사님들이 한점한획도 오류가 없다고 말하는 성경의 실체는 무엇인가? 저자는 여러 신학자들이 말을 빌려 다음과 같이 정리합니다.

"사실 우리가 손에 들고 보는 성경은 원본이 아니다. 거슬러 올라가 보자. 당시는 종이나 펜이 없던 시절이다. 그런데 누군가 이것을 옮겨 적었다. 그리고 옮겨 적은 것을 다시 옮겨적었다. 이것은 고어체인 데다 온전하지 않아 잘리거나 훼손된 부분도 적지 않다."

"예수의 행적과 발언이 남김없이 기록됐으리란 보장도 없다. 이렇게 해서 모인 파편의 문서들을 교리적 이유와 정치적 맥락을 섞어서 신학자들이 구약 성서 39권과 신약 성서 27권, 합해서 66권으로 추리게 된 것이다. 이것은 또 세계 여러 나라 말로 번역됐다. 언어가 다르니 해석도 다양할 수밖에 없다."

저자는 이것이 바로 성경의 본질이라고 주장합니다. 온전하게 기록되지도 온전하게 전해지지도 않았으며 번역 과정에서 다양한 해석이 이루어졌다는 것이지요. 모두 부인할 수 없는 사실입니다. 우리나라만 해도 개신교가 전해진 후 이미 여러 차례 새로운 성서 번역이 이루어졌지요.

저자는 성서에는 일점일획의 오류도 없다고 주장하는 성서무오설과 글자 하나하나에 영감이 담긴다는 축자영감설을 주장하는 근본주의에 수긍할 수 없다는 것을 분명히 밝힙니다. 오히려 성서에도 오류가 있을 수 있다는 것을 인정하면서 "신에 대한 믿음과 그 기록 속에 있는 맥락을 고려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이현주 목사는 젊은 세대를 위한 신학강의에서 성서를 글자로 읽지 말고 뜻으로 읽어야 한다고 하셨지요. 글자에 새겨진 뜻을 헤아려야 성서를 제대로 이해할 수 있다는 말씀이었지요. 김용민은 도올을 인용하면서 "인간의 언어를 벗어나 성령과 해후해야 한다"고 강조합니다.

저자는 이 책을 통해 역사적 예수의 모습에 다가가기 위한 시도를 합니다. 이 책의 제목이 <맨 얼굴의 예수>인 것도 '이적과 기사'에 대한 맹신 대신에 갈릴리에서 정의와 사랑을 실천한 예수의 모습을 찾아보겠다는 의도를 담은 것이라고 짐작됩니다.

저자는 <마태복음> <마가복음> <누가복음> <요한복음>의 기록을 통해 역사적 예수의 실체에 접근합니다. 기독교인을 자처하는 분들이 얼마나 알고 있는지 모르지만, 가장 대표적인 네 개의 복음서조차도 예수에 대하여 서로 다르게 기록된 부분이 적지 않다고 합니다.

그래서 <맨 얼굴의 예수>에서는 그간의 여러 신학적 연구의 성과에 바탕을 두고 마가복음을 선택하여 역사적 예수의 삶을 새롭게 조명합니다. 저자가 인용한 브레데라고 하는 신학자의 마가복음 서평이 그 까닭을 명료하게 해 줍니다.

"동정녀에게서 예수가 나왔다는 기사가 없고, 이적은 언급되지만 능력자로서의 예수를 부각하지 않았고, 예수의 부활을 기록한 부분에는 어색한 가필의 흔적이 있었다."

<마가복음>조차도 완벽하다 할 수는 없지만, "고난 받는 하나님의 아들 예수의 죽음 과정을 누구보다 상세히 기록하였고, 그의 죽음이 실은 승리이자 생명의 힘이라는 것"에 대한 확신이 담겨 있다는 사실에 주목합니다.

마가복음에 기록된 예수는 "가난하고 못 배우고 연약한 이들을 치유하고 다독였으며, 그들의 비극적 최후까지 함께 한 친구"였습니다. 바로 이 지점에서 성서 기록자인 마가와 저자의 시각이 공유되었기 때문에 마가복음을 통해 역사적 예수를 조명하게 되었다는 것입니다.

여기까지는 저자 서문을 소개한 것에 불과합니다. 여기까지 소개한 내용만 하더라도 저자 김용민이 보수교회, 기성교회에서 만난 어떤 목사들보다 더 진지한 신학적 성찰을 시도하고 있다는 것을 잘 알 수 있습니다. 이제 본문으로 함께 들어가 보겠습니다.

한국 교회가 갈릴리에는 없는 까닭

서평을 쓰면서 책 전체를 다 소개할 수는 없으니 세례 요한과 예수의 만남을 다룬 첫 번째 장은 건너뛰고 '예수가 갈릴리로 간 까닭'을 함께 살펴보겠습니다.

저자는 예수가 갈릴리로 간 까닭을 그곳에 병들고 가난한 사람들이 있었기 때문이라는 신학자들의 주장을 인용합니다. 병들고 가난한 사람들이 있는 곳에서 하나님 나라의 배아가 형성되어 싹을 틔우고 마침내 치유와 해방을 맞이하게 될 것이기 때문이라는 겁니다.

특히 하나님 나라는 당시에도 지금도 내세적인 것이 아니라 현재적이었다는 사실에 주목합니다. 그래서 하나님 나라를 지향하는 교회는 '지금 여기'의 문제에 관심을 가지지 않으면 안 된다는 것입니다. 한국 개신교가 사회의 조롱거리가 되고 있는 것도 바로 이런 까닭이라는 것이지요.

저자는 한국 개신교가 '지금 여기'의 문제에 주목하지 않은 역사적 기원을 추적합니다. 놀랍게도 그것은 초기 기독교 선교 과정에서부터 어긋나기 시작하였다고 합니다. 일제의 침략이 본격적으로 이루어질 때 미국인 선교사들이 일제와 손을 잡고 '지금 여기'에서 벌어지는 국권의 소멸에 저항하지 못하게 하였다는 것입니다.

"평양대부흥운동이다. 많은 교회사학자들은 이때 선교사들이 조선인 교인들을 모아놓고 자신의 죄를 회개케 했다고 전한다. 국가적 울분은 그렇게 개인의 각성으로 소진됐다. 이렇게 얼이 빠진 사이에 일제는 조선 민중의 별다른 저항 없이 자연스럽게 대한제국을 접수 할 수 있었다."

바로 한국 개신교는 선교 초기부터 시대적 소명과 역사적 현실을 외면하면서 출발하였다는 것입니다. 극소수의 선교사들이 독립운동을 돕고 지지했지만, 대부분의 미국 선교사들은 일제 강점을 돕는 것이 개신교 선교에 유리하다는 판단을 하였으며 실제로 그렇게 활동했다는 것입니다.

"일제 강점기에는 일제에 협력했고 해방 후에는 미국이라는 새로운 태양을 섬겼고, 이승만, 박정희, 전두환, 이명박이라는 희대의 독재자를 돕고 말았다. 이 시대적 탈선으로 한국 교회의 외피를 쓴 예수의 복음은 하염없이 저렴해졌다. 나아가 비웃음거리가 되었다."

이런 역사적 경험 덕분에 양쪽 다 예수를 따르는 신앙고백을 하면서도 한국사회에서는 천주교와 개신교의 차이는 하늘과 땅만큼 벌어지고 있습니다. '지금 여기'에서 벌어지는 역사적 현실을 외면하지 않는 천주교와 '지금 여기'에서 벌어지는 역사적 현실에 눈감는 개신교는 마치 서로 전혀 다른 예수를 믿는 종교처럼 여겨지기도 합니다.

저자는 오늘날 한국의 개신교 교회는 갈릴리에 있지 않다고 단언합니다. 아울러 하나님 나라는 천국의 모형에 맞추어 이 땅에 이뤄야 할 목표이며, '믿지 않는 백성'도 하나님 나라를 누려야 한다는 점을 분명히 합니다.

두 번째로 주목해서 보아야 할 대목은 '예수 이적 사건'에 대한 신학적, 역사적 접근입니다. 그 핵심은 분명 예수의 부활이지요. 단순하게 나누면 세상에는 예수의 부활을 믿는 사람과 예수의 부활을 믿지 않는 사람들이 있을 것이고, 교회 안에도 부활을 믿는 사람과 믿지 않는 사람들이 존재합니다. 놀랍게도 많은 신학자들조차 "예수를 신으로 추앙하려는 복음서 저자들의 과장 또는 신앙고백일 뿐이지 사실이 아니라고 보고 있다"는 것입니다.

한국 개신교의 일반적 경험을 놓고 보면 예수의 부활을 믿지 않는 기독교인이 존재할 수 있고 그런 신학적 해석이 받아들여질 수 있다는 것이 믿기지 않겠지만 이미 역사적으로 많은 신학자들이 그런 견해를 내놓았다는 것입니다. 따라서 오히려 한국 개신교인들이 귀담아 새겨두어야 할 것은 저자가 인용한 슈바이처와 같은 이의 통찰적인 부연이라고 생각됩니다.

"과거에 예수가 부활하고 승천했는지 그 사실 자체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인간의 내부에서 영적으로 살아나 자기 시대에 활동하는 예수가 중요하다."

예수의 생애를 통해 나타난 이적에만 주목하면서 현세의 역할을 외면하는 종교인들에 대한 비판인 것이지요. 저자는 슈바이처의 견해에 덧붙여 도올 김용옥의 '구성적 창조성'도 인용합니다. "역사적 근거가 없다고 하여 구성적 창조성을 가볍게 여길 것이 아니라 그렇게 알고 믿은 것 또한 실존으로서의 역사"라는 것입니다.

바로 그런 이유 때문에 신앙적 예수와 역사적 예수는 분리될 수 없다는 것입니다. 당시의 부활과 이적이 명백한 사실이었건 혹은 과장이나 신앙고백이었건 상관없이 예수를 신으로 믿고 받아들이는 것으로부터 기독교 신앙이 존재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마찬가지로 예수가 공생애 동안 행한 이적 역시 '영적 정신적 해방의 관점'에서 이해해야한다는 것입니다. 눈을 뜨게 하고 병을 낫게 하고 배고픔을 해결한 것은 초자연적 능력인 물적 혁명인 동시에 저주의 고리를 끊는 정신 혁명이었다는 사실을 놓쳐서는 안 된다는 것입니다.

한국의 기독교인이여, 제발 공부 좀 하시라!

 개신교 평신도 대책위원회 회원들이 지난 2013년 12월 6일 오후 서울 중구 서울파이낸스센터 앞 계단에서 열린 '이명박 구속 및 박근혜 사퇴'를 위한 시국기도회를 마치고 십자가를 앞세우고 행진하던 도중 가로막은 경찰과 대치 하고 있다.
개신교 평신도 대책위원회 회원들이 지난 2013년 12월 6일 오후 서울 중구 서울파이낸스센터 앞 계단에서 열린 '이명박 구속 및 박근혜 사퇴'를 위한 시국기도회를 마치고 십자가를 앞세우고 행진하던 도중 가로막은 경찰과 대치 하고 있다. ⓒ 이희훈

한편 이 책을 통해 저자는 예수가 율법주의자들에게 맞섰다는 것과 율법과 형식을 뛰어 넘어 자유와 복음을 선포하였다는 것을 알려줍니다. 또 한국사회에서는 전태일을 통해 오병이어가 실현되었었다는 놀라운 해석도 전해주고 부자가 의로울 수 없는 까닭도 성서적으로 재해석해 냅니다.

이 책이 독자들에게 다음과 같은 질문을 던지고 역사적 예수의 삶을 통해 넌지시 그 답을 내놓습니다. 이런 근본적인 질문은 시대를 초월하여 유효합니다. 책을 읽기 전에 먼저 새겨 보시기 바랍니다.

"예수가 사회적 불의에 눈감으라고 했던가. 또 예수가 사람을 차별하며 봉헌을 많이 한 사람, 사회 기득권층을 우대하라고 했던가. 아울러 예수가 자기 자리를 대체할 지도자를 세워 섬기고 따르라고 했던가?"

저자 김용민은 독자들에게 덮어 놓고 예수를 믿지 말고 공부하면서 예수를 믿자고 말합니다. 예수는 "계급과 이력, 성별과 나이 차이를 따지지 않고 모든 이들에게 구원과 사랑을 전했다"는 아주 기본적인 사실을 놓치지 말라고 강조합니다. 성찰 없는 믿음은 껍데기에 불과하다는 것입니다.

한국 사회에서 기독교인임을 자처하는 사람들은 물론이고, '하늘에 계신 박정희 대통령' 운운하는 한국 개신교가 너무나 못마땅한 독자들에게도 일독을 권하고 싶은 책입니다. 오늘날 한국기독교가 왜 이 꼴이 되었는지 이해할 수 있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제 개인 블로그에도 포스팅 예정입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맨얼굴의 예수 - 김용민, 인간 예수를 좇다

김용민 지음, 동녘(2013)


#예수#기독교#개신교#김용민#나는꼼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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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산YMCA 사무총장으로 일하며 대안교육, 주민자치, 시민운동, 소비자운동, 자연의학, 공동체 운동에 관심 많음. 오마이뉴스 시민기자로 활동하며 2월 22일상(2007), 뉴스게릴라상(2008)수상, 시민기자 명예의 숲 으뜸상(2009. 10), 시민기자 명예의 숲 오름상(2013..2)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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