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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4월 30일, 한국지엠북서울정비사업소는 전체 직원 30여 명 중 전국금속노동조합 조합원 9명 전원을 해고했다. 이들은 나중에 서울지방노동위원회와 중앙노동위원회에서 부당해고 판결을 받았으나, 정비사업소는 폐업하고 사라졌다.

이 정비사업소는 조합원들을 해고할 무렵 위장폐업을 했다. 정비사업소 이름이 한국지엠도봉정비사업소로 바뀌고, 대표이사가 바뀌고, 조합원이 해고됐을 뿐, 변한 건 없었다.

이들은 부당해고의 억울함을 하소연하기 위해 지난해 7월부터 한 달 넘게 한국지엠 본사가 있는 부평공장 서문 앞에서 농성하기도 했다. 이들을 해고한 건 한국지엠이 아니고, 한국지엠과 정비위탁을 계약한 정비사업소다. 그런데 이들은 왜 한국지엠 본사 앞에서 농성할 수밖에 없었을까? 또, 이 정비사업소는 한 때 100여 명이 일할 만큼 튼실한 곳이었다. 그랬던 회사가 폐업을 했다. 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한국지엠도봉정비사업소 한국지엠도봉정비사업소 현장 일부 모습. 조성호 사장을 회사를 위장폐업 할 당시 이미 정비사업부를 제외한 모든 사업영역을 외주화 했다. 한국지엠에서 임대를 받아 전대를 통해 부동산임대수익을 챙긴 셈이다.
한국지엠도봉정비사업소한국지엠도봉정비사업소 현장 일부 모습. 조성호 사장을 회사를 위장폐업 할 당시 이미 정비사업부를 제외한 모든 사업영역을 외주화 했다. 한국지엠에서 임대를 받아 전대를 통해 부동산임대수익을 챙긴 셈이다. ⓒ 김갑봉

1986년 대우자동차 북서울정비사업소로 시작 

한국지엠북서울정비사업소는 1986년 대우자동차북서울정비사업소에서 시작했다. 대우차 직영 정비사업소가 아닌 별도 법인으로, 대우차와 정비 업무를 계약해 운영했다.

대우차가 2002년 지엠대우로 바뀌자, 대우차북서울정비사업소 역시 지엠대우북서울정비사업소로 바뀌었다. 서울 노원구와 강북구, 도봉구를 주된 서비스 대상지역으로 했고, 의정부와 양주, 포천과 동두천에서 해결하지 못하는 정비까지 맡으며 지엠대우의 내수 기반을 뒷받침했다.

정비사업소는 판매도금·정비·자재·광택사업부 등으로 구성됐다. 회사는 탄탄했다. 그런 회사가 2006년부터 삐걱거리기 시작했다.

이 회사 공장장을 지내다 2011년 10월 해고된 박태열씨는 "회사 매출에서 부품 수출이 상당 부분을 차지했다. 지엠대우에서 부품을 가져와 수출했는데, 지엠대우가 이를 금지하면서 매출이 현격히 줄어 2006년 부도를 맞았다"고 말했다.

2007년 무렵부터는 부품 수출이 아예 전면 금지됐다. 이 당시 북서울정비사업소의 직원은 100여 명에 달했다. 경영이 어려워지자 회사는 2007년 벽두에 1차 희망퇴직 지원을 받았고, 20여 명이 회사를 그만뒀다.

회사 부도 후 자재사업부장이 2006년 말 주식을 인수해 새 사장이 됐다. 그러나 오래가지 못했다. 2007년 3월 새 사장은 회사를 운영할 수 없다며 경영에서 손을 뗐다.

2007년 회사 어려워지자 노조가 자본금 투자해 정상화 

일자리가 사라질 위기에 처하자 노조에서 회사를 인수해 직접 경영하겠다고 나섰으나, 지엠대우 본사에서 정비위탁 계약을 맺을 수 없다고 했다. 이에 노동조합(8명)과 신규 사장이 자본금 4억씩을 투자해 회사를 정상화하기로 합의했다.

이때 회사 이름을 지엠대우북서울정비사업소에서 지엠대우도봉정비사업소로 바꿨다. 신규 사장은 투자자 김아무개씨를 대리한 이아무개씨였다. 2007년 9월 등기를 마쳤고, 같은 달 30일 도봉정비사업소가 출범했을 때 희망퇴직을 포함한 퇴직자들이 늘어 전체직원은 30여명으로 줄었다.

회사를 정상화하기 위해 남은 관문은 지엠대우와 정비위탁 계약이었다. 정비위탁 계약은 1년 단위로 갱신하게 돼있는데, 지엠대우에서 특별한 이의를 제기하지 않으면 자동 연장되는 구조다.

그런데 정비위탁 계약을 앞두고 당시 노동조합 박태열 지회장이 쓰러졌다. 박 지회장은 노조의 투자참여를 이끌어낸 사람이다. 나중에 공장장을 맡아 회사 경영에 직접 참여했다. 그는 당시 상황을 다음과 같이 전했다.

"병원에서 3주 만에 나왔는데 노조사무실이 없어졌다. 노조가 회사 지분의 50%를 가지고 있는 투자자인데, 노조와 상의하지 않고 직원을 채용했고, 임금·단체협약 조건은 후퇴했다. 북서울정비사업소 때 기본급 140만 원, 보너스 700%, 특근까지 하면 연봉 3000만 원 정도였는데, 보너스와 기본급, 특근수당을 없앴다. 대신 인센티브를 적용하기로 노사가 합의한 상태였다."

2007년 9월 30일 새 회사 출범 후 진행한 임·단협 협상에서 '2008년 4월에 다시 협상을 진행하기로 하고, 부도 맞았던 회사를 정상화하기 위해 같이 허리띠를 졸라 매기로' 합의하는 과정에서, 회사 쪽이 노조 해산과 조합원 해고를 조건으로 내걸어 다시 파국으로 치달았다.

당시 회사 쪽은 노조의 임·단협 요구사항을 받아들이는 대신, 노조 해산과 일부 조합원 해고를 조건으로 걸었다.

노사 협상은 결렬됐고, 주주단이 또다른 사장을 영입하기로 결정하면서 사태는 일단락됐다. 이에 따라 대우차에서 경리부장을 지낸 후 고양시 일산의 지엠대우정비사업소 사장을 하던 조성호씨가 새 사장으로 2007년 12월 취임했다. 이아무개 전 사장은 자신의 주식을 조 사장에게 양도했다.

2007년 9월말 출범 후 초창기엔 경영이 어려웠지만, 시간이 흘러 어느 정도 정상 궤도에 진입했다. 2008년 4월에 약속대로 임·단협을 체결해 임금을 정상화하고 사라졌던 보너스도 부활시켰다. 회사는 2011년까지 별 문제없이 운영됐다.

2012년 직원들 고소한 사장, 결국 구속 

2011년 1월 지엠대우가 한국지엠으로 바뀌고, 쉐보레 브랜드가 도입됐다. 그해 봄 조성호 사장은 회사가 어렵다며 노조 주주단에 차입금(주주단이 회사에 운영자금 몫으로 빌려주는 돈)을 내라고 했다.

당시 금속노조 서울북부지회 한국지엠도봉정비사업소분회장이었던 심동선씨는 "조성호 사장이 자신은 3억 원을 냈다며, 나머지 주주 8명이 노조의 지분만큼 1억 5000만 원을 내라고 했다. 하지만 회사가 정상적인 상황이라, 안 하기로 결정했다"고 말했다.

이 일로 다시 노사갈등이 시작됐다. 조 사장은 2011년 4월에 심동선씨를 해고했다. 심씨는 서울지방노동위에 부당해고에 따른 구제신청을 했다. 지노위가 부당해고라고 판결해, 7월에 복직했다.

조 사장은 이후에도 지속적으로 차입금을 내라고 했다. 노조는 못 내겠다고 했다. 조 사장은 또, 오흥철씨와 한동환씨 등 관리부 직원 둘을 해고하겠다고 했다. 둘은 노조 조합원이 아니었다. 이에 당시 박태열 공장장이 부당해고라며 사장에게 맞섰다.

조 사장은 노조 주주단에 차입금을 내라고 하는 것을 넘어, '회사 운영에 잘못이 발생할 경우 민·형사상 공동책임을 지자'는 내용의 각서를 쓰자고 했다. 노조 주주단과 박태열 공장장은 강하게 반발했다.

이 일로 조 사장은 2011년 10월 말에 박태열 공장장과 오아무개,한아무개씨 등 세 명을 해고했다. 동시에 자신이 일산에 있을 때 회사 회계업무를 맡았던 김아무개씨를 데려와 관리차장 자리에 앉혔다.

나아가 조 사장은 박태열 공장장과 오아무개씨, 한아무개씨, 광택사업부 외주 사장 이아무개씨 등 4명을 보험사기·공금횡령·업무상 배임·사문서 위조 등의 혐의로 검찰에 고소했다. 2011년 11월의 일이다.

이들은 서울북부지검에서 수사를 받았다. 이아무개 광택사업부 사장과 박태열 공장장은 모든 혐의에 대해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 이에 조 사장은 서울고검에 다시 고소했으나 검사가 불기소처분하자, 서울고법에 재정신청을 했다. 서울고법은 2013년 5월 무혐의 처분을 확정했다. 다만, 접수처 직원 두 명은 사기 혐의가 적용돼 약식재판에서 벌금 100만 원 처분을 받았다.

조 사장은 2012년 7월에 또, '박태열 공장장이 자동차 정비과정에서 보험 사기로 회사에 1억 4000만 원의 손해를 끼쳤다'며 민사소송을 제기했다. 이 역시 기각됐다. 이후 박태열 공장장은 해고 후 서울지노위에 부당해고 구제신청을 했고, 2013년 4월 승소했다. 7월 중노위에서도 이겼다.

서울북부지검이 수사하는 과정에서 반전이 일어났다. 직원을 고소한 조 사장이 오히려 구속된 것이다.

서울북부지검은 조 사장을 보험사기, 자동차관리법 위반, 불법 리베이트 혐의를 적용해 기소했다. 조 사장은 2013년 10월 17일 1심에서 징역 1년 6개월을 선고 받고 법정구속 됐다. 이후 12월 17일 열린 2심에서 공탁을 걸고 보험사와 합의를 본 게 인정돼 집행유예를 받고 풀려났다(다음회에 계속).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시사인천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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