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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3년 6월 9일 남북장관급회담을 위한 실무접촉이 판문점 우리측 '평화의 집'에서 열렸다. 당시 우리측 수석대표인 천해성 통일정책실장(오른쪽)과 북측 김혜성 조국평화통일위원회(조평통) 서기국 부장이 회담장으로 입장하고 있다.
2013년 6월 9일 남북장관급회담을 위한 실무접촉이 판문점 우리측 '평화의 집'에서 열렸다. 당시 우리측 수석대표인 천해성 통일정책실장(오른쪽)과 북측 김혜성 조국평화통일위원회(조평통) 서기국 부장이 회담장으로 입장하고 있다. ⓒ 통일부제공

청와대가 또다시 인사 잡음에 휩싸였다. 신설된 청와대 국가안보실 안보전략비서관에 임명됐던 천해성 전 통일부 정책실장이 일주일 만에 전격 교체됐다.

천해성 전 비서관은 지난 3일 김규현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사무처장 겸 국가안보실 제1차장과 함께 내정됐다. 천 전 비서관은 9일까지 청와대에서 근무했지만 10일부터는 통일부로 복귀했다는 게 청와대의 설명이다. 

민경욱 청와대 대변인은 12일 천 전 비서관 교체 배경에 대해 "통일부 필수 요원으로 가장 중요한 인재인데 청와대에서 쓰려다가 통일부 업무에 지장이 있을 것이라는 판단에 따라 다른 분으로 대체했다"고 밝혔다.

민 대변인은 또 "(천 전 비서관이) 통일부에서 더 중요한 일을 해야할 분인데 처음부터 보내 줄 수 없었다는 이야기가 있었다고 한다"며 "(류길재) 통일부 장관이 강력하게 요청해서 똑똑하고 유능한 분이지만 돌려줄 수밖에 없었다"고 설명했다.

앞뒤 안 맞는 청와대 해명... 일주일 만에 뒤집힌 '잘된 인사'

하지만 이 같은 청와대의 해명은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온다. 청와대가 통일부 핵심 관료를 안보전략비서관에 발탁하면서 통일부와 제대로 된 협의와 조율을 거치지 않았다는 것은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통일부는 이미 천 전 비서관이 청와대로 떠난 뒤 통일정책실장 직무대리로 김기웅 남북협력지구발전기획단장을 임명하는 등 후임 인사까지 마친 상태였다.

특히 김규현 NSC 사무처장과 천 전 비서관 내정 당시 청와대 내부에서는 "김장수 국가안보실장을 비롯해 군 출신 일색이었던 외교안보팀에 외교부와 통일부 출신이 들어가면서 균형이 잡힐 것"이라는 기대와 함께 '잘된 인사'라는 평이 지배적이었다. 호평을 받았던 인사가 불과 일주일 만에 뒤집힌 셈이다.

이에 따라 청와대가 천 전 비서관을 사실상 경질한 것은 외교·안보정책 논의 과정에서 청와대 내 대북 강경파와 갈등을 빚은 게 직접적인 원인이 됐을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천 전 비서관은 김대중 정부에서는 청와대 통일비서관 행정관으로, 노무현 정부에서는 NSC 정책조정실 정책담당관으로 일하는 등 대북 정책에서 대화와 타협을 중요시하는 '온건파'로 분류된다. 이 때문에 박근혜 정부 들어 첫 남북 고위급 회담을 둘러싼 청와대 내부 논의 과정에서 천 전 비서관이 강경한 대북정책을 고수하려는 기존 외교안보 라인과 충돌이 생겼고 경질로 이어졌다는 분석이다.

통일부 출신의 한 학계 인사는 "대통령 결재가 나서 7일간 근무했는데 이게 뒤집힌 것은 전례가 없는 일"이라며 "대통령의 결정을 뒤집을 정도의 세력이 있다고 생각할 수 있다, 남북 고위급 접촉이 성사되는데 천 전 비서관의 역할이 있었을 것이고 이게 강경파에게 거슬렸고 문제가 됐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 인사는 "청와대 내에 통일부는 없는 셈"이라며 "남북 고위급 회담이 어떻게 될지는 '천해성 경질' 이유와 밀접한 연관이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증폭 되는 국가안보실 내부 갈등설

특히 천 전 비서관 후임으로 내정된 전성훈 통일연구원장이 평소 대북 강경파로 분류되는 인사라는 점에서 '국가안보실 내부 갈등설'은 증폭되고 있다.

정부 내 대북 강경파와 온건파의 갈등설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이미 지난해 '온건파'로 평가를 받아온 최대석 이화여대 교수가 대통령직인수위 외교안보통일분과 인수위원직을 돌연 사퇴해 논란이 일었다.  또 지난해 7월 15일 개성공단 재가동 관련 남북회담 3차회담 직전, 우리 측 회담 수석대표였던 서호 남북협력지구지원단장이 갑작스럽게 교체된 바 있다. 당시 군 출신이 장악하는 청와대 외교안보라인이 서 단장의 유화적인 회담 태도를 문제 삼아 경질했다는 분석이 나왔다.  

천 전 비서관에 대한 전례가 없는 경질 인사와 앞뒤가 맞지 않는 청와대 해명이 맞물리면서 부실한 청와대 인사시스템에 대한 비판도 커질 것으로 보인다.


#천해성#김장수#국가안보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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