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로만 무성하던 일본 정부의 '동해병기법'(미국 공립학교 교과서에 '동해'와 '일본해'를 함께 표기하도록 하는 것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법안) 저지 로비의 실체가 드러났다.
주미 일본대사관이 연방정부도 아닌 주 의회 차원의 법안을 막으려고 대형 로펌을 동원해 전방위적 로비를 해온 사실이 문건을 통해 처음으로 확인된 것이다. 외국 공관이 주재국 지방자치단체의 특정 입법 활동을 막기 위해 노골적인 정치적 개입에 나선 것은 전례가 없는 상황이라 상당한 파장이 예상된다.
앞서 그동안 동해병기를 추진해온 미국 현지 한인사회는 일본이 버지니아에서 가장 유력한 로비 회사 중 하나인 맥과이어우즈의 로비스트 팀을 고용하는 등 강력한 반대 로비를 전개해왔다는 의혹을 제기해왔다.
일본의 동해병기를 위한 로비 의혹이 사실로 확인되자, 누리꾼들은 "(일본이)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려고 온갖 치밀한 수단을 동원하고 있다"(koto****), "우리도 일본 눈치 볼 것 없이 우리 영토를 지키기위해 최선을 다해야 한다"(ggb0****) 등의 반응을 보이고 있다.
베일벗은 일 동해병기 저지 로비 전모... 계약금만 8천만원<연합뉴스>가 1일 미국 법무부의 FARA(외국로비공개법) 자료를 통해 공개 입수한 주미 일본대사관과 워싱턴 대형로펌인 맥과이어우즈 컨설팅간 용역계약서 문건에는 로비 전모가 훤히 드러나 있다. 이 계약은 지난해 12월 19일 주미 일본대사관의 미즈코시 히데아키 공사와 맥과이어우즈 부사장간에 체결됐으며 맥과이어우즈 측은 외국로비공개법에 따라 지난달 24일 계약서 사본을 법무부에 신고했다.
계약서에는 맥과이어우즈 측이 앞으로 버지니아주 의회에 상정된 동해병기법안 통과를 저지하기 위한 대응방향과 로비 전략의 전모가 상세히 담겨 있으며 로비스트로 활동할 부사장급 4명을 포함한 6명의 신원이 구체적으로 공개돼 있다. 또 이번 계약에 따라 주미 일본대사관 측이 맥과이어우즈 측에 제공할 비용은 석달간 7만5000달러(매달 2만5000달러, 약 8000만 원)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앞서 지난 달 28일 '미주한인의 목소리'(VoKA) 피터 김 회장은 긴급 연락망을 통해 "맥컬리프 주지사 참모진이 소위원회 9명의 의원들을 모두 접촉, 동해병기법안을 부결 시킬 것을 종용했다"고 폭로한 바 있다. 피터 김 회장은 "버지니아주 하원 지도부 참모로부터 주지사측의 부결 로비 사실을 들었다"며 "한인들로서는 분개할 행동"이라고 개탄했다.
맥컬리프 주지사의 이 같은 방해 로비는 지난해 주지사 선거 당시 그가 한인사회에 '동해 병기에 찬성한다'는 서한을 보낸 바 있다는 점에서 한인사회에 충격을 주었다. 따라서 이번에 공개된 용역계약서는 테리 맥컬리프 주지사의 태도변화가 일본의 로비에 의한 것임을 방증하고 있다.
맥컬리프 주지사가 변심한 이유는 일본 로비 때문?문건에서 맥과이어우즈 측은 "법안이 의회를 통과해 주지사 책상 앞에 올라갈 것에 대비해 새로운 주지사를 상대로 로비를 펴야 한다"며 "주지사는 법안에 '비토'(거부권)를 할 수 있기 때문에 전체 입법과정으로 볼 때 마지막 임시방편에 해당한다"고 강조했다. 또 "맥컬리프 주지사가 동해병기 법안을 지지하고 있지만 우리가 모든 사실들을 제공했을 경우 설득될 수 있는 인물"이라고 평가했다. 주미 일본대사관이 맥컬리프 주지사를 로비의 주요대상으로 삼았음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실제로 계약 체결 일 주일 뒤인 지난해 12월 26일 사사에 겐이치로 주미 일본대사는 맥컬리프 주지사에게 "법안에 서명할 경우 경제관계에 손상을 입을 것"이라고 경고하는 협박성 서한을 보냈다. 이어 지난달 22일에는 직접 리치먼드로 내려가 맥컬리프 주지사를 만나기도 했다.
문건에 따르면 맥과이어우즈 측은 이번 계약의 목표를 버지니아주 의회의 동해병기 법안을 무산 시키는 것을 목표로 설정하고 지난해 12월과 올 1, 2월 등 석 달간 대응논리 개발과 지원세력 포섭, 주의회 및 주정부 상대 입법저지 로비 활동을 편다는 구상을 밝혔다.
맥과이어우즈 측은 동해병기 법안이 왜 '나쁜 정책'인지에 대한 백서와 논점 개발, 일본측 대변인 역할을 하는 개인과 전문가·학자 포섭, 동해병기 운동을 전개하는 '미주한인의 목소리'에 대항할 이해관계 조직 확보, 우호적인 언론매체 파악, 일본해 표기를 지지할 '풀뿌리 연대'를 발굴하는 것을 초기 활동으로 규정했다.
이어 지난달 8일 버지니아주 의회의 첫 회기가 시작되기 전에 상원의 민주당과 공화당 지도부, 상임위와 소위 소속 의원들을 중심으로 가능한한 많은 의원들을 만나 집중적인 로비를 펴는 전략을 제시했다. 맥과이어우즈 측은 한인단체들이 주로 북버지니아에 소재하고 있는 점을 거론하며 북버지니아 이외의 지역에 속한 의원들을 중점 공략해야 한다는 아이디어도 제공했다.
누리꾼들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려고..." 질타한편 일본 정부의 '동해병기' 반대 로비 소식이 알려지자, 인터넷에서는 일본을 비판하고 정부 차원의 대응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쏟아져 나오고 있다.
트위터 사용자 @ter****는 "우리나라의 로비능력? 참담한 게 맞죠"라고 했고, @Kave****는 "외교전은 감정싸움이나 말로 되는 게 아니라 논리와 힘이 필요한 거다. 우리나라도 치밀하게 준비하고 대응해서 반드시 일제의 만행이 나치보다 심했다는 것을 보여주자"고 밝혔다. @Sigfridvo****** "일본의 동해병기 저지 활동도 놀랍고 분노를 불러 오지만 우리 정부 내에 친일교과서를 지원하는 종자들 있는 게 더 '상상초월'"이라고 비판했다.
<네이버> 아이디 koto****는 "와 소름돋네.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려고 온갖 치밀한 수단 동원하는 거 봐라. 재수없고 끔찍하지만 우리도 치밀하고 적극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체계와 방안, 자세가 필요하다는 생각이 든다"고 했다. ggb0****는 "미국동포들도 저렇게 애쓰는데 우리정부는 뭐하나. 우리도 일본눈치 볼 것 없이 우리 영토를 지키기 위해 최선을 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