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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 vs 학부모 신년특집 SBS 다큐멘터리 '부모 vs 학부모' 자료 화면
부모 vs 학부모신년특집 SBS 다큐멘터리 '부모 vs 학부모' 자료 화면 ⓒ SBS

지난 1월 5일부터 3주간, SBS는 신년 특집 다큐멘터리 '부모 vs 학부모'를 방송했다. 교육을 학부모의 시각으로 바라보고, 문제 제기를 하고 해결책을 제시한 것은 높이 살 만하고, 실제로 이 방송을 본 많은 학부모들이 인상깊고 좋았다는 후기를 인터넷에 남기기도 했다.

그러나 이 방송을 본 나는, 그렇게 좋다고만 평가할 수는 없는 찜찜함을 느꼈다. 전체적으로 잘 짜여진 다큐멘터리이지만, 교묘하게 무언가를 숨기고 있는 것 같은 찜찜함이었다. 1편을 중심으로 그 찜찜함에 대해서 말하고자 한다.

다큐멘터리는, 2년 전에 있었던 한 끔찍한 사건을 이야기하면서 시작된다. 고등학교 3학년 학생이 어머니를 죽인 그 사건은, 당시 주요 일간지 1면을 장식하면서 사람들의 입에 오래도록 오르내렸다. 그 사건이 끔찍했던 것은 단순히 그 아들이 어머니를 죽인 패륜아여서가 아니었다. 그 전에, 그 아들이 오래도록 어머니에게 학대를 당하면서 공부를 강요 받았고, 그 정도가 보통에서 많이 벗어나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 아들은 중학교 때 전교 1,2등을 다투던 수재였지만, 어머니의 계속된 강요와 체벌로 나중에는 그런 끔찍한 선택을 할 수 밖에 없었던 것이었다. 방송에서는 2년 후, 지금 교도소에서 복역하고 있는 그 학생이 보낸 편지를 소개했다. 방송사의 요청으로 보낸 편지는 장장 4장에 달했고, 편지에는 그런 사건이 있기까지의 경위와 그 후의 후유증까지 자세하고 절절하게 나와 있었다.

그 후에 나오는 것은 강남 엄마의 일상이다. 자식을 학교까지 태워다 주면서 학원 일정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자식이 학교에 가 있는 동안에 학부모들끼리 만나 입시 전형이나 학원 정보를 교환하고, 자식이 귀가하는 시간에 맞추어 다시 학교 앞까지 가서 학원 데려다 주고, 그렇게 새벽 1시까지 자식의 매니저 겸 기사 역할을 하는 엄마는, 하루 하루가 힘들지만 그렇게 하지 않으면 모든 책임이 자신에게 돌아온다고 말한다.

그리고 화면은 한 아파트를 비춘다. 아파트 안에서는 싸우는 소리가 나고 있었다. 아버지에게 '너'라고 말하며 욕을 하는 남학생. 중학교 1,2학년 때에는 반에서 1등에 전교에서도 5등 안에 들었던 학생은 지금은 학교도 가지 않고 가출을 밥 먹듯이 하면서 집에 올 때마다 아버지와 싸우고 가전제품들을 부순다. 상담 결과, 남학생은 계속되는 성적에 대한 요구에 지쳐서 스스로를 포기한 것으로 진단되었다.

암울한 현실이다. 강남 엄마는 불안함에 아이를 학원에 보내지만 그 결과는 참담하다. 가출을 하고 부모에게 욕을 하고, 심지어는 부모를 죽이기까지 하는 이런 사건이 비단 소수의 일은 아님을 다큐멘터리에서는 진단한다. 그러면서 보여주는 것이 서울대 교문이다. 수험생은 60만 명이지만 서울대 교문을 통과할 수 있는 수험생은 3300명. 그러니 전국에서 0.5%안에 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지 못하는 학생들은 낙오되는 것이다.

서울대 경영학과 학생들이 해답?... 구조를 놓친 다큐멘터리

다큐멘터리는 그 속에서 학생들이 받는 스트레스가 상당함을 보여주다가, 갑자기 서울대 경영학과 학생들을 인터뷰하기 시작한다. 서울대 경영학과 학생들은, 부모가 그렇게 공부를 강요하거나 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 속에서 자기주도학습 능력을 찾아서 결국에는 서울대학교에서 가장 성적이 높은 경영학과에 입학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하지만, 오직 0.5%의 학생들만이 인정 받는 구조 속에서, 그 0.5%의 학생들이 답이 될 수 있을까? 부모와의 소통은 0.5%에 들기 위해 필요한 것일까? 서울대 경영학과 학생을 인터뷰함으로써 다큐멘터리는 교육의 목적을 0.5% 안에 들기 위한 것이라고 생각하게 만든다. 어떤 부모는 이 다큐멘터리를 보고 이렇게 생각할지도 모른다. 나는 자녀들과 충분히 소통하는데 왜 우리 자녀는 서울대 경영학과는커녕 서울에 있는 대학도 가기 어려울 지경일까? 도대체 뭐가 잘못된 걸까?

다큐멘터리를 보면서 느꼈던 찜찜함의 핵심은 그것이었다. 교육의 문제를 논하면서, 그것의 핵심인 '구조'를 이야기하지 않았다는 것. 지금의 교육의 현실은 그렇다. 60만 명의 학생들을 뛰게 한 후, 무조건 3300등 안에 들라고 하는 것. 그래야 성공한다고 하면서, 무조건 뛰라고 닦달한다.

하지만 그렇게밖에 할 수 없는 이유가 있다. 3300등 안에 들지 않으면, 아니, 10000등 안에라도 들지 않으면, 그 아이의 인생이 사정없이 꼬이기 때문이다. 대기업에서 SKY출신 사원들을 선호하는 것은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어느 대학을 나왔느냐에 따라 받게 될 연봉이 다르고 삶의 수준이 다르다. 그런데 어떻게, 교육의 모든 책임을 학부모에게 돌리고, 학부모들이 자녀들과 소통하지 않았기 때문에 자녀들이 0.5% 안에 들지 못했다고, 그렇게 말할 수가 있는가.

구조를 이야기하지 않고 교육을 제대로 이야기할 수 있을까. 지금의 교육은 그저 신분 상승의 수단일 뿐이다. 부모들이 공부하지 않는 학생을 보면서 애달파하고 힘겨워하는 이유도 그런 까닭이다. 그들이 지금 공부하지 않으면, 앞으로의 삶이 힘겨워지기 때문이다. 그런 학부모의 마음을 모르고 그저 학생들과 소통하라고만 하면, 그것이 어떻게 답이 되겠는가. 서울대 경영학과 학생들 100명을 설문조사를 하고 인터뷰를 한다고 한들, 그것이 어떻게 학부모에게 위로가 되겠는가. 내 아들, 딸은 아무리 소통을 해도 그 곳에 갈 수 있는 아이들이 아닌데.

지금 학부모들이 해야 하는 것은 내 자식을 조금이라도 좋은 학교에 보내기 위해서 소통을 하려고 하는 것이 아니라, 이런 구조에 대해서 이해하고 자식이 얼마나 부조리한 구조 속에 있는지 이해해야 하는 것이다. 그러면 자녀가 공부를 하든 하지 않든, 자녀가 처한 현실에 대해 마음 아파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자녀와 이야기를 하는 것이다.

자녀가 공부를 잘하게 하기 위한 이야기가 아니라, 이런 구조 속에서 어떻게 살아나갈 수 있는지를. 자녀의 걸음에 동행자가 되고, 진정한 자녀의 편이 되어 주는 것이다. 이런 힘겨운 싸움에 부모마저 자녀의 편이 아니라면, 자녀는 어떻게 이 상황을 극복할 수 있겠는가. 그것을 진정으로 이해하면, 그 때에는 특별히 '소통'에 신경쓰지 않아도 소통할 수 있을 것이다. 구조는 여전히 삭막하고 부조리하겠지만, 더 이상 그렇게 위압적이지는 않을 것이다. 어떻게든 살아나갈 수 있는 방법이 있을 테니까.

2편과 3편에서는 학생들과 학부모들이 교육을 받으며 변화하는 과정과, 외국의 사례를 통해서 우리 나라의 교육 현실을 진단하는 내용이 뒤따랐다. 그러나 역시 그 모든 것의 원인인 구조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학부모만 바뀌면 모든 것이 바뀔 것처럼 그렇게 마무리가 되어서, 여전히 보는 내내 아쉬움과 찜찜함을 느껴야 했다.

사족으로 한가지 더 이야기를 하고자 한다. 서울대 경영학과 학생들의 인터뷰 중에서 다음과 같은 내용이 있었다. 한 학생이 선생님의 농담까지 다 필기했다고 이야기하면서 자기만의 필기 노트를 보여주었다. 심지어는 다른 반에서 한 이야기까지 모조리 친구들 것을 보고 필기했다고.

방송에서는 그것이 '자기주도학습'이라고 보여 주었으나, 나는 황당함을 감출 수 없었다. 서울대 경영학과 학생이면 공부를 무척 잘한 학생인데, 그 학생이 한 공부가 선생님 농담 필기한 것이라니. 그것이 진정한 자기주도학습이라고 할 수 있는가. 그것은 그저 선생님의 지식을 흡수한 것에 지나지 않는다. 그것이 학습의 시작이 될 수는 있겠지만, 학습의 끝은 그것으로 되어서는 안된다. 그것을 자기 나름대로 소화하여 자신의 잣대로 평가하고 비평할 수 있어야 하는 것이다.

그런데 농담까지 필기하는 것을 넘어 다른 반 학생의 필기까지 베낀 것이 과연 진정한 학습이라고 볼 수 있는 것일까. 그것이 다큐멘터리에 '서울대생의 학습법'이라고 소개될 수준의 것인가. 그렇게만 공부해서 서울대에 갔다면, 이 입시제도야말로 단단히 잘못된 것이 아닌가. 자기 머리로 생각하는 학생이 아니라, 그저 남의 말을 흡수해서 앵무새처럼 반복하는 학생들이 서울대에 간다면, 이 나라의 미래야말로 암울한 것이 아닌가.

진짜 머리를 싸매야 할 것은 학부모가 아니라, 교육 관계자들이다. 이것이 과연 교육인가, 진지하게 생각하고 토론하고 바꾸어야 할 때이다. 이런 인터뷰가 아무런 가감 없이 그대로 방송되고, 그것을 또 아무 생각 없이 보는 그런 나라에서, 저런 학생들이 공부를 잘하는 거야, 라고 오히려 칭찬을 하는 그런 나라에서 교육을 받은 학생들이 과연 무엇을 하겠는가.


#교육#학부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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