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지난해 10월 26일, 특정인을 교수로 채용하기 위해 심사위원들이 담합 등의 방법으로 불공정한 심사를 한 의혹을 제기했다. 또한, 제기된 문제를 경북대 대학본부측이 해결할 수 있을지 의문이 들어, 교육부나 감사원의 즉각적인 감사와 실태조사를 촉구했다. (관련기사: 경북대 교수 임용비리 의혹, 누가 왜 덮고 있나)

하지만 3개월이 지났음에도 불구하고, 교수 임용 비리 의혹은 자체적으로도, 외부기관을 통해서도 해결이 되지 않고 있다. 오히려 지난 1월 15일, KBS TV 대구방송 '시선 오늘을 보다'라는 심층취재 보도방송을 통해 구체적인 비리 의혹이 추가로 제기되었다.

경북대에서는 2012년 '피아노 전공'과 '작곡 전공'의 2명의 교수를 1단계 전공 적격 심사, 2단계 서류 평가(학위, 경력 등), 3단계 공개 강의의 심사 절차를 밟아 임용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많은 지원자들이 몰렸는데, 총 6명의 심사위원 중 4명의 심사위원이 담합을 하는 불공정한 방법으로 특정인을 채용했다는 문제가 제기되었다.

첫째, 가장 먼저 불거진 의혹은 심사위원과 합격자 A의 관계가 부적절하다는 것이다. 음악이라는 과목의 특수성 때문에, 교수와 학생, 선배와 후배의 관계는 가까울 수밖에 없다. 그런데, 심사위원으로 같은 대학교 같은 학과 1년 선배, 학사 1:1 전공 지도교수가 심사위원으로 참여했다는 것이다.

경북대학교 공채관련 규정에는 인척, 기타 특별관계로 판단되는 경우에 심사위원이 될 수 없다고 되어 있다. 음악계 전문가들은 해당 심사위원들이 지원자와 특수관계에 있다는 공통된 의견을 제시하고 있다. 상식적으로 봐도 1년 선배 및 1:1 전공 지도교수는 특별관계로서 공정하고 객관적인 심사를 하기 어려워 보인다.

경북대학교 전임교원 공개채용 심사 규정

제10조(심사위원회 구성) 2항 지원자가 다음 각 호의 관계가 있을 경우에는 심사위원이 될 수 없다
1. 최종학위 논문 지도교수
2. 학사, 석사, 박사과정 출신대학이 모두 동일(외부위원에게만 적용)
3. 연구실적물의 공동연구가 많은 경우
4. 인척, 기타 특별관계로 판단되는 경우

또한, 학교 관계자의 증언에 따르면 학과회의에서 '지원자 중에 제자가 3단계에 올라오면 심사위원에서 빠지는 게 맞다'라는 의견이 나왔지만, 담합 의혹을 받는 교수들이 다수결 처리를 주장하며 강력하게 반대를 했고, 결국 무산된 일도 있다고 했다.

그 밖에도 피아노 전공으로 지원했던 지원자도 심사위원 구성에 문제가 있다고 공식적으로 이의제기도 했다. 학과 교수 채용과 관련하여 문제기 제기되면, 먼저 단과대의 '대학 공채 인사 위원회(아래 공채인사위)', 대학 본부의 '대학교 공채 조정 위원회'를 통해 심사를 재검토하도록 한다.

경북대는 단과대와 대한 본부 차원에서 재검토가 이루어졌는데, 공채인사위 5명 중 2명의 위원이 채용에 문제가 있음을 주장했고 의견서(2012.1.25)에도 담합 의혹에 대한 문제를 적시하였지만, 학교 본부까지 전달이 되었는가는 의문이다. 실제로, 경북대학교 교무처장은 처음 듣는 소리라며 일축했다.

대학 공채 인사 위원회 의견서 공채인사위 5명 중 2명의 위원이 채용에 문제가 있음을 주장했고 의견서에도 담합 의혹에 대한 문제를 적시하였지만, 학교 본부까지 전달이 되었는가는 의문이다. 실제로, 경북대학교 교무처장은 처음 듣는 소리라며 일축했다.
대학 공채 인사 위원회 의견서공채인사위 5명 중 2명의 위원이 채용에 문제가 있음을 주장했고 의견서에도 담합 의혹에 대한 문제를 적시하였지만, 학교 본부까지 전달이 되었는가는 의문이다. 실제로, 경북대학교 교무처장은 처음 듣는 소리라며 일축했다. ⓒ 김형태

둘째, 총 6명의 심사위원 중 4명의 심사위원이 담합을 하여 2단계와 3단계 심사에서 특정인에게 점수를 몰아주었다는 것이다. 우선 2단계에서 4명의 심사위원은 합격한 지원자에게 만점과 만점에 가까운 점수를 주었다. 이 점수는 3단계와 동일한 점수 분포를 갖고 있었다.

2단계, 3단계 심사결과 우선 2단계에서 4명의 심사위원은 합격한 지원자에게 만점과 만점에 가까운 점수를 주었다. 이 점수는 3단계와 동일한 점수 분포를 갖고 있었다.
2단계, 3단계 심사결과우선 2단계에서 4명의 심사위원은 합격한 지원자에게 만점과 만점에 가까운 점수를 주었다. 이 점수는 3단계와 동일한 점수 분포를 갖고 있었다. ⓒ 김형태

특히, 서류 평가를 하는 2단계에서 '학위논문의 질적 수준'을 심사하면서 독일 국립음대에서 취득한 석사 학위(K.A:전문 연주자 과정)에 만점을 주는 반면, 독일 국립음대 박사 학위(K.E:최고 연주자 과정)에는 그보다 낮은 점수를 주기도 했다.

학위 논문의 질적 수준 검사 결과 석사 학위에 만점을 주는 반면, 박사 학위에는 그보다 낮은 점수를 주기도 했다.
학위 논문의 질적 수준 검사 결과석사 학위에 만점을 주는 반면, 박사 학위에는 그보다 낮은 점수를 주기도 했다. ⓒ 김형태

게다가, '경북대학교 교수 초빙 공고'를 보면 예술대학 음악학과 작곡분야는 컴퓨터음악 강의 가능한 자라고 명시되어 있다. 하지만, 3단계 심사인 공개 강의에서 '컴퓨터 강의'를 한 2명의 지원자는 떨어졌고, '클래식 강의'를 한 지원자는 4명의 심사위원으로부터 만점을 받고 합격했다. 이로써, 2단계 심사에서 1등을 했던 지원자가 3단계에서 컴퓨터 강의를 했음에도 떨어졌다.

문제의 심사위원들은 그간의 DVD, CD, 연구 실적물 등을 통해 컴퓨터 강의를 할 수 있는지 여부가 판단이 된다고 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컴퓨터 강의는 전자매체를 활용해야 한다는 특수성을 감안했을 때, 매체활용에 대한 교수법을 보여주고 이를 평가하는 것이 상식이라고 지적했다.

경북대는 석고대죄하는 마음으로 실체적 진실 밝히기 위해 최선 다해야

경북대학교 비리 의혹은 지난 국정감사에서도 지적을 받았고, 이번 KBS방송을 통해 보다 구체적인 정황들이 밝혀졌다. 그럼에도 학교측은 문제해결에 대한 의지를 보이지 않고 있다. 오히려 공익제보자(민원인)에 불이익과 징계를 주는 등의 비상식적인 행동을 보이고 있다.

다시 말해, 경북대학교에서 국정감사 이후 구성된 진상조사위원회는 왜곡된 시각을 대변하는 본부 보직들로만 구성되었으며, 위원회는 제기된 문제를 파악하기 위한 실제적인 조사를 진행하지 않고 담합의혹 교수들의 의견을 그대로 대변하기 조차하였다고 한다. 특히 위원장은 조사과정에서 문제제기를 한 심사위원에게 오히려 "당신에게 담합의혹이 있다"고 반복적으로 주장하면서 "심각하게 법적인 조치를 고려하고 있다"라는 징계위원회 성격의 발언도 서슴치 않았다고 한다.

따라서 이 위원회의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작성한 경북대학교의 보고서가 진실에 기초했다고 판단하기 어려워 보인다. '상아탑'이라 불리는 학문의 전당 대학에서 적어도 비상적이고, 반교육적인 모습을 자행되어서도 안되지만, 부정부패 의혹을 대충 덮으려 해서는 더더욱 안된다.

경북대는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릴 수 없음을 알고, 지켜보는 학생들과 학부모를 생각해서라도, 학생들에게 부끄럽지 않게, 석고대죄하는 마음으로 이제라도 제기된 모든 의혹에 대해 낱낱이 진실을 밝히고, 문제점이 드러났으면 재발방지 차원에서라도 뼈를 깎는 마음으로 거듭나는 노력을 해야 할 것이다.

교육부는 자신 없으면 감사원이나 수사기관에 의뢰해서라도 비리 의혹 밝혀야

또한, 대학비리를 엄중하게 지도 감독해야하는 교육부는 무엇 때문에 아직까지도 감사 또는 실태조사를 하지 않고 있는 것인가? '셀프개혁(자체 조사)'라는 것이 말이 되는가? 고양이에게 생선을 맡기자는 것인가? 지난 국정감사에서 지적을 받고도 아무 것도 하지 않고 있는 것은 교육부의 직무유기 아닌가?

교육부는 신속하게 조사나 감사에 착수하여야 할 것이다. 그것이 자신 없다면 감사원 감사나 수사기관에 의뢰라도 해야 할 것이다. 참여연대 등 시민단체가 감사원 감사를 청구하는 상황까지 이르렀다고 한다. 감사원 감사를 통해 망신당하기 전에 교육부는 제 역할을 다해야 할 것이다.

국립대의 교원 공채가 공정하게 진행될 때 대학의 경쟁력 확보가 비로소 가능해질 것이다. 예술분야 교수 채용 비리 의혹은 비단 경북대학교의 문제만이 아니고 최근 제기된 서울대학교의 경우에서 확인 할 수 있는 바와 같이 이미 많은 대학에서 만연된 문제이다. 특히 정당하게 경쟁하지 않고 학맥, 인맥 등으로 교수공채가 이루어지는 현실을 바라보는 학생들에게 비리가 만연하고 있는 대학은 기회주의와 패배주의를 가르치고 있는 셈이다.

이러한 부조리를 바로 잡기 위해서라도 교육부는 반드시 경북대학교 음악학과 교수채용비리 의혹에 대해 철저한 조사 또는 감사를 통해 진실을 밝히고 관련자들에 대해 엄중히 책임을 물어야 할 것이다.

덧붙이는 글 | 김형태 시민기자는 현재 서울시 교육의원입니다. 이와 유사한 글을 서울시의회 공보실에도 보냅니다.



#경북대 공채비리 의혹
댓글1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교육포럼 <교육을바꾸는새힘>,<학교안전정책포럼> 대표(제8대 서울시 교육의원/전 서울학교안전공제회 이사장) "교육 때문에 고통스러운 대한민국을, 교육 덕분에 행복한 대한민국으로 만들어가요!" * 기사 제보 : riulkht@daum.net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