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신 보강 : 10일 오후 7시 3분] 포천 아프리카예술박물관 이주노동자 기자회견 중 눈물로 호소 경기 포천 아프리카예술박물관 이주노동자 12명이 10일 오후 여의도 새누리당사 앞에서 '노예 노동'을 고발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들은 "우리는 동물이 아니다", "이주노동자들을 더 이상 노예 취급하지 말고 인간다운 삶을 보장하라"고 요구했다. 또한 ▲ 체불임금 지급 ▲ 최저임금 지급 ▲ 추가 근로수당 지급 ▲ 합리적 기숙사환경 제공 ▲ 1시간 점심시간 보장 ▲ 사회보험제공 ▲ 인종 비하 발언 금지 등을 주장했다.
3선 국회의원이자 새누리당 사무총장인 홍문종 의원이 이사장으로 운영하는 박물관의 노동자들이 '노예처럼 살고 있다'는 비참한 고발 현장이었다.
이들은 기자회견에 앞서 살풀이라도 하듯 10여 분 동안 전통악기 연주와 춤을 추었다. 부르키나파소 출신 전통예술공연단이 형형색색의 의상을 입고 전통악기를 연주하며 전통춤을 추자 지나가던 사람들이 길을 멈추고 사진을 찍는 등 높은 관심을 보였다. 그러나 일부 행인은 "누가 (한국에) 오라고 그랬어? 지들이 왔지"라며 야유를 보내기도 했다.
"하루 식비 2500원... 이런 대우 처음" "16년 동안 여러 나라에서 춤과 공연을 했지만, 이런 대우를 받은 적은 여기가 처음이다. 도움을 요청한다. 여러분들이 우리를 도와주셔야 한다. 2년간 고통을 받았고 박물관장은 거짓말을 했다." 2012년 4월부터 2년간 아프리카예술박물관에서 무용수로 일하고 있는 부르키나파소 출신 엠마뉴엘(Sanou Emmanuelle Migaelle)씨는 "한국에 온 첫날부터 계약서와 다른 내용의 일을 시켰다"고 말했다. 그는 "전문 공연인으로 하루 4회 공연하기로 계약했지만 박물관에서 청소와 어린이 교육까지 맡았다"고 밝혔다. 또한 "부당한 대우로 동료 넷이 도망가자 박물관 측에서 우리의 여권을 압수하고 있다"며 눈물을 흘렸다.
"좋지 않은 질의 쌀과 하루 4000원의 식비는 턱없이 모자랐다. 박물관장은 5년 계약을 보장했으나 갑자기 계약 해지를 해달라며 고국으로 돌아가라고 했다. (다른 나라의 일자리를 소개 받아서) 재계약 맺을지 (박물관측에) 물었으나 비자 만료될 때까지 말이 없었다. 그러다가 이제야 계약 해지하겠다고 말했다. 부모에게 가져갈 게 없다. (박물관측이) 부당하게 대우했고 거짓말을 했다. 부당한 대우를 버티지 못하고 4명이 도망갔다." 이들의 '근로계약서'(At Contract of Employment, Contrat de Travail)에 따르면, 박물관측은 이들에게 2013년 최저임금에 크게 못 미치는 월 650달러(짐바브웨)와 600달러(부르키나파소)를 각각 지급하도록 돼 있다. 특히 박물관측은 임의로 1달러당 한화 1000원으로 환율을 고정 적용, 각각 65만 원과 60만 원씩만 지급하고 있다. 10년 전 최저임금 수준인 셈이다. 이마저도 귀국 비행기 티켓 비용으로 매달 10만 원씩 박물관측이 가져가고 있다. 이 계약서에는 홍문종 새누리당 사무총장의 도장이 찍혀있다.
"한국에 꿈을 가지고 왔으나, 악몽으로 바뀌었다. 한 달에 50만 원 받으며 제대로 된 음식을 먹을 수 없었었다." 짐바브웨에서 온 조각가 파이나(Chikumbirike Phainah)씨도 사정은 마찬가지였다. 그는 2009년부터 아프리카예술박물관에서 일했다. 근무 초기 '하루 식비 2500원'을 받는 생활을 버틸 수 없어 박물관 측에 항의했지만 "아프리카에서는 그 정도면 충분하니 (여기서도) 그냥 살아라. 홍문종 이사장이 대한민국에서 중요한 위치에 있는 사람이다"라는 답변만 들었다고 한다.
"하루 2500원 식비에 대해 항의했다. 홍문종 이사장에게 직접 항의하자 하루 4000원으로 올려줬다. 이 돈으로 아침 간신히 먹는다. 관리자에게 또 항의하자 '홍문종씨가 대한민국에서 중요한 사람이라 소용없다'고 말했다. 항의할 때마다 박물관측은 '(홍문종 이사장이) 국회에서 중요한 위치를 가진 사람'이라고 말했다. 유통기한이 지난 쌀만 줘서 충분한 영양공급을 하지 못했다. 계속 항의하자 3개월 전부터 (월 급여로) 60만 원을 지급하고 있다. 아프리카박물관에서 끊임없이 고통 받고 있다. 한국인과 다른 대우에 항의했지만 관리자가 듣지 않았다. 가족을 고국에 두고 왔으나 아무것도 얻지 못했다. 변화를 요구한다. 우리의 목소리를 들어 주시기 바란다." 부르키나파소 음악가 라자크(Ouedraogo Abdoul Razak)씨도 "박물관 관리자는 우리의 삶을 죽인 것과 다름없다"며 "터무니 없는 돈과 기숙사를 제공했다"고 성토했다.
"박물관장이 한국에 오면 TV, 컴퓨터가 딸린 기숙사를 제공하겠다고 했다. 우리는 각 국가에서 가장 뛰어난 공연가다. 박물관장은 모든 조취를 다 하겠다고 말했다. 각 국가를 대표로 온 만큼 그만한 대가를 줘야한다. 계약서에 매일 3회 공연하기로 했다. 한국 오니 달랐다. 음악은 삶이며 가족을 보살피기 위해 하는 것이다. 고국에 보내려던 옷을 기숙사에서 쥐가 갉아 먹었다. 2월 25일 귀국하라고 하는데 돈이 없다. 고국에 가서 뭘 해야 할지도 모르겠다. 그동안 일한 정당한 임금을 받고 싶다." 장하나 "제가 가장 부끄럽고 끔직했던 이유는..." 이날 이주노동자들과 함께 기자회견에 참석한 주봉희 민주노총 부위원장은 "이주노동자의 인권을 유린하고 임금을 착취한 장본인이 집권여당 사무총장"이라며 "200년 전 노예를 데려다 일 시키는 꼴과 뭐가 다르냐"고 힐난했다. 그는 이어 "(이주노동자를) 노예같이 부리고 관리하지 못한 자는 집권여당의 사무총장으로서 자격이 없다, 사과하고 최저임금 보장하고 체불임금 지급하라"고 촉구했다.
우다야(네팔) 민주노총 이주노조 비대위원장도 "한국에 가면 돈을 더 벌 수 있다고 생각하고 오지만 중소기업 사장뿐 아니라 대표 정당 사무총장까지 부당한 대우를 하니 기가 막힌다"며 "국회의원이 스스로 만든 법을 지키지 않고 무시한다"고 꼬집었다.
김요한 민주노총 서울본부 공인노무사는 아프리카예술박물관의 노동법 위반 내역을 설명했다. 김요한 노무사에 따르면 아프리카예술박물관은 ▲ 최저임금법 위반(현재 법정 최저임금의 절반 수준만 지급) ▲ 최저임금 위반한 임금마저 지급하지 않고 채납한 점 ▲ 연장수당과 연차유급휴가, 열악한 기숙사 시설, 산재보호 미가입 등을 위반했다.
김 노무사는 "사업주 대리인이 법을 위반했더라도 사업주 본인 역시 양벌규정에 따라 법적·정치적 책임을 져야 한다"며 홍문종 새누리당 사무총장의 책임을 강조했다.
아프리카예술박물관 이주노동자와 시민단체는 기자회견을 마친 뒤 장하나 민주당 의원과 한 시간 가량 간담회를 열었다. 장하나 의원은 "이번 아프리카예술박물관 이주노동자의 사정을 듣고 가장 부끄럽고 끔찍했던 이유는 박물관 이사장이 저와 같은 국회의원이고, 책임 있는 정치인이라는 점"이라며 "다른 이주노동자에게 이런 문제가 재발하지 않도록 명확하게 해결해야 한다"고 밝혔다.
장 의원은 이어 "이번 사태의 책임자가 권력을 가진 자리에 있어도 반드시 처벌을 받을 수 있도록 대신해서 싸우겠다"고 약속했다.
[1신 : 10일 오전 4시 15분] 홍문종 새누리당 사무총장이 이사장으로 재직 중인 '아프리카예술박물관'에서 "이주노동자들에게 주지 않은 임금이 1억 5천만 원이 넘는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최근 TV 예능프로그램에도 소개돼 화제를 모은 이 박물관은 아프리카 짐바브웨·부르키나파소에서 온 예술가들에게 법정 최저임금에 못 미치는 급여를 수년간 지급해온 것으로 드러났다.
10일 민주노총이 공개한 자료를 보면, 아프리카예술박물관은 2011년 2월부터 현재까지 이주노동자 12명에게 임금 총 1억 5797만9710원을 체불한 상태다. 짐바브웨 이주노동자 4명에게는 8437만8103원, 부르키나파소 이주노동자 8명에게는 7360만1607원의 임금을 주지 않았다.
"월 110만 원 받아야 하는데, 통장에는 60만 원만 들어와"
아프리카 짐바브웨 출신의 조각가와 부르키나파소에서 온 무용수·악기연주자들은 그동안 최저임금에 크게 못 미치는 월 60만~70만 원 정도의 급여를 받아왔다. 최저임금법에 따라 산정한 이들의 적정 급여는 월 110만~130만 원. 매월 약 40~60만 원의 임금이 체불된 것이다. 연차휴가 미사용 시 회사가 지급하는 연차수당도 제대로 지급되지 않았다.
하루 8시간 주 6일 근무해온 짐바브웨 조각가 4명은 2011년 2월부터 2013년 9월까지 각각 월 65만 원, 같은 해 10월부터 올 1월까지 월 75만 원을 받았다. 이들이 최저임금 기준에 따라 받지 못한 급여는 1인당 월 47만 원~61만 원. 3년 1개월분을 합하면 1955만2326원이다. 개인당 140만~168만 원씩 지급돼야 하는 3년 치 미사용 연차수당도 받지 못했다.
2012년부터 2014년 2월 10일까지 주5일 7시간, 주 1일 2시간씩 박물관에서 일해온 부르키나파소 노동자 8명 역시 2년 2개월 동안 1인당 811만~913만의 임금을 받지 못했다. 미사용 연차수당도 개인당 40만원 씩 체불된 상황이다. 게다가 올해 1월 계약이 만료된 이들의 1인당 퇴직금 191만~201만도 지급되지 않았다.
자료를 작성한 민주노총 서울본부 법률지원센터의 김요한 노무사는 "근로계약서에 작성된 근로시간, 최저임금법·근로기준법, 이주노동자들의 증언에 따라 체불임금을 계산했다"고 설명했다.
민주노총 "이사장 홍문종 사무총장, 문제해결 책임 있다"
경기 포천시에 위치한 아프리카예술박물관은 아프리카 문화를 소개하는 전시나 공연을 자주 선보여 지역에서 유명한 관광지로 꼽힌다. 3선 국회의원인 홍문종 사무총장은 지난 2010년 이 박물관을 구입해 현재 이사장으로 재직 중이다. 또한 홍 사무총장이 이사장으로 있는 경민대학교의 박상순 뮤지컬연기과 교수가 박물관장으로 일하고 있다.
민주노총은 10일 오후 2시 서울 여의도 새누리당 당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박물관 이주노동자들의 체불임금이 하루빨리 지급돼야한다고 촉구했다.
이들은 기자회견문을 통해 "최저임금이 하루 8시간 노동 기준 월 101만5740원(2013년 기준)으로 정해져있는데도, 이들 통장에 찍힌 금액은 불과 50여 만 원에 불과했다"며 "근로기준법이 보장하는 근로연장수당과 연차수당도 제대로 지급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사장직을 맡고 있는 홍문종 사무총장에게 이 문제의 책임이 있다"며 "홍 이사장은 이 문제에 대해 하루 빨리 진정어린 답변을 해줄 것을 요청한다"고 강조했다.
<오마이뉴스>는 10일 오후 3시 현재 아프리카예술박물관 입장을 듣기 위해 전화통화를 시도했지만 연락이 되지 않고 있다. 홍문종 의원실 관계자는 "박물관에 대해서는 전혀 아는 바가 없다, 의원님도 정무 활동 때문에 바쁘다"면서 "조만간 입장을 정리해 발표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