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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4일 오후 서울시내 한 금융회사 콜센터가 텔레마케팅이 전면 금지됨에따라 영업을 하지 못한 채 텅 비어있다.
지난 4일 오후 서울시내 한 금융회사 콜센터가 텔레마케팅이 전면 금지됨에따라 영업을 하지 못한 채 텅 비어있다. ⓒ 연합뉴스

TM(상담전화) 영업 재개로 텔레마케터들은 실직위기를 피하게 됐지만, 열악한 고용여건은 여전하다. 지난 10여 년 동안 카드·보험회사 등 금융회사는 TM 판매를 통해 높은 판매수익을 벌어왔지만, 정작 텔레마케터들의 고용 안정화에는 소홀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사상 초유의 카드사 고객정보 유출사고에 금융당국은 당초 텔레마케팅 영업정지라는 '초강수' 조치를 내렸지만, 이는 텔레마케터의 고용 불안만 불러 일으켰다. 또 일부 외국계 보험회사들도 반발하자 금융당국은 2월말부터 TM 영업을 전면허용하기로 방침을 바꿨다.

텔레마케팅 영업기법으로 큰 덕 본 금융회사

지난 1990년 우리나라에서 본격적인 텔레마케팅이 시작된 이후로 텔레마케팅 시장은 비약적으로 발전했다. 콜센터 도입이 가장 활성화되어 있는 산업은 보험과 카드회사 등 금융권이다. 정보통신산업진흥원이 2010년 작성한 콜센터산업 실태조사 및 정책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금융 및 보험업계가 전체 콜센터 시장에서 절반 이상의 규모를 형성하고 있다. 또 2013년까지 금융과 보험업계의 텔레마케팅 시장이 연평균 8.3% 성장해 4398억 원 규모의 시장으로 확대될 것이라 전망했다.

이 보고서 연구수행책임자였던 한상주 한국능률협회컨설팅 상무는 "보험이나 카드사의 경우 고객을 직접 대면하는 부스를 설치해 인건비나 임대료를 투입하는 것보다는 모바일 환경이 구축되는 과정에서 콜센터를 활용하는 것이 여러모로 용이한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또 "보험회사나 카드회사가 급성장했기 때문에 그 필요인력을 자기조직으로 내재화하지 못했다"며 "판촉과 같은 아웃바운드 업무는 대부분 외주화돼 구체적인 인력규모조차 파악하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텔레마케팅은 걸려오는 전화에 응대해주는 인바운드(In-bound)와 고객에게 전화를 걸어 금융상품 가입을 권유하는 아웃바운드(Out-bound)로 나뉜다. 특히 아웃바운드 텔레마케터는 접촉할 고객 리스트에 따라 고객에게 직접 전화를 걸어 각종 금융상품 가입을 권유하고 필요한 절차를 수행한다. 최근에는 상품판매보다는 기존의 고객에게 필요한 상품을 제공하는 아웃바운드 텔레마케팅이 많이 활용된다고 한다.

금융사 중에서도 보험회사는 더욱 TM 영업에 의존한다. 보험사들은 자체조직이나 아웃소싱(외주업체)을 통해 전화로 보험상품을 판매하는 텔레마케팅 영업을 해왔다. 생명보험사든 손해보험사든 보험료의 10~30%안팎이 TM에서 나온다는 것이 업계의 분석이다. 생명보험사 중에서는 영업에 차지하는 비중이 KB생명(27.4%), 신한은행(19.9%), AIA생명(15.6%), 흥국생명(12.6%) 순으로 높다. 손해보험사 중에서는 흥국화재(20.9%), 동부화재(11.2%), LIG손보(8.7%), 현대해상(8.4%) 등의 비중을 차지한다.

이처럼 TM 판매 비중이 크다 보니 판매 비중이 70%이상인 보험사 7곳에 대해선 '합법적인 정보라는 것을 확인하는 경우'라는 단서를 달고 지난 영업정지 조치에서 제외 시켰다. AIG손보, 에이스손보, 악사다이렉트, 에르고다이렉트, 더케이손보, 하이카다이렉트 등 손보 6곳과 생보사 가운데서는 라이나생명이 이에 포함됐다.

보험회사들의 카드슈랑스 판매액 규모  카드슈랑스는 지난 12년간 연평균 21% 이상 빠른 성장세를 보였고, 2012년말 수입보험료도 1조5000억 원을 넘어셨다.
보험회사들의 카드슈랑스 판매액 규모 카드슈랑스는 지난 12년간 연평균 21% 이상 빠른 성장세를 보였고, 2012년말 수입보험료도 1조5000억 원을 넘어셨다. ⓒ 보험연구원

카드사들 또한 TM 영업으로 큰 이익을 봤다. 특히 지난해 카드슈랑스로 인한 수익규모는 1조 7000억 원(추정) 정도다. 카드슈랑스는 방카슈랑스(은행, 증권사에서 보험 판매)와 마찬가지로 카드사에서 보험판매를 대행하는 것을 의미한다. 카드사와 보험사가 제휴를 한 뒤, 담당 텔레마케터가 고객에게 전화를 걸어 보험 가입을 권유하는 방식이다. 국내 카드사들은 카드슈랑스 시장을 '블루오션'으로 보고 공을 들여온 결과, 2000년 1554억 원에 불과했던 판매액이 2012년 1만5418억 원 정도로 급상승했다. 12년 동안 판매액이 10배가 상승한 것이다.

금융회사 수조 원 영업이익 챙겼지만, 텔레마케터 처우개선 나 몰라라

이처럼 지난 10년 동안 카드사와 보험사들은 텔레마케터들의 아웃바운드를 통해 엄청난 영업이익을 챙겨왔지만, 정작 텔레마케터들의 고용 안정화에는 무관심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 4일 환경노동위 소속 은수미 의원은 국회에서 "수조 원 이상의 이윤을 챙기는 금융기업들이 최저임금의 기본급을 주며 텔레마케터들을 부려 먹고 있다는 노동실태 연구결과가 나오고 있다"고 말한 바 있다.

텔레마케터들의 월평균 기본 급여는 120만 원 내외수준으로 열악하다. 영업실적에 따른 성과급으로 모자란 임금을 충당한다. 기본급이 정해져 있지 않은 곳도 많다. 일정 건수를 채우지 못하면 기본급조차 받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낮은 임금에 비에 업무 강조가 높아 이직률도 다른 업종에 비해 매우 높은 편이다. IMF 이후 2000년대부터 금융사들은 비용절감을 위해 텔레마케터들을 외주 용역화하기 시작했다.

13년 동안 보험회사에서 텔레마케팅 업무했던 현희숙 한국교지원공제회콜센터지부 부지부장은 <오마이뉴스>와의 전화통화에서 "10년 전엔 근무조건과 수입이 괜찮은 편이었지만 2004년 위탁업체로 소속되고 나서부터 잔업과 주말 업무를 강요받기 시작했다"고 밝혔다. 현 부지부장은 "예전엔 기본급이 200만 원이라 실적이 좋지 않은 사람도 200만 원은 받았었는데, 지금은 기본급이 100만 원으로 떨어져 실적을 쌓지 않으면 생계가 어렵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텔레마케터 외주 용역화에 힘써 온 금융회사를 비판했다. 매해 수조 원을 벌어들이는 금융회사들이 많은 텔레마케터들을 간접고용하는 것에 대해 "위탁수수료를 생각하면 직접 고용하는 게 비용절감에 도움이 될 수 있다"며 "단순히 비용절감 차원이 아니라 함께 일해 온 텔레마케터들의 퇴직금이라든가 실업수당 등 미래를 책임지기 싫다는 것"이라고 꼬집어 말했다. 그러면서 "텔레마케터 고용안정을 위해서 영업금지 조치가 축소됐지만 정작 텔레마케터들의 업무환경을 지속으로 악화시켜온 것은 금융회사들"이라고 비판했다. 

현 부지부장은 이번 개인정보 유출사태의 책임을 텔레마케터들에게 떠넘기는 금융당국이 대해서도 비판했다. 그는 "직접고용됐든 간접고용됐든 텔레마케터들은 본사에서 관리하는 데이터베이스를 통해 영업활동을 하기 때문에 이번 카드정보유출과 전혀 관계가 없다"며 "금융당국이 텔레마케터들을 마치 개인정보 유출을 일으킨 범죄자로 취급하게 된 것에는 텔레마케터들이 가장 쉽고 만만한 상대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카드회사와 보험회사가 TM 영업을 위탁한 외주업체에서 10년 정도 일했다는 텔레마케터 김명숙(가명)씨는 "영업금지 조치로 한 달간 영업하지 못해 생계에 어려움이 생겼다"며 "우리는 합법적인 정보 내에서 업무를 했는데 이런 금지조치를 당하다니 황당하고 억울할 따름"이라고 말했다. 김씨는 "현재 이번 TM 영업 금지조치로 일을 쉬고 있다"며 "외주업체로부터 복귀하라는 연락을 기다리는 중인데, 미래가 어떻게 될지 모르니 불안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한진 전국사무금융서비스노동조합 사무처장(진보금융네트워크 연구실장)은 "텔레마케터들은 특수고용직으로 분류돼 아직 법률상 노동자성을 인정받지 못하고 있어 여러 가지 고용상의 불이익을 받고 있는 것이 많다"며 "비용절감을 위해 주요업무를 외주화하면서 이익추구에만 몰두하는 금융회사들도 문제지만, 자본의 편을 들어주는 금융당국에 1차적인 책임이 있다"고 지적했다.

덧붙이는 글 | 구소라 기자는 <오마이뉴스> 19기 인턴기자입니다.



#텔레마케터 고용개선 #금융사 용업외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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