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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가 1월 17일 <'전가의 보도'된 '야권연대'... '분열=필패' 아니다> 제하의 기사에서 밝혔듯이 역대 다섯 차례의 동시 지방선거는 1998년 김대중 대통령 취임 100일 만에 치러진 제2회 지방선거를 제외하고 모두가 정권 심판선거였다. 선거 결과는 늘 야당이 승리했음은 이미 도표까지 그려서 상술한 바 있다.

시기적으로 살펴봐도 1995년 제1회 때는 김영삼 정부 출범 2년 4개월째에, 제3회 때는 김대중 정부 마지막 해에, 제4회 때는 노무현 정부 출범 2년 3개월째에, 그리고 지난번 2010년 제5회 때는 이명박 정부 출범 2년 4개월 만에 치러진 선거였기 때문에 모두 중간평가 내지는 정권 심판 성격을 분명히 띠었다.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 4일 오전 청와대에서 열린 국무회의를 주재하며 모두발언하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 4일 오전 청와대에서 열린 국무회의를 주재하며 모두발언하고 있다. ⓒ 연합뉴스

그런데 이번 6·4 지방선거는 박근혜 정부 출범 1년 4개월째를 맞이하면서 치르는 선거로 시기적으로는 참 애매하다. 새 정부가 충분히 일할 시간적 여유를 주지 않았으니 심판을 하자고 규정하기도 애매하고, 그렇다고 소위 '허니문 기간'에 해당하는 출범 1년 이내도 아니기 때문에 '안정적 국정운영'이라는 명제가 성립하기도 참 알쏭달쏭하다.

그러나 시작부터 국정원 댓글 사건, 국군사이버사령부 정치개입 등등 국가기관의 대선 문제로 1년 내내 정통성 시비를 일으켰던 박근혜 정권, 정부 운영이라도 그런대로 잘 해왔는가? 국내에서 가장 권위 있는 여론조사기관인 한국갤럽이 지난 1월 27~29일 사이 휴대전화면접조사(RDD 추출, 응답률 14%)를 실시한 결과를 보면, 박근혜 대통령의 국정지지도는 과반을 겨우 넘는 53%를 기록했으며, 잘 못한다는 응답 중 으뜸은 '공약실천 미흡'이었다.

정부가 출범한 지 아직 1년도 채 안 됐지만 기초연금, 무상 보육, 4대중증질환 건강보험 보장 확대, 반값등록금 등 복지 공약 후퇴가 큰 논란거리가 됐다. 경제민주화와 최근의 기초선거 정당공천제 폐지 공약 파기도 상당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 박 대통령의 업무 스타일과 관련해서도 소통 미흡과 독선·독단적이라는 지적이 많은 것 또한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정부 출범 1년도 안 됐지만... 민심은 '정권심판'

6·4 지방선거가 다가오면서 여론조사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지만 최근 주목할 만한 3건의 조사결과가 있다.

우선 <한겨레>가 리서치플러스에 의뢰해 1월 22~25일 서울·경기·인천·충남·광주·부산 등 6개 지역에 전화면접 여론조사(지역별 700명, 유무선 혼합, 신뢰수준 95%에 표본오차 ±3.7%, 응답률 최대 17.9%)를 실시했다. 이번 6·4 지방선거의 성격을 놓고 질문을 던졌더니, '박근혜 정부에 대한 심판과 견제가 되어야 한다'는 주장에 대하여 '공감한다'는 의견이 '야도' 광주(68.6%)는 말할 것도 없고, 서울(62.5%)과 경기(60.8%), 인천(60.0%) 등 수도권에서 특히 높았고, 충남과 부산에서도 각각 54.2%로 과반이었다. 새누리당의 심장부인 부산에서 야권 선전이 한껏 기대되는 대목이다. 

두 번째는 CBS가 2월 1일 포커스컴퍼니에 의뢰해 지난 2월 1일 진행한 전화면접조사(표본 742명, RDD 추출, 신뢰수준 95%에 표본오차 ±3.59%) 결과이다. 국민들은 6·4 선거의 성격을 '박근혜 정부와 거대여당 견제를 위해 범야권 후보를 지지하겠다'는 '견제론'으로 56.1%, '안정적 국정운영을 위해 새누리당 후보를 지지하겠다'는 '국정안정론'(33.0%)보다 20%p 이상 높게 규정했다.

마지막으로 <내일신문>이 2월 3일 디오피니언에 의뢰해 실시한 2월 정례 여론조사(휴대전화면접, RDD 추출, 표본수 800명, 응답률은 22.3%, 신뢰수준 95%에 표본오차 ±3.5%) 결과이다. 유권자의 37.3%는 '국정안정을 위해 새누리당 후보를 지지하겠다'고 응답했고, '정부와 거대여당을 견제하기 위해 야권후보를 지지하겠다'고 답한 사람들은 44.1%로 나타났다. 특히 이러한 '견제론'이 새누리당의 텃밭인 PK지역에서 평균보다 높은 46.9%나 돼 야권 유력주자의 선전 또는 당선가능성까지도 엿보게 되었다.

이 세 언론사의 여론조사는 모두 전화면접조사로 비교적 응답률이 높아서 신뢰도가 높다. 그런 만큼 정권 심판론 또는 견제론은 상당한 설득력을 갖는다. 출범 1년 기념 샴페인도 터트리지 않은 정권에 대한 국민의 인식이 이럴진대 앞으로 4개월 후에 치러지는 선거가 어떠하리라고는 쉽게 예상되지 않는가?

정권심판론 앞에서 머뭇거리는 민주당, 답답하다

 김한길 민주당 대표가 5일 국회 본회의에서 교섭단체 대표연설 도중 목을 축이고 있다.
김한길 민주당 대표가 5일 국회 본회의에서 교섭단체 대표연설 도중 목을 축이고 있다. ⓒ 남소연

그럼에도 제1야당 민주당은 아직 심판론과 견제론을 자신 있게 꺼내들지 못하고 있다. 설 연휴 기간 4박 5일의 세배 투어를 다녀온 민주당 김한길 대표는 지난 3일 최고위원회 모두발언에서 박근혜 대통령과 새누리당을 '거짓말 대통령'과 '거짓말 여당'이라며 민심을 빌어 간접화법으로 전하면서 "신당과 힘을 합쳐 이겨야 한다"고 말했다. 그런데 왜 거짓말 대통령이고 왜 거짓말 여당인지 분명한 메시지가 없다. 선거 승리를 위한 야권연대를 얘기하지만 왜 선거 승리를 해야 하는지를 확실하게 얘기하지를 않는다.

민주당은 왜 '박근혜 정권 심판하자'는 구호를 높이 들지 못하는가? 왜 '거대여당 새누리당을 견제하자'라고 말을 못하는가? 참으로 답답할 뿐이다. 2014년 현재 국가권력도 새누리당, 국회 과반수도 새누리당이 장악하고 있다. 이번 6·4 선거에서 또 다시 새누리당이 승리한다면 지방권력마저 여당에게 송두리째 넘어가게 될 것이다. 

지난 대통령선거에서 큰 재미를 본 종편 채널들이 선거를 앞에 두고 다시 활개를 치고 있다. 이번 6·4 지방선거가 '지역 일꾼을 뽑는 선거'라며 연일 '일꾼론'을 광고하고 있다. 심지어 지난 2010년 야당이 다수를 차지한 '4년 지방자치 행정'을 심판하는 '지방권력 심판론'까지 들고 나오고 있다. 이는 앞서 보았듯이 명백한 민심 오도다.

제1야당 민주당은 당당하게 박근혜 정권 심판에 앞장서라. 야권연대도 좋고 당내 혁신과 분파주의 청산도 좋지만, 지금 민주당이 맨 먼저 해야 할 일은 불통 대통령 심판과 국민 무시 새누리당 견제다. 여론조사에서 나타난 민심은 바로 그것이기 때문이다.


#여론조사#민주당#지방선거#정권심판론#견제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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