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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일 오후 국회의원회관 세미나실에서 열린 '탈원전 7차 전력수급기본계획 수립을 위한 토론회'에 참석한 차일드 세이브 카페 회원들
6일 오후 국회의원회관 세미나실에서 열린 '탈원전 7차 전력수급기본계획 수립을 위한 토론회'에 참석한 차일드 세이브 카페 회원들 ⓒ 김시연

30~40대 여성들이 대중적인 '탈원전' 운동의 핵으로 떠올랐다. 지난 6일 오후 탈원전 토론회가 열린 국회의원회관 세미나실은 왁자지껄 놀이방을 방불케 했다. 어린 자녀들을 유모차에 태우고 온 여성 10여 명이 청중석 한편을 장악한 것이다. 바로 '차일드 세이브' 카페(http://cafe.naver.com/save119) 회원들이었다.

'방사능으로부터 아이들을 지키는 사람들의 모임'인 차일드 세이브는 일본 후쿠시마 원전 사고 직후인 지난 2011년 6월 탄생했다. 현재 1만8000명으로 불어난 회원 가운데 70%를 차지하는 30~40대 여성들은 각종 탈핵, 탈원전 행사에 유모차까지 끌고 나타나 대중 여론 확산을 실감케 하고 있다.  

탈원전 토론회 장악한 유모차 부대 "원전 사고 남일 아냐"

'탈원전 7차 전력수급기본계획 수립'이라는 딱딱한 주제로 열린 이날 토론회도 이들을 비롯해 정치권과 환경단체, 언론계, 종교계, 생활협동조합, 신규 원전 예정지 주민단체 등 각계각층의 시민들이 참여해 대중적 연대를 과시했다. 

박근혜 정부가 지난 1월 '2차 국가에너지기본계획'을 통해 대규모 원전 증설을 선언한 뒤, 원전 반대 여론이 더 힘을 얻고 있다. 이 계획에 따라 오는 2035년까지 원전 비중을 전체 발전설비용량의 29%로 늘리게 되면 현재 23기인 원전 숫자는 최대 41기로 늘어나게 된다. 올 연말 확정 예정인 '7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 정치권고 시민단체가 주목하는 것도 여기서 구체적인 원전 숫자가 결정되기 때문이다.  

문제는 30~40대 여성들의 여론이다. 환경운동연합에서 지난해 11월 28일 리서치뷰에 의뢰해 원전 증설에 대한 여론조사를 벌인 결과, 우리나라 원전 안전성을 우려하는 의견이 남성은 70%였던 반면 여성은 85.5%에 달했다. 특히 30대와 40대 여성의 우려감이 각각 90.2%와 93%로 가장 높게 나타났다.

 환경운동연합이 지난해 11월 발표한 원전 증설에 대한 여론조사 결과. 남성에 비해 여성이 원전 안전성에 대한 우려가 더 크고, 신규 원전 건설 반대 비중도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환경운동연합이 지난해 11월 발표한 원전 증설에 대한 여론조사 결과. 남성에 비해 여성이 원전 안전성에 대한 우려가 더 크고, 신규 원전 건설 반대 비중도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 환경운동연합

지난달 22일 일본 탈핵 전문가 고이데 히로아키 강연 당시 국회도서관 강당을 가득 채운 청중 수백 명 가운데도 30~40대 젊은 여성들이 많았다.

정치권도 마찬가지다. 이날 토론회를 주최한 장하나 민주당 의원을 비롯해 '탈핵에너지전환을 위한 국회의원 모임(대표 유인태 의원)'과 '아이들에게 핵없는 세상을 위한 국회의원모임(대표 김제남 의원)'에 참여한 의원들 가운데 은수미, 이미경, 김제남 등 여성 의원들의 활약이 두드러진다.

최경숙 차일드세이브 대표는 "부모라면 누구나 아이들에게 더 안전한 세상을 만들어 주고 싶어 하기에 탈핵이 공감을 얻기 쉽다"면서 "탈핵을 정치적, 이념적 구호로 생각해 불편해 하던 사람들도 아이들을 위해 탈핵을 받아들이게 된다"고 밝혔다.

실제 차일드 세이브의 탈핵은 기존 명망가 중심의 환경 운동과 달리, 생활밀착형이면서 대중적이다. 이들은 방사능에 대한 각종 정보를 모으는 한편 강연 등을 통해 스스로 전문성을 쌓는 한편 각종 행사나 집회에 직접 아이들을 데리고 나가 탈핵의 의미를 직접 일깨우고 있다. 또 정부와 국회를 상대로 방사능 오염 기준치를 낮추고 급식에서 방사능 오염식품을 제외해달라고 민원을 넣는가 하면 스스로 안전한 먹거리 확보를 위한 농민직거래장터를 열기도 했다. 밀양 송전탑 반대 운동에 동참해 현지 주민들에게는 십시일반 돈을 모아 핫팩을 보내거나 목도리와 양말을 직접 떠서 보내기도 했다.

종교계도 가세했다. 천주교 주교회의는 지난해 11월 25일 발간한 '핵 기술과 교회의 가르침'에서 핵발전과 핵무기는 다른 것이 아니며 핵과 평화는 결코 양립할 수 없고, 핵발전과 핵사고가 남긴 폐기물을 완벽하고 안전하게 처리할 수 있는 기술과 방법과 장소는 현재 지구상에 존재하지 않는다며 사실상 핵 발전 반대 입장을 밝혔다. 천주교에선 올해 신자 대상으로 탈핵 교육을 통해 의식 변화를 시도하는 한편, 햇빛 발전소 등 대안에너지 사업을 확대할 계획이다

"고이즈미-호소카와 '탈핵연대', 6월 지방선거에도 영향"

 1월 22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도서관 강당에서 아이들에게 핵없는 세상을 위한 국회의원 모임, 탈핵법률가모임 해바라기 공동주최로 열린 고이데 히로아키 초청 강연회에서 참석자들이 강연을 경청하고 있다.
1월 22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도서관 강당에서 아이들에게 핵없는 세상을 위한 국회의원 모임, 탈핵법률가모임 해바라기 공동주최로 열린 고이데 히로아키 초청 강연회에서 참석자들이 강연을 경청하고 있다. ⓒ 유성호

탈원전 진영에선 오는 9일로 다가온 일본 도쿄도지사 선거 결과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자민당 출신 고이즈미 전 총리가 원전 재가동을 선언한 아베 총리에 맞서 민주당 출신 호소카와 전 총리를 지원해, '탈원전'이 최대 이슈로 떠올랐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도 6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초고압 송전탑 갈등이 벌어진 경남 밀양을 비롯해 신규 원전 예정지인 강원도 삼척, 경북 영덕 등에서도 '탈원전'이 최대 선거 이슈로 떠오른 상황이다.

이들 지역에선 원전 건설 반대 여론이 찬성 여론을 크게 앞서고 있지만 실제 '표심'으로 이어질지는 여전히 미지수다. 원전 건설 문제로 3년째 지역 갈등이 벌어진 삼척시의 경우 지난달 2일 삼척MBC 여론조사에서 원전 건설 반대가 57.7%로 찬성(30.1%)보다 두 배 가까이 앞섰지만, 지난 대선에선 박근혜 후보 지지도가 63%로 다른 지역보다 훨씬 높았다.

이유진 녹색당 공동정책위원장은 탈원전을 위한 핵심 전략 가운데 하나로 지방 선거 활용을 주문했다. 지난 대선에서 탈핵을 표방한 야권연대에서 신규 원전 예정지인 삼척, 영덕, 영광, 부산 등과 밀양 등에 탈원전 후보를 내 적극 지원해야 한다는 것이다.

지난 2012년 대선과 함께 치러진 삼척시의원 보궐선거에서 탈원전을 앞세워 당선한 이광우 삼척핵발전소반대투쟁위원회 기획실장은 "핵발전소 건설을 둘러싼 주민 갈등을 해소하는 가장 민주적인 방법은 주민투표"라면서 "6월 지방선거에서 삼척시민들은 정당과 정파를 초월해 핵발전소를 찬반 의견을 각 후보들에게 물을 것이고 자치단체장과 시의원 후보들은 명확하게 답변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다만 곽현 우원식 의원 보좌관은 "국내에 탈핵 문제를 시대적 사명으로 알고 사활을 거는 정치인이 없는 건 표가 안 되기 때문"이라면서 "지난 총선에서도 '찬핵 정치인 심판론'이 먹히지 않는 등 탈원전이 우리 사회에서 정책적 목표가 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다만 곽 보좌관 역시 "오는 9일 도쿄도지사 선거에서 고이즈미-호소카와 탈핵연대가 성과를 내면 우리나라에서도 정치적 의제가 돼 큰 변화가 일어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감을 나타냈다.


#탈원전#탈핵#차일드세이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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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사회부에서 팩트체크를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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