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찜! e시민기자'는 한 주간 <오마이뉴스>에 기사를 올린 시민기자 중 인상적인 사람을 찾아 짧게 소개하는 코너입니다. '인상적'이라는 게 무슨 말이냐고요? 편집부를 울리거나 웃기거나 열 받게(?) 하거나, 어떤 식으로든 편집부의 뇌리에 '쏘옥' 들어오는 게 인상적인 겁니다. 꼭 기사를 잘 써야 하는 건 아닙니다. 경력이 독특하거나 열정이 있거나... 여하튼 뭐든 눈에 들면 편집부는 바로 '찜' 합니다. 올해부터 '찜e시민기자'로 선정된 시민기자에게는 오마이북에서 나온 책 한 권을 선물로 드립니다. [편집자말] |
"찜! e 시민기자, 아주 잘 읽고 있습니다."아, 이런 말을 듣게 될 줄이야. 시민기자 소개 기사인 '찜! e 시민기자'를 위해 전화를 할 때마다 편집부 기자들은 좌절한다. "찜! e 시민기자라고 하는 코너가 있는데요, 아시나요?"하고 물어보면 "모르는데요"라는 대답이 대부분이다. 코너 이름도 왜 이리 어려운지. '찜 e'인지 'e 찜'인지 아직도 헷갈린다. 그런데 이 분, 아주 잘 읽고 있단다.
뭔가 배우려는, 겸손하고 참신한 자세가 느껴진달까? 목소리에서 얼음 같은 시원함이 느껴지는 '동계 스포츠' 전문 박영진 시민기자. 소치 올림픽으로 한창 바쁜 그를 인터뷰했다. 아래는 이메일로 나눈 일문일답이다.
☞ 박영진 시민기자 기사 보기"실력으로 보여준 김연아, 금메달 딸 것"
- 거두절미하고(웃음) 김연아 선수가 금메달을 딸까요? "김연아 선수가 자기 실력만 발휘한다면 금메달은 확실합니다. 김연아 선수는 기술적으로 예술적으로 격이 다른 스케이팅을 그동안 보여줬고, 악조건에서도 실력을 발휘했습니다. 지난해 세계선수권에서도 2위와 무려 20점이 넘는 점수차로 우승을 했으니 실력 차는 이미 입증됐다고 봅니다."
- 라이벌로 급부상한 러시아의 리프니츠카야의 실력은 어떤가요? "리프니츠카야는 올 시즌 시니어로 올라온 선수고, 러시아가 올림픽을 겨냥해 전략적으로 키운 유망주라 기술적으로(특히 스핀이) 탁월합니다. 하지만 예술적인 면이나 기술의 완성도를 봤을 땐 라이벌급의 기량은 아닙니다. 조심스러운 부분은 심판들의 다소 후한 판정입니다. 그러나 악조건에서도 김연아 선수는 늘 실력으로 보여줬기에 크게 우려하지 않습니다."
- 이번에 쓴 4건의 오름 기사가 모두 김연아였네요. 실제 김 선수의 경기를 본 적 있나요."김연아 선수를 본 건 2009년 아이스쇼에서였어요. 많은 분들이 얘기하듯 빛이 나더라고요. 스케이팅 속도가 상당히 빨라 정말 놀랐습니다. 태릉선수촌에 취재갔다가 복도에서 발찜질하던 연아 선수를 봤는데, 안부를 물으니 괜찮다고 웃더라고요. 그때 사인과 사진을 남기기도 했어요."
- 피겨 경기를 재미있게 보는 법을 알려주세요."처음 피겨를 접하는 분들은 기술 때문에 어려워하시는데, 선수들이 연기하는 음악을 알아보는 게 도움이 됩니다. 선수들은 음악의 배경과 의미 등을 바탕으로 프로그램을 구성하고 그에 맞춰 연기를 선보이거든요."
- 피겨 스케이팅은 꼼꼼하게 짜여진 과학적인 스포츠 같아요. 점프나 가산점 규정도 꼼꼼하고요. 그냥 얼음 위에서 몸짓(?)을 하는 게 아닌 것 같은데... 어떤가요?"피겨스케이팅은 기술점수(TES)와 예술점수(PCS)로 나눠 총점을 매깁니다. 기술점수에는 점프, 스핀, 스텝 등의 기초점에 얼마나 잘 수행했는지에 따르는 가산점(GOE)이 더해져 최종 점수가 매겨지고요. 예술점수에는 스케이팅 스킬, 에지 전환, 안무, 곡해석 등 총 5가지 요소의 점수를 매겨 산정하게 됩니다. 즉, 피겨는 체육과 예술이 결합된 스포츠죠."
피겨를 이해하는 핵심용어 '러츠, 롱에지, 언더 로테'- 문외한을 위한 피겨 핵심 용어 3가지만 알려주세요."첫 번째로 '러츠 점프'는 김연아 선수가 가장 좋아하는 점프이자 프로그램 첫 점프로 수행하는 것입니다. 후진하면서 가속도를 붙인 뒤 왼발의 스케이트 바깥 에지(날)를 사용해 도약하는 점프입니다. 두 번째 용어는 '롱에지(wrong edge)'라는 것인데, 이는 잘못된 에지를 사용했을 때 주어지는 감점 요소입니다. 마지막으로는 '언더 로테', 다운그레이드라고 하는 것인데 이것은 점프의 회전수 부족을 말하는 것입니다."
- 겨울 스포츠에 관심을 가지게 된 계기는요? "처음 접한 건 쇼트트랙이었어요. 2002년 올림픽 때 김동성 선수의 억울한 '오노 사건'을 보고 화가 났던 게 아직도 생생해요. 이후부터 쇼트트랙을 꾸준히 봤으니 벌써 12년이 됐네요. 김연아 선수 경기는 2008년 세계선수권 때 처음으로 봤어요. 나중에 알고 보니 그 대회가 부상과 유럽 심판의 편파 판정으로 김연아 선수에게 상당히 아픈 기억으로 남은 경기였더군요."
- 피겨는 빙상장에서 경기하기 때문에 취재할 때 어려운 점이 있을 것 같아요."빙상장은 굉장히 춥습니다. 환경이 굉장히 열악하기에 사진 촬영할 때마다 손이 트고 추위에 고생을 해야 해요. 빙상연맹이나 체육회 차원에서 개선이 돼서 좀더 좋은 환경에서 경기가 진행됐으면 하는 바람도 있습니다."
- 소치 올림픽 초반 성적이 부진해요."저는 부진하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선수들이 충분히 했지만, 많은 분들의 기대에 못 미쳐 그런 것 같아요. 아직 여자 쇼트트랙과 김연아 선수 등의 경기가 남아 있고, 금메달은 5개 정도 예상합니다. 또한 여자 컬링이나 스피드 스케이팅 팀추월, 설상 종목 등 평창을 준비하는 선수들에게도 많은 관심 가져주세요."
- 가장 애착이 가는 선수가 있다면?"쇼트트랙의 노진규, 신다운 선수입니다. 노진규 선수는 두 번 인터뷰를 했는데, 두 번째 만났을 때 명함을 보시고는 신문사가 바뀐 걸 바로 알아주시더라고요. 작은 건데도 세심하게 기억해 주시고 성실히 답해주시던 모습이 인상에 남는데, 현재 병상이라 정말 안타깝고 속상합니다. 빨리 쾌유하시길 빕니다. 신다운 선수는 제가 처음으로 인터뷰한 선수입니다. 올 시즌 기대만큼 결과가 안 나와 많이 속상했을 텐데, 올림픽에서 자신감 있게 레이스 해주고 끝까지 포기하지 않으셨으면 해요."
"꼼꼼한 편집부... 사진 저작권 더 주의하게 됐어요"- <오마이뉴스>에 기사를 쓰게 된 계기는?"<오마이뉴스>에 기사를 쓰기 전에 작은 신문사에서 기사를 쓰고 있었어요. 중간에 신문사를 옮기려는 도중에, <오마이뉴스>의 시민기자제도를 알게 됐고 2012년 5월부터 기사를 쓰게 됐습니다."
- <오마이뉴스>에 기사 쓰면서 어려웠던 점은?"편집부가 사진 저작권에 대해 예민하고 인용이나 발췌에 대해서도 여러 번 확인하시더라고요. 그전에도 중요하다는 건 알았지만, 워낙 예민한 부분이다 보니 좀 더 조심하게 됐습니다."
- 동계 스포츠는 홀대 받는 면이 좀 있는 것 같아요. 어떤가요? "사실 비인기종목인 분야다 보니 주목을 많이 받지 못해 아쉽습니다. 쇼트트랙 같은 종목은 올림픽에만 반짝 인기를 얻기도 하는데, 이제 얼마남지 않은 평창과 그 이후를 위해 좀 더 많은 관심을 가져주셨으면 합니다. 국내에서 대회도 더 많이 유치했으면 좋겠고요."
- <오마이뉴스>에 바라는 점이 있다면?"제가 스포츠 기사를 쓰고 있다보니 무엇보다 스포츠 쪽에 좀 더 많은 활성화가 됐으면 해요. 정치나 사회면에 있어서는 <오마이뉴스>가 워낙 유명한데, 아직 스포츠쪽에서는 많이 알려지지 않은 것 같습니다. 좀 더 많은 시민기자들이 생겨나서, 스포츠쪽에서도 좋은 기사를 낼 수 있는 분들이 많이 탄생하길 기대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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